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조폭 리더십이 형님 리더십으로 미화되고, 양아치 리더십이 사이다 리더십으로 둔갑하는 나라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글을 올렸다.

짧은 문장이지만 품격이 많이 떨어지는 말들이 등장했다. '조폭'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양아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가리킨다는 데 이견이 없다. 홍 의원은 최근 검찰에 대해 “조폭 같은 의리로 뭉쳐 국민 위에 '영감'으로 군림했다”고 했고, 이재명 지사에 대해선 “양아치 같은 행동으로 주목을 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

국민의힘 복당이 이뤄지는대로 차기 대선 채비를 하려는 홍 의원이 대선 유력주자로 떠오른 윤석열과 이재명을 저격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검찰은 오래 전부터 조직문화가 조폭 같다는 얘기를 들어왔기에 면역이 생겼다 치더라도, 졸지에 양아치 취급받은 이재명은 매우 불쾌했을 것이다.

속된 말로 좀 논다는 세계에도 급이 있는데 대충 조폭-깡패-양아치 순이다. 그만큼 양아치는 건달 중에서도 가장 하질 취급받는다. 그런 '양아치'가 요즘 시도때도 없이 등장하고 있다. 양아치 보수, 양아치 진보, 양아치 노조, 양아치 언론 등. 물론 일부 세력의 이중성을 질타하는 말이겠지만, 표현이 너무 적나라하다.

말의 저급성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형편없는 사람으로 몰아칠 때 양아치는 상당한 용도를 발휘한다. 상대를 노골적으로 자극할뿐 아니라 제3자에게도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효능이 있다. 그래서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 나라의 대선 주자가 다른 대선 주자를 흠집내기 위해 끌어들인 것은 우리 정치계 수준을 대변한다. 사족이지만, 양아치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북한이다. 하는 짓은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없고, 남한 측에 내놓는 성명을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깡패들이 쓰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산악회 회원 중에 50대 여성이 있다. 산을 잘타고 언행이 씩씩해 산행 후 식사 자리에서 술김에 농으로 “남자로 태어났으면 양아치가 됐을 것”이라고 했는데 그게 실수였다. 다음날 새벽 그녀로부터 문자가 왔다. “양아치 뜻=1. 품행이 천박하고 못된 짓을 일삼는 사람. 2. '거지'를 속되게 이르는 말.”

전화번호조차 모르는 사이라 잘못 보내진 문자로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사전을 찾아보고) 양아치라는 말에 몹시 분했던 모양이다. 양아치의 사전적 의미를 그때 분명히 알게 되었다. 충고하건대 양아치라는 말을 함부로 쓰면 안된다. 스스로 품격이 떨어지거니와 사달이 나기 마련이다.

 

/김학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