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일보 11월8일자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경기도 지역구별로 자천타천 거론되는 예비후보의 명단을 사진과 함께 8~11면 4개면에 걸쳐 통단으로 실었다. 내년 4월10일 총선을 5개월 남겨둔 시점에서 독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그런데 이 명단은 21대 지역구를 기준으로 작성될 수밖에 없다. 당장 다음 달 중순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지만 아직 선거구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1대 총선에 비해 인구가 늘어난 수원·평택·화성 등은 선거구 숫자를 늘려야 하고, 인구가 하한 기준에 미달하는 동두천·연천을 비롯한 일부 선거구도 조정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선거구가 얼마나 늘어날지, 내가 사는 동네는 어느 선거구에 속하게 되는지 확실하게 알 도리가 없다. 선거구를 획정해야 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10월31일 활동시한을 21대 임기인 내년 5월 말로 한차례 더 연장키로 했을 뿐 선거개혁과 관련해 여전히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장과 경기룰이 결정되지도 못한 상태에서 선거전만 뜨거워지는 비정상이 버젓이 펼쳐지고 있는 격이다. 21대 국회에서는 기필코 정치개혁을 이뤄내겠노라 다짐했던 거대 양당의 다짐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 오래다. 20대 말에 가까스로 합의했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21대 총선에서 꼼수 위성정당으로 가볍게 무력화시킨 두 정당은 지금 과거의 비례대표 선출방식(병립형)으로 퇴행하는 안을 두고 승강이를 벌이는 중이다. 비례대표 방식이 결정돼야 선거구 획정이 마무리될 수 있다. 이럴 거면서 국민 공론조사는 왜 했고, 국회 전원위원회는 왜 열었는가. 모두 쇼였나.

양당구도의 한국국회가 정치개혁을 할 의지도, 의사도 없다는 것이 다시금 확인되었다. 22대 총선 뒤 양당은 다시 특위를 구성하고 정치개혁을 다짐하겠지만 속을 국민은 이제 없다. 그렇다면 국민이 직접 나서는 수밖에 없다. 21대 국회가 정치개혁을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국민이 직접 정치개혁 방식을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결의하는 것이라고 본다. 대의민주주의를 진심으로 살리고 싶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