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고궁, 역사적 가치가 큰 유물, 유명인의 작품.

우리가 '박물관'을 떠올릴 때 흔히 생각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지역 사회에 살다 보면 기록은 하고 싶지만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드는 콘텐츠들이 많다.

이종희 남양주 공공예술들로화집단 대표가 조안면에 '지붕 없는 박물관' 사업을 도입하며 주목한 게 바로 이런 것들이었다.

흔히 생각하는 '메이저'가 아닌, 너무나 익숙해서 하찮게 여겨지지만 근현대 생활사 자체인 지역의 생활사를 기록하고 저장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조안면의 '지붕 없는 박물관'은 그렇게 출발했다.

이 대표는 “놓치기 쉬워 저장하지 않지만 사실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들과 당면해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며 “지붕 없는 박물관은 지역에서 그런 가치들을 찾아내 조명하고 동시에 지역민들의 삶도 들여다볼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소 50년 이상은 된 집들에 집중하게 된 건 그 안에 사는 '사람'이 궁금해서였다.

그는 “우리 주변에서 함께 살아가며 우리가 몰랐던 지난 시절의 역사를 품고 사는 이웃들, 그들의 삶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싶었다”며 “오래된 찬장은 몇백년 이상 된 박물관 속 유물과 다르지만, 다시 수백년 후 오늘과 오늘의 생활을 보여주는 유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생활사 연구에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안면의 '지붕 없는 박물관'은 지역에 오래 머문 선배들만의 몫이 아닌 젊은 세대로 이어지는 말 그대로 전 세대를 아우르는 작업이다.

이 대표는 “'조안 오래오래'는 나이 든 선배들이 만들어놓은 유산을 '발굴'하는 작업이자 그들이 만든 에코뮤지엄 성격의 작업을 우리 젊은 세대가 '생성'하고 '연결'해야 할 연속된 작업”이라며 “올해 마무리하지 못한 아카이빙 작업은 내년에도, 그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가며 조안면의 특색을 살리고 계속해서 중요한 것들을 놓치지 않고 저장해가는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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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없는 박물관, 지역과 예술을 잇다] 희로애락 담은 집, 주민의 삶도 녹여냈다 집은 사람을 담는다. 사람을 담은 집은 그곳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삶도 고스란히 품는다. 남양주시 조안면의 가옥들은 곡선 아름다운 처마 끝 수많은 식솔을 꾸려나간 역사를, 전쟁 이후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꿋꿋이 삶을 지켜온 지역민들의 치열한 인생을 담고 있다. 경기문화재단과 공공예술들로화집단은 조안면의 역사 그 자체인 가옥들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작업을 시작으로, 조안면의 생태와 역사,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예술인 자원을 활용해 생태문화예술 관광을 특화하는 '조안 오래오래-지붕 없는 박물관'을 진행했다.▲ '조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