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발 고속철도로 한반도 교통 중심축 도약을


1830년 리버풀-멘체스터 간 노선 시작으로
세계 곳곳 깔린 철도, 현재까지 지구 혈관 노릇
경인철도, 한양 수운 대체…신문물 통로 역할

인천시 외곽 위치한 공항철도 접근성 떨어져
인천공항서 평양·원산 1시간 내 접근 가능토록
남북교류협력시대 대비한 연계교통 도입해야

'하멜씨는 네덜란드 치유농장을 운영하는 네덜란드 농부이자 의사다. 그는 지난 몇 년간 한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치유농원과 관련된 컨설팅을 하기로 전북 익산 소재 선인농원과 계약을 맺고 한국 출장을 준비 중였는데 한국에서 추가 업무를 의뢰하는 연락을 받았다. 추가 업무는 한국 남부지방의 강진과 평양 근교의 치유농장과 관련된 컨설팅, 그리고 한국 동북쪽에 있는 개마고원의 국제건강휴양도시의 농업 부분 자문에 관한 것이었다. 게다가 그동안 컨설팅해주고 있던 러시아 연해주 지역 우수리스크 농장과 중국 옌볜의 농장에서 한국에 오는 길에 들러달라는 연락까지 받았다. 이처럼 복잡한 일정의 출장을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서 한국 측 의뢰인은 인천의 한 여행사에 여행안내를 하도록 조처를 한 덕분에 그 여행사로부터 여행안내를 받게 되었다. 3번의 회의가 송도국제도시에서 개최되고 출장 업무를 마치고는 강화도에서 하루를 보내도록 일정이 짜여 있었다. 하멜씨가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입국 수속을 하는데 전자여권 덕분에 빠른 시간에 입국장을 통과했다. 익산 선인농원 관계자가 급한 일이 생겨 마중을 나오지 못한다고 한 터라 초행길을 어떻게 갈지 조금 걱정을 하면서 입국장을 나서는데 스마트폰에 환승 안내가 떴다. 인천국제철도역에서 호남선 KTX를 타면 된다는 것이고 승차권은 스마트폰으로 전송됐다. 인천국제철도역은 공항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두 번째 정거장에 있는 데 5분 걸렸다. 여행 가방은 자동수하물시스템으로 KTX에 옮겨진다고 하니 휴대용 가방만 들고 이동하면 된다. 익산역에 도착해 홈에 대기하고 있으니 홈 승강장에 자율주행 차가 하멜씨의 짐을 KTX로부터 받아 싣고 그가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와 문을 열어 주었다. 자율주행 차에 타자 자율주행 차는 전용도로를 따라 익산 시내를 통과해 일반도로로 진입, 농경지와 야산이 어우러진 멋진 길을 자율주행으로 이동했고 하멜씨는 아름다운 한국의 농촌 풍경을 만끽하며 선인농원에 도착했다. 이후 하멜씨는 송도국제도시에서 회의를 마치고 강진, 평양, 개마고원, 그리고 러시아와 중국을 인천국제철도역사를 통해 이동했다. 그리고 마지막 일정을 세계적인 갯벌이 펼쳐진 강화도에서 휴식을 취한 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한국 출장 일정을 잘 마무리 했다. 하멜씨는 귀국해 인천국제철도역 때문에 출장이 차질 없이 진행되었고 더구나 편리하고 안전하며 쾌적한 KTX는 잊지 못할 좋은 교통시스템이었다고 칭찬하며 한국에 가면 인천국제철도역을 이용하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 시나리오는 미래의 교통시스템이 인천국제철도역에 어떻게 적용될 것인가를 가정해본 것이다. 이미 현실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예측이며 인천의 미래상 중 하나다. 인천이 한국철도의 시발지였던 것과 같이 세계로 확장하는 제2의 철도교통혁명의 시발지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경인철도는 왜 한반도에서 최초로 부설됐나

철도가 세상에 처음 등장한 곳은 영국이다. 1830년 리버풀-멘체스터 간 철도 개통은 세상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는 중요한 사건이었고 이를 출발점으로 철도는 세계 각 곳으로 확장되어 현재까지 지구의 혈관 노릇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왜 리버풀-멘체스터 구간이었을까? 여러 가지 종합적인 이유가 있었겠으나 가장 결정적이었던 것은 화물운송이었다.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빠르고 안전하게 운송할 수 있었던 철도는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지역에서 필요한 운송수단이었기에 철도 탄생의 기술적 바탕이 있는 영국의 리버풀-멘체스터 지역에서 시작된 것은 당연했다.

19세기 후반 대한제국 시기의 인천과 서울에선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이 한반도에서 이익을 추구하려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다. 일제의 침탈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인천은 제물포조약 이후 개항되고 청•일의 조계지와 서양 여러 나라의 영사관이 들어서게 된다. 이후 외국으로부터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는 통로가 됐고 해외무역과 함께 새로운 산업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특히 대한제국의 중심이자 핵심인 한양과는 가장 가까운 항구라는 점이 중요했다.

한양은 경인선이 개통되기 전에는 한강을 통한 수운으로 물자를 수송하였으니 이는 세계 각국이 철도 이전에 운하를 이용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니 개화와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경인철도의 부설이 중요하고도 시급한 사업임은 당연했다. 이후 경인철도는 개량과 증설을 거듭한 끝에 복복선화 되어 오늘에 이르렀고 여러 노선의 도시철도로 촘촘히 엮여 서울~인천 간 교통의 중심 역할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인천, 고속철도 도입으로 세계화 꾀해야

그럼 이제 인천의 철도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오늘날 해상운송은 여전히 무게가 많이 나가는 대형·대량의 화물운송 중심에 있다. 그러나 경량, 소형, 신속한 운송, 그리고 여행객은 대부분 항공을 이용한다. 인천공항이 운영되기 전까지는 인천은 항구와 공업시설이 주력산업이었다. 그러나 국내에서 부산을 비롯한 많은 항구가 현대식으로 개발되고 연계교통의 발달로 인천항의 독점시대는 저물었다.

이제 인천은 새로운 시대를 꿈꾸어야 한다. 그리고 그 새로운 시대를 여는 열쇠 중의 하나가 바로 인천의 근대화를 촉진했던 철도다. 현재 인천시 중심에서 서울 또는 지방을 연결하는 고속철도는 미비하다. 비록 인천발 KTX가 건설 중이고 인천공항철도가 운행 중이기는 하나 인천시 입장에서 보면 불편하고 외곽에 위치하여 접근성이 떨어진다. 그리고 향후 남북교류협력시대가 열리면 인천공항에서 평양을 최단거리로 접근할 수 있는 연계교통 즉 고속철도를 도입하지 않으면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이동하여 국제철도와 환승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게 될 것이다. 특히 평양 인근에 인천공항 수준의 국제공항을 건설하는 것은 비경제적임을 고려하여 인천공항에서 평양, 또는 원산까지 1시간 이내에 접근할 수 있는 고속철도를 도입한다면 인천은 명실상부 한반도 교통의 중심축의 하나가 될 것이며 이는 곧 세계의 중심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하편으로 이어짐)

/이상행 (사)남북사회기반시설 협력 네트워크 이사장·기획전문위원

/정리=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