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상생, 상생…수도권매립지 논의에 주민이 있었나

-매립지 소유권 이전 … 정치권 단골 레퍼토리
송영길 시장때부터 위탁운영·종료 외쳤지만
10년 지나도 그대로 … 전임 시장 무능 탓만
오히려 그때마다 SL공사 레저단지 조성 등
지역사회 환원 약속하며 당근책으로 유인

-민선 7기 종료 정책도 성공 미지수
에코랜드 소각재만 묻어 소형화한다지만
소각장 뒷받침돼야 가능 … 현 시설로는 역부족

-SL공사 제1의 가치 주민임을 잊지 말아야
주민과 관계서 공사 태도는 주객 뒤바뀐 형국
상생협약서 한낱 종잇장으로 생각하는 건
낙하산 인사 등 '관성'에서 비롯된 문제

지원금만 주면 된다는 안일한 인식 깨뜨리고
편익시설 수익금 운영 등 꼼꼼히 지켜보며
지역의 권리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

“수도권매립지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오는 13일 취임식을 앞둔 김동현(58) 수도권매립지 주민지원협의체 위원장은 핏대를 세운다. 사람들 앞에서 좀처럼 남 얘기를 하지 않는 참한 성격이지만 말(言) 머리가 수도권매립지 종료 여부로 돌아갈 때 그의 쓴소리는 거침없다.

“정치권 안팎에서 '(수도권매립지의 매립의) 종료냐, 연장이냐'를 놓고 찧고 까불 때 인천·경기·서울 3개 시·도 어느 누가 수도권매립지 영향권 주민들과 터놓고 얘기해 본 적이 있느냐?”고 꼬집는다.

김 위원장은 1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일들을 훑어봤다. 정치인들의 말은 들뜬 화려함이었다. 그들의 말대로 이루어짐은 여태껏 없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인천시장 시절을 회상한다. 송 대표는 수도권매립지 매립면허권을 국가가 환수하고, 인천시가 SL공사 대신 위탁 운영해야 한다고 주창했다. “서울시 스스로 자체 매립지 만들어 사용하라”며 수도권매립지 사용연장 불가 방침을 명확히 했다. 2016년 사용 종료는 맥없이 무너졌다. 위탁운영권 획득도 실패했다.

SL공사도 덩달아 널뛰었다. 2014년 9월 외국인 투자자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수도권매립지에 대규모 복합레저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1매립장과 경인아라뱃길 남측 터 515만3000㎡에 워터파크, 백화점, 리조트, 복합상업단지 등을 조성하는 거대 프로젝트였다. 총사업비 5조1000억 원의 절반가량인 2조7000억 원을 외국인 투자자가 대기로 했다. 당시 송재용 SL공사 사장은 “지역사회에 기여가 가능한 글로벌 테마파크 조성사업을 추진해 대한민국 '창조경제'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사명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수도권매립지 종료를 해결하지 못한 것은 전임 시장의 무능 탓이라고 폄훼한 유정복 전 인천시장도 매립 종료를 이끌지 못했다. 2015년 6월 28일 유정복 전 인천시장, 윤성규 전 환경부 장관, 박원순 전 서울시장,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가 서울 더케이 호텔에서 만났다. 그해 1월 9일 4자 협의체가 합의한 '수도권매립지 정책 개선을 위한 선제적 조치'의 마무리였다.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에 앞서 소유권과 면허권의 인천시 이양, SL공사의 인천시 이관, 수도권매립지 주변 지역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정책 추진 등의 내용을 담았다. 제3-1매립장(103만3000㎡) 기반시설공사 착공을 4개월 정도 앞둔 시점이었다. 역시 이때도 2016년 수도권매립지 종료는 쏙 빠졌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지난해 11월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 대비 친환경 자원환경시설 건립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인천형 자체 매립지인 '에코랜드' 예비후보지로 '옹진군 영흥면 외리 양식장 일대를 꼽았다. 2014년 12월 발표한 5개 후보지 중 한 곳이다. 전체 터 89만4925㎡ 중 14만8500㎡ 규모로 매립시설을 만들고 하루 평균 발생 소각재 161t을 묻어 40년간 사용하겠다는 복안이다. 김 위원장은 인천시 정부의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 방침이 영 미덥지 않다. 아무리 소각재만 묻어 소형화를 추구한다고 하지만 주먹만 한 매립시설로 뭘 하겠다는 것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 “영흥 에코랜드가 제대로 기능을 하려면 전처리시설인 소각시설이 충분해야 하는데 어디 그런가?” 김 위원장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인천이 10여 년간 수도권매립지 종료를 외치는 동안 서울시와 경기도는 '먼 산의 불구경' 식이었다. 자체 매립지나 소각시설 갖추기를 외면했다. 그러면서 수도권매립지 종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떼를 쓰고 있다. 뻔뻔하고 염치없는 노릇이라고 김 위원장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은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 씀씀이의 실종에 혀를 찬다. 남의 집 앞마당에 쓰레기를 버렸으면 빈말 따위라도 “미안하다”며 다가오는 척을 할 법도 하련만 “돈 주고 버리는데 뭔 상관이냐”며 되레 펄쩍 뛰는 낯두꺼움에 아연하다.

