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미래교육 '학교 밖 교실'의 터를 닦다

공교육 믿음 높은 지역답게 총 127명 참가 열기 후끈
안산 특색 반영한 교육으로 '혁신지구' 꼽고 연구용역
사업 성공 위해 시즌 3 '지역공동체 안착' 필요성 도출

지난해 구성된 안산혁신교육포럼은 안산지역 교육현안을 이끌어가는 브레인 역할을 맡고 있다. 안산시는 유치원 85교와 초등학교 55교, 중학교 30교, 고등학교 24교, 특수학교 2교 등 196개 학교가 모여있는 지역이다. 학생 수 7만6575명, 교원 수 5484명 등 학부모들 제외하고도 학교 구성원은 안산시 전체 인구 65만5859명(3월 기준)의 12.5%에 달한다. 안산을 지나며 보는 사람 8명 중 1명은 매일 학교로 가고 있는 셈이다. 또 안산지역 학교들은 대다수가 공립학교다. 유치원을 제외하고서 사립 초·중·고·특수학교는 11곳에 불과하다. 학원가 등 사교육도 발달해 있지 않다. 그래서 지역사회와 학부모들의 공교육에 대한 기대가 상대적으로 높다.

안산시장, 시의회 의장, 안산교육지원청 교육장이 공동의장을 맡은 안산혁신교육포럼에는 총 127명이 참여했다. 학교와 교육청은 56명, 지방자치단체와 입법기관에서는 20명이 참여했으며 특히 시민사회단체와 주민자치단체에서 51명이 함께하고 있다. 지난해 안산혁신교육포럼은 올해 시작된 혁신지구 시즌3 사업 내용을 보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치열한 논의를 진행했다. 안산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가 지역사회와 함께하기 위해서는 학교가 지역에 관심을 갖고 지역도 학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안산혁신교육포럼은 지역과 학교가 서로 아이를 위해 고민하는 협의체”라고 말했다.

 

#혁신교육지구 사업 보완을 위한 연구용역 … 교육공동체 “혁신지구 사업 내실화 필요” 한목소리

안산혁신교육포럼은 미래교육을 위한 지역과 학교의 협의 방안으로 가장 중요한 것을 혁신교육지구 사업으로 봤다. 혁신교육지구 사업이 안산 지역 특색을 반영한 '빛깔있는 교육'을 실현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포럼을 통해 혁신지구 사업에 대한 인식 확대를 추진했다. 논의에는 시즌2 사업의 부족한 점과 보완점을 도출한 '안산혁신교육지구 시즌3 추진 방안 수립 연구용역' 결과가 바탕이 됐다. 연구는 경기도교육연구원에 2019년 의뢰해 결과를 받았다. 보고서는 안산 혁신교육지구 시즌2 사업의 성과와 개선 과제를 도출하기 위해 현황 분석과 성과 및 요구 분석, 전문가 의견 청취, 추진 방안 수립 등으로 진행됐다. 설문조사와 면담조사에서는 안산 혁신교육지구 사업의 지속성을 바라는 다양한 교육 주체의 목소리가 나왔다.

진로교육에 대해서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 내실화와 강화 필요성을 요구했다. 학생은 음악 교육과 체육교육, 학부모는 성교육을 혁신지구 사업을 통해 강화해야 한다고 꼽았다. 교사들도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업무 경감에 대한 요구를 내놨다. 사업 내용의 검토와 내실화, 체계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도 다수가 동의했다. 면담조사에서는 학생들이 보다 다양한 교육 기회를 가질 수 있는 혁신교육지구 사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확인됐다. 또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학교와 지역 간 교류가 확대되고 지역 교육 자원들이 발굴됐다는 점도 사업의 성과로 여겼다.

반면, 학교 구성원과 학부모들에게 혁신교육지구 사업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점은 보완점으로 지적됐다. 또 외부 강사의 교육 역량 제고와 지역 교육 자원 활용이 어렵다는 것도 고민점 이었다.

 

#안산 혁신교육지구 시즌3 목표 '협력적 지역교육 공동체 구축'

보고서는 안산 혁신교육지구 시즌3의 목표를 협력적인 교육 거버넌스를 구축해 지역교육공동체를 안착시켜야 하는 것에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사업 재구조화를 통한 기존 사업의 지속적인 보완 ▲혁신교육 협력센터의 강화 ▲학습공동체와 진로체험지원센터의 사업 융화 등을 내놨다. 또 신규사업으로 ▲안산형 진로교육과 디지털 리터러시 및 미디어 비평교육 ▲자치와 협력 영역에서 안산형 민주시민 교육과 교육 주체화 사업 ▲학생 정신건강 안전망 사업 및 체육 교육 등을 제안했다. 특히 안산시 지역교육 거버넌스 구축을 강조했다. 거버넌스는 마을로 단계를 나누어 각 운영위원회와 혁신교육협력센터 및 실무협의회를 두고, 마을과 학교에 필요한 사업을 구상하고 논의해 실행할 수 있는 틀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안산형 마을학교' 밑그림 완성

