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음식점과 카페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금지하지 않기로 했다. 플라스틱 빨대와 비닐봉지 사용 단속 조처도 무기한 유예했다. 지난 1년여간 시행되었던 계도 기간 종료일을 보름 앞두고 백지화한 것이다. 주무 부서인 환경부의 일회용품 등 사용금지 철회 및 단속 유예는 친환경 및 탄소중립 정책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이 없다. 계도 기간 중에도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비닐봉지 사용이 만연했는데, 단속 유예로 일회용품 사용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 예상된다.

환경부는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할 경우 고용인력 추가와 비싼 대체품 구입으로 소상공인의 부담이 커진다는 이유를 댔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계도기간을 가졌지만 아쉽게도 충분한 준비와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어려운 경제 상황에 고통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또 하나의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은 정부의 도리가 아니다”라며 정책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가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일회용품 사용금지를 철회했다고 하지만, 1년여간 계도기간을 가진 상황에서 궁색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미 유럽연합 등 각국에선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했고,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가 이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인당 플라스틱 배출량이 세계 3위이고, 종이컵 재활용률은 2021년 기준 5% 미만인 환경 후진국이다. 이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소상공인의 표를 겨냥한 것이라고 비난하는 환경단체 등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며칠 전 인천일보는 인천지역 공공기관의 일회용품 사용 실태(11월8일자)를 취재했다. 인천시는 2021년 청사 내 일회용품 반입·사용을 금지하는 친환경 정책을 모든 공공기관으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는데, 5개 기관을 방문 점검한 결과 모든 곳에서 플라스틱 일회용품이 발견됐다.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기관의 일회용품 사용 실태가 이 모양이니 민간에서는 오죽하겠는가. 현 정부 출범 이후 환경의 파수꾼이자 보루여야 할 환경부의 환경정책이 후퇴와 퇴보를 거듭하는 듯하여 안타깝다. 정부는 친환경 및 탄소중립 정책의 시작이 일회용품 규제부터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