“그저 말로만 '상생, 상생'을 외치지 말라.” 그는 눈을 씻고 봐도 '상생'의 현실을 찾을 길 없다. 주민지원협의체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의 관계에서 주객(主客)이 뒤바뀌었다고 나무란다. 말 그대로 수탁기관인 SL공사의 임무는 3개 시도 쓰레기의 안정적 처리다. 궁극의 목적은 수도권매립지 주변 지역 주민을 위한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이다. 현실은 위에 있어야 할 주민의 환경권이 쓰레기 처리에 밑에서 눌려있다. “SL공사가 주민 위에 군림하려 든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주민과 맺은 상생협약서는 한낱 종잇장쯤으로 여기는 것은 'SL공사의 관성'에서 오는 게 아닐까?”하고 의심할 정도다.

김 위원장은 지역 정서와 어긋난 낙하산 인사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SL공사 감사는 서주원 사장의 동향 후배로 사장처럼 환경운동가 출신이다. 상임이사는 경기도와 서울시 전·현직 단체장과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인물들이다. “인천시는 4자 협의체서 용인한 SL공사의 감사 추천권 등 경영 참여 확대를 위한 주어진 권한도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은 씁쓸함을 감추지 않았다.

“주민의 권리를 찾는 데 걸림돌을 치우겠다.” 그는 주민지원협의체는 임의단체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법정기구라는 점을 강조한다. “고깃덩어리 던져 주고 삶아 먹든 구워 먹든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더는 두고만 볼 수 없다.” 주변 지역 주민지원금을 두고 하는 그의 말이다. 2012년 10월 주민지원협의체 위원장과 조춘구 SL공사 사장, 유영숙 환경부 장관은 '수도권매립지 골프장에 관한 주민상생협약서'를 맺었다. 주민과 SL공사가 상생협의회를 구성해 골프장 운영방식을 결정하고, 수익은 전액 주변영향 지역주민들과의 상생을 위한 지원사업에 사용한다는 내용이었다. 골프장 연간 매출액은 연간 150억∼160억 원에 이르고, 수익은 30억∼40여억 원에 달한다. “골프장 운영 수익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눈여겨보겠다.” 김 위원장은 비단 골프장뿐만 아니라 수영장, 승마장 등 편익시설에도 주목할 작정이다. 편익시설에서 주민 일자리를 만들고, 수익금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눈을 부릅뜨겠다는 것이다.

그의 눈에는 주민지원금도 거슬린다. 주민지원금은 반입료의 10%로 연간 150억∼180억여 원에 달한다. 지원금은 가산금(반입료의 50%_ 2016년 1월∼2020년 6월까지 3599억 원)에서 빠져 있다. 같은 반입 쓰레기이지만 가산금에 주민지원금은 없다.

“1000만 그루 나무 심기와 스마트 팜 계획으로 주민들을 조경 전문가로 키울 수 있고, 안암유수지의 생태공원으로 조성해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은 필요하다면 더 많은 편의시설을 유치하겠다는 각오다.

김동현 위원장은 1991년 그때의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심사다. 정부는 준공(1992년 2월 28일)도 떨어지지 않은 제1 매립장(409만㎡)에 쓰레기 반입(그해 2월 10일)을 밀어붙였다. 김 위원장은 원칙도 기준도 없는 정부의 횡포를 몸으로 막으며 싸웠다.

/박정환 기자 hi2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