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리품으로 취한 후 136년간 보유…2007년 장기대여 형태로 귀환
2009년부터 강화역사박물관서 보관했지만 내년 10월 기간 종료
시·정부 대책마련 요구되는 가운데 국내 영구반환 가능성은 희박
신미양요(1871년) 때 미국에 뺏긴 어재연(魚在淵 1823~1871) 장군기(수자기) 운명이 위태롭다. 앞으로 1년, 수자기가 미국에 반환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인천시와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인천시와 강화군, 문화재청 등은 수자기의 10년 장기대여 기간이 끝나 2년 단기 대여 중이라고 9일 밝혔다.
수자기는 신미양요 때 미국이 전리품으로 가져간 후 약 136년간 미국 해군사관학교 박물관 수장고에 잠들어 있었다. 이를 2007년 10년 장기대여 형식으로 미국으로부터 빌려왔고, 국립고궁박물관과 인천시립박물관 전시를 거쳐 2009년부터 강화역사박물관에서 보관 중이다. 현재 강화전쟁박물관이 수자기 복제품을 전시 중으로, 다음 달부터 한 달간 진품이 전시된다.
수자기는 2007년부터 2년간 단기 계약으로 대여하다 2015년 5년으로 대여 기간이 바뀌었다. 이 기간마저 끝난 지난해 강화역사박물관은 미 해군사관학교 박물관과 직접 협상을 벌여 2년 더 대여 기간을 연장했다.
미 해군사관학교 박물관 측은 “수자기의 장기대여 기간은 끝났다. 반환은 안된다”는 입장을 보였고, 강화역사박물관에서 “그럼 2020년부터 2년간 더 대여를 연장해달라”며 대여기간 조율에 나섰다. 현재 미국법에 따라 수자기 반환은 불가능한 상태이다.
2007년 당시 미 해군사관학교박물관장은 “한국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나 돌려주는 것은 미국법으로 불가능하고 연구 목적으로 조사하는 것을 도와줄 수 있다”고 답했다. 이에 문화재청이 “반환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장기대여 해달라”고 협상을 벌여 10년 장기대여에 성공했고, 강화역사박물관이 다시 2년 대여에 나섰다.
특히 신미양요 150주년인 올해 수자기 한국 영구 귀환과 함께 광성보에서 전사한 어재연 장군 기념사업 등도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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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전쟁박물관 관계자는 “수자기 대여 협상이 현재는 박물관과 미국이 직접 협의하는 구조로 바뀌었다”며 “현재 수자기는 2022년 10월까지 대여를 한 상태다”고 했다. 또 “이후 수자기가 영구 반환될지는 미지수”라며 “미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에 전리품으로 획득한 외국 깃발이 100여점 있는 만큼 수자기를 한국에 반환할 경우 그에 따른 나머지 깃발의 반환 문제가 제기될 것을 우려해 미국이 선뜻 법을 개정하면서까지 수자기를 한국에 반환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수자기는 '국기가 없었던 조선에 장수기가 곧 조선의 국기이자 주권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어재연 장군 수자기는 현존 유일의 조선시대 장군의 깃발로 가로 4.13m, 세로 4.30m의 삼베 재질로 돼 있다.
/이주영·김원진·이창욱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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