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윤 변호사.

직장 내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 생계 수단과 직결되어 있어 그 해결에 소극적이기 마련입니다. 이를 해결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어떠한 범위까지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되는지?, 해결 방법은 무엇인지?, 개선방향은 무엇인지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1.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란?

2019년 7월16일부터 근로기준법 제76조의 2항에서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하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여,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을 법률로 명시, 금지하고, 괴롭힘 발생 시 조치 의무 등을 정하여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합니다.

 

2.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나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①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할 것, ②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행위일 것, ③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을 것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

 

①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할 것(우위성)

우위성은 피해자가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에 의해 저항이나 거절 등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은 관계를 의미합니다. 직접적인 지휘 명령 권한이 있는 직장 상사의 괴롭힘이나 직접적인 지휘 권한은 없지만 사내 직위 또는 직급 체계상 상위에 있는 상사의 괴롭힘이 가장 흔한 ‘지위의 우위’에 해당합니다.

‘관계의 우위’란 사실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모든 관계가 포함될 수 있어 그 범위가 넓습니다. 구체적으로 같은 직급 내에서도 개인 대 집단간의 분쟁, 연령, 학벌, 성별, 출신지역, 인종 등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그렇지 못한 상대를 괴롭히는 경우, 정규직의 비정규직 괴롭힘, 노조 가입 근로자의 노조 미가입 근로자 괴롭힘 등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하급자의 직장 내 괴롭힘의 경우는 어떻게 판단하여야 할까요? 서울행정법원은 ‘원고(하급자)는 메일을 통해 청원경찰 조장이던 피해자(상급자)에게 손괴된 무전기 안테나 덮개에 대한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하거나, 방검복 착용에 관한 내부방침 변경에 대해 비꼬는 말투로 시정할 것을 요구하였으며, 직접 대면하여 이야기할 것을 요구한 피해자에게 자신의 근무경력이나 연령 등을 내세워 거부하면서 피해자의 얼굴을 보거나 목소리 듣는 것만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미칠 지경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는바, 이와 같이 원고가 조장의 지도 및 감독권한을 무시하고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조장인 피해자에게 부당한 업무지시를 한 것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에 해당한다’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2. 1. 18. 선고 2020구합84143 판결).

즉, 하급자의 경우에도 직장 내의 영향력이 있는 자이거나, 해당 직장 내에서 오래 근속하여 그 입지 또는 경험이 상당하다고 인정되거나, 다수의 하급자가 집단을 이루는 경우라면 상급자를 향해 ‘관계의 우위’가 인정된다고 보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여지가 있습니다.

 

②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행위일 것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는 않습니다. 문제된 행위가 업무관련성이 있는 상황에서 발생하였거나 업무수행 중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업무수행을 빙자하여 발생한 것이라면 업무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우위성이 인정되는 상대방의 업무상 지시, 주의, 명령 등에 대해 불만 또는 불편함을 느낀 경우 상대방의 행위가 업무상 필요하다고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범위를 넘어서서 폭행, 폭언 등을 한 것이라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었다고 인정될 여지가 커집니다.

그렇다면 업무상 필요하다고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범위를 넘는 행위가 무엇이 있을까요? 고용노동부에서 발간한 직장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 대응 매뉴얼을 보면 사적 용무 또는 심부름을 지시하거나, 업무와 무관한 일을 반복적으로 지시하거나, 업무상 최소한의 시간을 보장하지 않고 과도한 업무를 부여하여 그 행위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 업무상 필요한 도구(컴퓨터, 노트북, 전화기, 기구 등)을 이유없이 제공하지 않는 경우 등을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범위를 넘는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③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을 것

반드시 장소적 범위가 직장 내에서 발생한 행위만 근무환경을 악화시킨 것에 해당할까요? 앞서 검토한 요건을 충족한다면 괴롭힘 행위가 발생한 장소가 직장 또는 사업장 내가 아니라도 괴롭힘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외근 또는 출장 등이 잦은 직종, 회식이나 기업 행사 또는 그 이동 중에 발생한 괴롭힘, 사적 공간에서 일어난 괴롭힘, 사내 메신저, sns, 카카오톡 등을 이용한 괴롭힘 등으로 근무환경에 악영향을 미쳤다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3. 해결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사용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의 신고를 한 경우, 객관적인 조사와 사실확인, 징계 등 조치, 모니터링으로 해결 과정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특히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을 보면 괴롭힘을 당한 근로자가 신고를 하여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우선적인 조치로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의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만약 괴롭힘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행위자에게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조치를 반드시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괴롭힘을 당한 근로자의 의사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되고, 조치가 이루어진 이후에도 모니터링을 통해 2년간 괴롭힘의 재발이나 보복 등의 발생 여부를 확인하고 지속적인 보호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3년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고, 민사적인 불법행위 책임 또한 부담하게 하여 폭넓게 괴롭힘을 당한 근로자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4. 근로기준법의 개선 및 보완 방향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 경우 사용자에게 신고를 하도록 되어 있고, 그 사용자가 적극적인 조치를 통해 근로자를 보호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사장이나 대표자에 의해 괴롭힘이 발생한 경우라면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를 감사에 맡기도록 권고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괴롭힘이 발생한 경우 전문 기관의 도움을 받고, 사용자는 이 사건의 조사 및 징계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배제되도록 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합니다.

또한 상시근로자수가 4인 이하인 사업장의 경우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회사일수록 특정인이 우위성을 갖고 근로자를 괴롭히는 경우 이를 금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에도 반드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 경우 우선 그 행위가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고, 관련 증거를 치밀하게 수집하여 조사 과정에서 제출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또한 신고 후에도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명확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해야 하며, 조치 이후 부적절한 처우가 발생한 경우에는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최대한의 보호를 받도록 하여야 합니다.

/김기윤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