 

타지역 교육공동체 노하우 수집 등 위해 7차례 포럼 열고

혁신지구 시즌 3 반영 가능 프로그램 및 체계화 방안 수립

안산품은학교 확대 운영·내고장알리기 심화과정 도입 등

 

안산혁신교육포럼은 지난해 혁신지구 시즌3 보완을 목표로 사업별 평가와 보완점을 논의했다. 7차례에 걸친 회의를 통한 미래교육에 대한 고민은 혁신지구 시즌3 사업에 반영되기도 했다.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위한 포럼논의

지난해 12월 22일 안산 단원구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2020 언택트 안산혁신교육포럼'은 그간 7차례에 걸친 포럼의 논의를 마무리하는 회의였다. 1부 기조강연에서는 도봉구 마을교육활동가이자 컨설턴트인 김미영 보드랑 대표가 '창1동 마을교육공동체 구축 사례'를 발표를 통해 마을교육공동체 노하우를 공유했다. 2부 패널토론에서는 안산 지역 마을교육에 대한 심화 논의가 진행됐다. 안산 은새미로 마을학교 김은주 대표는 '마을배움터'를 주제로 마을이 함께 성장하는 마을공동체를 강조했다. 온새미로가 있는 안산동은 약 9000명이 사는 작은 마을이다. 온새미로는 안산초등학교의 정규 과정에 편성된 '숲 체험' 프로그램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그러면서 마을에 부족한 문화·교육적 혜택을 보완하기 위해 주민 스스로 소소한 문화 활동을 시작했다. 마을영화와 물총놀이, 플리마켓 등을 진행해 마을공동체로 거듭나고, 학교와도 함께 우드버닝, 멘토 수업, 진로교육 등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마을교육공동체는 선생님과 학부모의 신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마을 전체가 놀이터도 되고 학교도 될 수 있는 안전한 교육공동체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원일중학교 신대광 수석교사는 마을과 함께하는 학교교육 방안을 제안했다. 신 교사는 마을교육공동체 구성을 위해서는 학교가 담장을 낮추고 마을과 함께 인적·물적 자원을 함께 활용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봤다. 좋은 사례로는 마을과 함께하는 역사인권교육, 신길동 신길선사유적공원을 중심으로 한 선사축제 등을 제시했다. 이외에도 송호중학교 오지연 학부모, 안산성호중 1학년 유지우 학생 등이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를 두고 논의를 했다.

이동흡 안산교육지원청 교육장은 “교실과 교과서, 선생님, 학교 울타리의 한계를 넘어서 마을과 지역, 학생들이 체험하고 활동하는 지역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교과서이고 선생님이고 교육의 소재가 된다”며 “이것이 미래교육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안산형 마을학교' 등 혁신지구 시즌3 반영된 포럼의 고민

안산혁신교육포럼은 지난해 치열한 논의 결과를 올해 시작된 안산혁신지구 시즌3 사업 내용에 반영했다. 우선 교육공동체로부터 평가가 높았던 '안산품은학교'를 체계화하고 확대 운영한다. 그간 사업은 '내고장알리기', '민주시민교육', '생태환경교육' 파트로 나눠 진행됐다. 내 고장 알리기는 안산문화원 등과 연계해 지역사회의 역사와 다문화거리 등을 학생들이 체험을 통해 알아가는 과정이다. 민주시민교육은 안산YMCA 등과 함께 중고생이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생태환경교육에서는 풀뿌리 환경단체들이 학생들과 함께 자연의 중요성을 알아가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시즌3에서는 이들 사업 프로그램의 수를 늘리고 초·중·고 등 급별 학교에서 아이들이 연계된 교육 및 체험을 받을 수 있도록 사업을 체계화한다. 예컨대 초등학교에서 갯벌체험을 했다면 중학교에서는 해양오염 문제에 대한 체험 등 보다 심화한 체험을 하는 식이다.

학교현장에서 요구가 많았던 '지역강사풀' 문제에 대해서도 해법이 나왔다. 안산인재육성재단이 주도로 안산지역 내 강사 풀을 만들고 이를 학교에 제공해 원하는 체험을 지역 강사를 통해 진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재단은 학교로부터 조사결과를 받아 보유한 인적 인프라를 활용해 강사풀을 만든다.

'안산형 마을학교'는 지역과 학교의 연결방안으로 내놓은 핵심 사업이다. 마을활동가와 마을동장, 학부모 등 마을자치를 이뤄가고 있는 주체들이 직접 학교 안으로 들어가 학생들과 함께 활동한다. 구체적으로는 안산시가 학교에 혁신지구 사업을 통해 예산을 주고 학교가 마을활동가, 비영리 시민단체 등과 직접 계약하는 방식이다. 사업을 통해 마을자치 주체들이 학교 안에 들어오며 자연스러운 민주시민교육과 학생들의 정주의식 함양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4개 학교가 '안산형 마을학교' 정식 운영에 들어갔고 5개 학교가 준비하고 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