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증권거래소와 루브르박물관을 연결하는 리슐리외 거리에 있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1368년 샤를 5세가 루브르 궁전에 설립한 왕립도서관을 기원으로 삼는다. 국립도서관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은 나폴레옹 때였다. 황제 나폴레옹은 국립도서관에 없는 지방도서관의 서적을 모두 파리의 국립도서관으로 보내야 한다는 특명을 내렸고, 유럽 각지를 정복하면서 귀중한 도서를 전리품으로 도서관으로 가져왔다. 1868년 왕립도서관 창립 500주년이 되는 해에 리슐리외 거리에 웅장하고 기품 있는 도서관 건물을 완공했다.
▶필자가 프랑스 국립도서관을 처음 찾았던 것은 1969년 말 조선일보 파리특파원으로 부임한 첫해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자주 출입하던 프랑스 통신사(AFP) 본사와 국제통신센터가 자리 잡고 있는 증권거래소에 가까이 있는 도서관에서 본사로 보낼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서였다. 우아하고 장중한 입구를 통해서 열람실에 자리를 잡으면 긴장감과 함께 학구적 의욕을 느낄 수 있어서 단독으로 근무하는 파리에서 시간 관리를 위해서는 효율적인 곳이었다. 그 후 선친(한옹 신태범 박사)께서 권유하신 역사책을 번역하기 위해 불가피한 날을 빼고는 도서관을 매일 찾게 되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을 1970년대초부터 거의 매일 출근하다시피 하면서 알게 된 사람은 마리 로즈 세규이 동양서적 담당 사서와 시간제로 그녀를 보좌하던 박병선 여사였다. 1972년도 5월초로 기억된다. 세규이 동양사서는 우리나라에서 1377년에 금속활자로 인쇄된 서적이 유네스코에서 공표한 '책의 해' 특별전에 전시될 예정이라고 귀띔해 주었다. 자신의 귀를 의심할 정도의 중요한 정보를 듣는 순간 침착하게 고맙다는 인사말을 전한 후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보충취재에 돌입했고 1972년 5월28일자 조선일보는 1면 전체에 '고려금속활자 세계최초 공인'이라는 제목의 세계적인 특종기사를 게재할 수 있었다.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 인쇄 책자이며 유네스코에서 일찌감치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한 <직지심체요절>의 실물이 오는 4월12일부터 7월16일까지 열리는 특별도서전시회에서 일반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도서전을 준비 중인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인쇄술의 발전 역사와 성공의 열쇠를 추적하는 전시”라고 밝히면서 “금속활자로 인쇄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서적은 직지”라고 소개하고 있다.
▶구한말 주한 프랑스 공사를 지낸 콜랭 드 프랭쉬(1853~1924)가 사들여서 프랑스로 반출된 직지는 고서 수집가 앙리 베베르의 손을 거쳐 국립도서관에 기증되었다. 직지 표지에도 프랭쉬 또는 베베르씨가 적은 것으로 보이는 1377년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책이라고 되어있는데 박병선씨가 발견했다는 설은 이번 기회에 시정되었으면 한다. 4월12일 열리는 도서전이 손꼽아 기다려진다.
/신용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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