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구원은 인재개발원(옛 공무원교육원) 내에 있다. 붉은색 벽돌을 두른 멋진 건물은 옛 공무원교육원 본관 건물을 다시 정비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주변으로 오래된 소나무들이 즐비하다. 아마도 인천시 안에서 고풍스런 소나무가 가장 많은 곳이 인천연구원이 아닐까 싶다. 오래된 건물답게 현관 앞으로 용트림하는 듯 기울어진 두 그루의 소나무가 근위병처럼 서서 연구원을 찾는 분들께 멋진 인사를 건넨다.

그런데 몇년 전 현관 앞 소나무 한 그루가 죽다가 살아났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었으나 짐작하기로는 염화칼슘 때문일 것이라고 여러 사람들이 입을 모았다. 계절이 봄인데도 불구하고 상록수답지 않게 누렇게 잎색이 변했고 낙엽이 졌다. 급기야 몇일내로 말라죽을 듯했다. 현관 앞을 멋지게 지키는 두 그루의 소나무 중 한 그루가 죽고 나면 건물 앞 분위기가 한순간에 엉망이 될 듯했다.

위기의 순간, 인재개발원 조경담당 아저씨가 나섰다. 말만 하는 우리와 달리, 나무 아래 하얀색 물체를 치우고 물로 나무를 씻어준 듯했다. 그리고 몇일이 지나니 잎색이 조금씩 돌아왔고 위기의 순간을 모면했다. 겨울에 눈이 오면 도로가 미끄럽지 말라고 무지막지하게 뿌리는 염화칼슘에 도로변에 심어진 작은 키의 나무들이 말라죽는다는 민원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염화칼슘으로 인해 나무가 시들어가는 것을 직접 목격하기는 처음이라 나의 뇌리에 강하게 각인되었다.

모니터링이라는 거창한 말을 쓰지 않더라도 건물 주변에 소나무가 여러 주 자라고 있기에 늘 소나무를 관찰하며 지낸다. 봄이 되면 물이 오르고, 새로운 잎이 자라 녹색을 더한다. 날이 추워지면 상록수라는 말이 무색하게 오래된 묵은 잎을 떨군다. 그런데 왕성하게 성장할 여름에도 나뭇잎 색이 어두워지거나 낙엽지는 일이 많다. 나무를 잘 아는 분께 여쭤보니 소나무에는 크고 작은 병이 많다고 하였다.

어릴 적에 본 교과서에는 소나무가 대기오염에 약하기 때문에 도심이나 광장, 차량 통행이 많은 도로변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적혀 있었다. 도시환경이 나빠서 소나무가 힘을 잃는 것일까, 아니면 요즘 심화되고 있는 기후변화로 더워져서 소나무의 수세가 약해지고 그에 따라 병해충에 시달리는 것일까 하며, 내가 아는 모든 지식을 동원해 고민해 보았지만 교과서에서 배운 얕은 지식으로는 명의와 같은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비실비실하는 소나무를 안타깝게 생각하던 어느 날,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경악하고 세계 경제가 크게 위축되던 어느 날, 인간의 활동과 경제가 위축되는 한편에서는 찬란한 하늘빛을 보여준 그런 날, 우리가 사는 도시의 하늘빛이 청정한 초원의 나라 몽골의 하늘빛보다 더 아름답던 그런 날이 왔다.

그리고 그런 날이 여러 날 지나고 7월 말인가로 기억되는 날, 연구원 앞 소나무잎은 과거 어느 때보다 길게 자라 있었고 활기찼으며 아름다웠다. 아, 이런 것인가? 하늘빛이 맑아지면 소나무의 때깔도 바뀌는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이 도시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길래 하늘빛도 흐려지게 하고 소나무의 때깔도 후줄근하게 한단 말인가?

미국과 유럽이 코로나19로 경제가 크게 위축된 반면 코로나19를 초기에 격은 중국과 한국은 과거 수준은 아닐지라도 경기가 크게 회복되었다고 한다. 그때쯤, 지난 겨울의 길목에서 미세먼지 경보가 몇일간 발령되었고 하늘은 맑은 빛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상록수인 소나무의 잎이 낙엽지고 많은 양의 잎들이 시들어갔다.

코로나19로 인해 소상공인들을 비롯해 서민들이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다고 한다. 소상공인뿐아니라 모든 경제 주체들이 힘들어하는 이때, 한가하게 하늘빛이 어떻고, 소나무 잎색이 어떻다고 말하는 것이 현장감 없는 샌님의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언제까지 도시는 이런 곳이라고 하는 전도된 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시들어버린 창가 소나무 잎을 보며 상념에 빠진다.

/권전오 인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