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고 있는 얼음빙하 위에 힘들게 버티고 서 있는 북극곰, 해수면 상승과 가뭄, 산불, 홍수 등 기상이변으로 발생하는 기후난민 모습은 이제 결코 새롭지 않다. 전세계 기후과학자 및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IPCC에서 5차례의 공식보고서를 통해 지구온난화는 인간의 활동으로 발생한 온실가스가 95% 원인임을 분명히 한 이후 더 이상 기후변화 찬반논의는 무의미하다.

산업화 대비 1.5도 이내로 지구평균온도를 억제하기 위해 인간이 배출할수 있는 탄소배출량, 즉 탄소예산은 지금의 추세로 가면 10년이 채 남지 않았다고 IPCC는 지난 2018년 송도에서 '1.5도 특별보고서'로 경고한 바 있다. 이제 남는 문제는 이렇게 자연과학자들이 규명해낸 탄소예산을 모두 소진하여 인간의 힘으로 어쩔수 없는 임계점을 넘기 전에 어떻게 각 국가별로 얼마만큼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정하게 배분하여 억제해야 하는지가 사회과학자들의 연구와 선진국과 개도국들의 정치적 합의다.

지난 2015년 파리에서는 개최된 COP(세계기후변화총회)에서 역사적인 파리협약이 체결되었고, 올해는 실질적인 파리협약이 실행되는 첫해가 되었다. 그리고 이 내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COP는 세계기후변화협약(UNFCCC)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1995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다. 개최지는 5대 지역 대륙을 순회하면서 개최된다.

올해는 영국 글래스고에서 COP26가 개최될 예정인데 전세계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도 향후 이 총회를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특히 2023년 COP28 총회는 아태지역에서 개최된다. 이에 정부는 5월30일 한국에서 개최되는 제 2차 P4G 정상회의 때 COP28 한국유치를 발표한다는 소식이다.

현재로는 특별한 경쟁국이 없어 올 연말 한국이 개최도시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전세계 가장 큰 현안이고 가장 많은 국가정상이 참여하는 회의로 수만명이 항상 참석하는 이 행사를 한국이 유치하겠다는 입장은 매우 반가우면서도 이를 계기로 과거 기후악당으로 국제사회에서 비난받았던 한국의 위상을 반전시켜 온실가스 감축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한국이 COP28 유치국이 되는 순간 어느 도시에서 개최될 것인가다. 일반적으로 UNFCCC에서는 총회개최국과 도시를 동시에 발표하는 것이 관례임을 고려하면 각 지자체별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일찌감치 전남 여수, 경기 고양, 제주시 등은 전담조직을 발족하고 타당성 연구용역과 지역정치권과의 협력 등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유치를 원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개최지를 선정함에 있어 주요 고려사항은 수만명이 모이는 만큼 회의시설, 교통과 숙소 등 관련 인프라가 전제조건이고, 특히 개최도시의 기후변화대응 경험과 정책수립 등 글로벌 기후선도 도시라는 서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일단 인프라적 측면에서 인천이 최적지라 판단한다. 국제공항으로부터 15분거리에 위치한 지리적 장점이 우선이고, 송도컨벤시아는 대규모 국제행사를 수차례 치른 노하우와 시설이 완비되어 있다. 또한 숙박이 가능한 호텔과 숙소가 존재하고 부족하면 주변 수도권과의 거리도 가까워 부족한 인프라를 채울수 있다.

인천이 더욱 타 도시보다 우위에 있는 경쟁력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4월 인천시장, 시의회의장, 교육감이 공동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인천기후비상사태를 선포한 후 6월에는 인천시 10개 구_군도 기초지방정부 기후위기비상선언과 2050 탄소중립선언에 참여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11월 인천시는 인천배출량의 40%를 차지하는 영흥석탄발전소의 조기폐쇄를 건의하며 글로벌협의체인 탈석탄 동맹(PPCA)에 가입하였다.

게다가 인천시는 '환경특별시 인천'을 시정 최고목표로 정하고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정책이 진행 중이다. 환경특별시의 핵심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분명히 세우고 모든 정책을 수립, 집행할 때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대응 관점에서 우선적으로 점검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성과는 COP28 유치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아직도 세계 많은 시민들은 인천의 첫 이미지를 떠올릴 때 한국전쟁 당시 상륙작전했던 도시로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기후위기대응 선도도시, 글로벌 기후모범도시 인천의 이미지를 만들어보자. 행정과 전문가, 시민사회의 공동의 노력이 그것을 가능케 할 것이다. 그 출발은 COP28 인천 유치라고 판단된다.

/조강희 전 한국환경공단 기후대기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