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이 8일 한 세미나에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주민투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 장관은 “경기남북도를 가르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인정됐을 때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며 “초반부터 투표를 하고 나중에 검토해 봤더니 합리적이지 않다고 했을 때는 500억~600억원을 날리게 된다”고 말했다. 국가행정을 책임지는 장관이 정치와 행정을 구별하지 않고 함부로 뒤섞는 발언에 내놓은데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북도 설치는 수십 년 된 의제다. 지난해 지방선거전에서도 공약으로 제시됐고, 김동연 도지사는 취임식보다 먼저 관련 TF를 설치했다. 그런데도 그동안 행안부가 경기북도의 타당성을 검토하지 않았다면 사실상 직무유기다. 김 지사는 지난 9월 행안부에 공식적으로 내년 2월 주민투표를 건의했고, 지난달에는 대통령에게도 직접 보고했다. 지금은 그동안의 검토를 토대로 투표를 확정해야 할 단계지, 생뚱맞게 “어느 정도 타당성” 운운할 때가 아니다.

'경기도의회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특별위원회'는 지난 7일 주민투표 실시와 특별법 제정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의석수가 78대77이서서 사사건건 대립하는 도의회 여야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에서 있어서만큼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진행된 도민 숙의공론조사에서는 설치찬성 최종 비율이 74.2%,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85.4%로 나타났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가 설치되면 향후 20년 동안 GDP가 100조원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 이상 어떤 타당성 근거가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다.

이 장관은 여당 내에서도 신중론이 커지는 김포 서울 편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면을 애써 부각시켰다. 본란에서 이미 지적했듯이, 김포 편입과 경기북부특별자치도는 발상과 논리가 정반대다. 서울 확장은 수도권 비대화를 가속할 뿐이고, 경기북부특별자치도는 국가균형발전 전략의 일환이다. 행안부 장관이 여당 지도부가 바람을 잡는 총선 전략에나 장단을 맞추는 듯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