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시민 1000명 대상 설문 결과
카드 사용하지 않는 응답자의 19.7%
'현금 부족' 이유…대부분 고령·저소득층

3000억 규모의 보편성 강조한 지원책
써야 받는 구조…빈익빈 부익부 현상만

인천시가 올해 3000억원의 캐시백 예산을 투입하는 지역화폐 '인천이(e)음' 정책에서 취약계층이 '수혜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인천e음카드를 쓰지 않는 고령층과 저소득층 3명 중 1명꼴로 “선불 충전금이 없다”고 답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인천e음이 '보편적 지원책'이라고 강조했지만, 현실에선 캐시백의 '빈익빈 부익부'가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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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인천시가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인천e음카드 중심의 경제정책에 대한 시민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인천e음을 사용하고 있다”는 응답률은 54.9%였다. “알고 있지만 사용하지 않는다”는 29.4%, “모른다”는 15.6%로 나타났다.

인천e음 사용률은 연령별로 격차를 보였다. 30대(71.1%)를 비롯해 19~29세, 40대에선 60%가 넘었으나 60대 이상은 26.2%에 그쳤다. 특히 60대 이상 연령층 가운데 45.8%는 인천e음을 모른다고 답했다.

인천e음을 알고도 쓰지 않는 응답자(294명)가 꼽은 이유로는 “다른 카드와 차별성이 없다”(36.2%)가 가장 많았다. 주목할 만한 지점은 인천e음의 특징인 선불 방식이다. 인천e음을 사용하지 않는 응답자 중 19.7%는 “선불로 충전할 현금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특히 60대 이상에선 32.3%에 달했다.

고령층뿐 아니라 저소득층에게도 월 최대 10%에 이르는 인천e음 캐시백은 '언감생심'이다. 인천e음을 쓰지 않는 월평균 가구소득 '200만원 미만' 구간 응답자 가운데 34.6%도 충전할 현금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인천e음은 사용액이 많을수록 캐시백을 많이 돌려받는 구조다. 시는 지난해 3월부터 캐시백 지급률을 기존 4%에서 10%로 올렸다. 매달 50만원을 쓰면 5만원을 돌려받는다. 현금으로 인천e음카드에 충전할 여력이 있고, 씀씀이가 커야 캐시백도 늘어나는 셈이다.

박남춘 시장은 “인천e음 캐시백 10%는 보편적 지원책”이라며 연말까지 지급률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올해 인천e음 캐시백 예산은 1950억원인데, 시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1151억원을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고령층이나 선불 충전금이 부족한 저소득층 상당수는 3000억원 넘게 재정이 투입되는 캐시백 혜택을 누리기가 어렵다는 점을 이번 조사 결과는 보여준다.

시 소상공인정책과 관계자는 “취약계층은 사회복지 사업으로 뒷받침하고 있다”며 “인천e음은 복지가 아닌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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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e음' 캐시백 소득 불평등 확대 부채질 “인천이(e)음 캐시백 10%라는 보편적 지원책이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습니다.”박남춘 인천시장은 2월 실국장회의에서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선별·보편 지급 논란에 지역화폐 인천e음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지난 3월 인천경영포럼 강연에서도 “인천e음은 경제활동인구의 90%가 사용하고, 50만원까지 쓴 돈을 10% 캐시백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며 “인천은 그런 논쟁에 휩싸일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인천시는 코로나19 위기 극복 정책으로 지난해 3월 인천e음 캐시백 지급률을 월 최대 4%에서 10%로 상향했다. 지난해 본예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