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운항 중단을 발령한 11일 오전(현지시각) 보스턴에 있는 로건국제공항 활주로에 대한항공 여객기 등 항공기가 서 있다./사진=AP, 연합뉴스

전산 시스템 마비에 따른 미 국내선 운항 중단 여파로 미국 전역의 공항에서 수많은 승객의 발이 묶이는 대혼란이 벌어졌다.

11일(현지시각) 항공추적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이날 오후까지 8천여 편의 항공이 지연되고, 1천200여 편은 아예 운항이 취소됐다.

대한항공도 역시 영향을 받았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한국시각으로 12일 새벽 미주 항공편 3편이 현지에서 지연 출발했다.

애틀랜타·워싱턴·뉴욕발 인천행 항공기가 각각 예정 시간보다 1시간 10분가량 늦게 이륙했다.

당시 비행 중단이 해제된 시점이었지만, 앞서 지연됐던 다른 항공사 항공편 출발이 몰리면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이날 오전 시애틀 출발 화물기와 뉴욕발 여객기가 모두 정상적으로 이륙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현지시각) 오전 연방항공청(FAA)이 전산 정보 체계 '노탐'(NOTAM) 오작동을 이유로 운항 중단 명령을 발동, 90분이 지나서야 해제했지만 이로 인한 연쇄 효과로 운항 지연 등이 발생해 대부분의 항공사가 영향을 받아 지연 출발과 연착, 결항이 줄줄이 이어졌다.

노탐은 활주로 폐쇄나 장비 고장 등 비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항공기 기장과 승무원에 발송하는 안전 시스템이다.

FAA의 운항 중단 명령 해제 이후에도 시카고 등 일부 공항이 자체적으로 한동안 이륙 중단을 계속해 피해가 가중됐다.

9·11 사태 이후 처음으로 비록 일시적이었지만 갑작스럽게 전국적 항공편 운항이 전면 중단되면서 승객들은 말 그대로 예고도 없는 혼란에 속수무책이었다.

수많은 여행객이 일정에 차질을 빚고 최소한 반나절 이상을 공항에서 허비해야 했으며 제대로 된 일정 공지를 받지 못해 공항은 몇 시간째 비행 재개를 기다리는 승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일부 승객들은 비행기에 탑승해 이륙 안내까지 듣고도 대기하다 결국 비행기에서 다시 내려 대기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끝내 비행이 취소돼 허탈하게 발길을 돌리는 사례도 속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륙 중지 가운데도 착륙은 허용되며 미국으로 들어오는 대부분 국제선에는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현지 매체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 교통 당국은 항공기 운항 전면 중단의 원인이 된 전산망 문제를 하루 전에 발견하고 백업 시스템까지 가동했지만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11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연방항공청(FAA)의 노탐(NOTAM) 시스템은 미국 동부시간으로 10일 오후 3시 30분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FAA는 우선 백업 시스템으로 전환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상황이 더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은 자정 직전에서야 다시 가동되는 듯했으나 이후 더 악화했고, 결국 11일 오전 4시쯤 FAA는 시스템을 수동으로 껐다 켜는 재부팅(hard reboot)에 이르렀다.

이후 오전 7시 21분 미 전역에 운항 중단을 발령해 약 90분 동안 항공기가 이륙하지 못했다.

미 교통부와 FAA는 노탐 시스템이 다운된 이유를 조사하고 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교통부와 FAA가 어제 노탐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보고했다"며 "사이버 공격이 원인이라는 증거는 없다. FAA는 시스템 가동 중단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 원인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 정부는 사이버 공격으로 판단할 근거가 없다면서도 일단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듯하다.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사이버 공격이라는 직접적인 증거나 징후는 없지만,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제대로 이해하기 전까지는 그 가능성도 제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