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는 미승인국가라는 나라들이 있다. 영토와 국민, 통치자도 있지만, UN이나 대부분의 국가에서 인정하지 않는 나라들이다. 우크라이나 동쪽 도네츠크 인민공화국도 그러한 미승인국가 중 하나이다.

도네츠크는 러시아를 배경으로 2014년 우크라이나 정부에 독립을 선언했다. 러시아조차 나라로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그들만의 대통령, 지역, 국민을 가지고 있고 실질적으로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2만여㎢를 통치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교전 중이다.

백여 명만 테러로 죽어도 온 세계가 발칵 뒤집히는 세상에 한 독재자에 의해서 1만3000명 이상의 젊은이가 죽었다면 이 사건은 전 세계가 규탄하고 중지시키는 것이 맞다. 요즘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러시아군 증강 배치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014년 이후 계속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는 간헐적으로 전투가 벌어져 많은 사상자가 나오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정부는 올해 들어 반군과의 전투로 32명이 사망했고 85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반군 측의 휴전 위반 건수가 월 200건이 넘는다고 발표했다. 다급해진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아무 조건 없이 만나자고 제의했지만, 푸틴은 묵묵부답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에도 자원군으로 동부지역 전선으로 나간 학생 2명이 사망해 그들의 이름을 따서 교실 이름을 붙였다.

2014년 크림 강점과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전쟁으로 우크라이나는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보고 있다. 1달러에 8그리브나 하던 환율은 요즘 1달러당 27그리브나로 7년 사이에 3.5배 폭락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2014년 1달러당 35루불이던 환율은 2021년 현재 75루불로 2배 이상 폭락했으며 미국 및 서방의 경제 제재로 수입 생필품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이러면서도 푸틴은 계속 반군을 지원할 것인가? 러시아군 포로가 있고 위성 사진으로 러시아군의 배치나 이동을 전 세계가 보고 있는데도 푸틴은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에 없으며 정부에 반대하는 분리주의자들이 전투를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지정학적으로 우크라이나는 유럽과 러시아의 다리이다. 제정 러시아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소러시아로 통칭했었다. 1991년 독립 후에도 대부분의 사람은 러시아어를 사용했고 버스_기차_비행기 등 모든 국경이 열려 있었고 비자도 필요 없었다.

그러다 2014년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자는 민족주의 성향의 정파들을 중심으로 극렬한 시위가 일어나 친러 성향의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몰아냈고 친 서방 정권이 들어서 우크라이나는 친 유럽 성향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러시아와는 국경을 닫았고 양국은 항공기 이착륙을 금지했으며 엄격한 국경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1991년 해체된 바르샤바조약기구의 회원국이 거의 NATO에 가입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마저 나토에 가입한다면 러시아는 턱밑에 칼을 두는 형국이 된다.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나토 회원국과 국경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1990년 동독의 드레스덴에서 KGB 중령계급을 달고 동서독의 문제와 서방과의 관계를 숨죽이고 지켜본 푸틴으로서는 냉정한 국제사회의 힘의 논리와 무력분쟁에 관한 정보를 학습했을 것이다.

1991년 독립 당시 세계 3위 핵보유국이던 우크라이나는 1994년 미국_러시아_영국과 우크라이나 영토를 보존한다는 부다페스트 안전보장 각서에 서명하고 모든 핵무기를 러시아에 이양하고 폐기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강점했고 동부지역 전투에서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이나 서유럽에서 보여주는 미온적인 태도는 약소국의 설움을 그대로 드러낸다.

5월1일은 구(舊) 사회주의권의 최대 국경일인 노동절이고 2일은 정교회 부활절이며 9일은 대독 승전기념일이다. 화창한 봄 연휴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에도 평화가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김석원 국립키예프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