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노인 실종 예방 '배회감지기' 확대 필요]

수원시 “지문인식기 등 활용”
용인·부천 등 대부분 미도입

사용 중인 김포시 효과 톡톡
파주·시흥은 올해부터 보급

경기지역에서 실종된 치매 노인 찾기에 핵심 역할을 하는 배회감지기가 부족한 데에는 지방자치단체 관심이 크지 않은 탓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들은 실시간으로 노인의 위치를 추적할 수 없는 '인식표'에 의지하고 있다. 일부는 경찰 등이 보유한 배회감지기를 넘겨 받아 쓰는 임시방편에 그치고 있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도 기기 보급 등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아 지자체 간 편차가 심하다.

6일 경기도와 지자체 등에 따르면 수원·용인·부천·안산 등 지자체 대부분은 배회감지기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인식표와 지문인식기 등이 있기에 배회감지기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인식표는 단순히 고유식별번호가 명시된 스티커다. 그러나 이를 부착하더라도 실종 노인이 어디에 있는지, 어느 곳에 머무르는 지 발견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수원시 관계자는 “예산이 부족한 데다 이미 경찰 등에서 배회감지기를 운용하고 있어 인식표와 지문인식기 등을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배회감지기는 인식표와 달리 위치추적 장치 기능이 내장돼 있어 실종 예방에 효과적이다. 치매 노인 보호자가 배회감지기를 소지한 노인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 긴급호출도 가능, 노인이 일정 지역을 벗어나면 보호자가 문자 메시지를 바로 받을 수 있다.

일부 지자체는 배회감지기를 경찰에 빌려 쓰는 등의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양주시는 양주경찰서에서 배회감지기를 대여하고 있고, 구리시도 2019년부터 필요에 따라 지급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도 기업과 협업을 통해 배회감지기를 도입·배포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찰은 도내 4900여명에게 배회감지기를 보급했는데, 이는 도내 치매노인 15만명 기준으로 3.2% 수준이다.

반면 인식표로만 치매 노인 실종을 예방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배회감지기를 도입에 나선 곳도 있으나 김포, 파주, 시흥 등 극소수다.

현재 이들 지자체는 배회감지기 도입 이후 실종된 치매노인을 경찰 도움 없이도 재빨리 찾는 등 효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8월 김포시 통진읍에 거주하는 60대 치매 노인 A씨는 배회감지기를 찾고 외출했다가 실종됐다. 당시 외출한 A씨가 3시간 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는데, 가족 등 보호자는 스마트폰과 연결된 GPS 신호 덕에 쉽게 발견했다.

시흥시도 이같은 효과로 올해부터 치매 노인을 대상으로 배회감지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시흥시는 지난 1월 수요조사를 거쳐 배회감지기 10대를 우선 지급했다. 또 20여대를 1년 동안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파주시도 그동안 배회인식표를 지급했는데 실효성 없는 것으로 판단해 배회감지기 100대를 배정하기로 했다.

앞서 2019년 보건복지부는 치매노인 실종이 사회적인 문제가 될때마다 발생 예방과 조기발견을 위해 개선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냈지만, 뚜렷한 대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시흥시 관계자는 “치매 노인은 가뜩이나 실종될 위험이 높은데, 그동안 인식표로만 이들을 찾아 어려움이 있었다”며 “사회적 약자인 치매 노인의 실종 예방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신섭·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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