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는 과거 한국이 빠른 경제성장을 하면서 그 이면에 숨겨져 있던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 갈등, 지역 내 곯은 상처로 고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근접한 방법으로 지목하는 것이 바로 마을 공동체다. 마을 공동체는 같은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함께 '같이 잘 사는' 방법을 만든다.

마을에 공동냉장고를 만들어 음식을 '공유'하는 수원시 공유냉장고 사업, 마을이 함께 아이를 기르는 경기도교육청 '꿈의학교' 등이 그 예시다.

그러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아파트 신축으로 오히려 공동체가 붕괴하고 있는 마을이 있다.

용인 기흥구 마북동 일대는 '교동마을'로 불린다. 과거 아이들을 가르치는 향교가 있던 곳이라는 뜻이다.

작은 시골 마을이었던 교동마을은 2000년대 초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도시화가 진행됐다.

마북동 바로 아래편 언남동 일원에서도 2010년초 지역주택조합이 만드는 아파트 공사가 추진됐다.

지역주택조합이 만드는 아파트가 모두 전용면적 85㎡(25평형) 이하인 점을 보더라도, 소시민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사업을 추진했으리라 그려진다. 사업 추진 당시만 하더라도 수익성도 그리 높지 않았다.

조합은 699세대 규모 아파트를 지으며 지역사회에 각종 인프라를 기부채납하기로 했다. 기부채납 제도는 공동주택 등을 만들며 생기는 각종 교육과 여가, 교통 수요를 사업자가 충족해 지역에 기부하는 제도다.

조합은 지난 2018년 아파트 용적률을 200%에서 240%로 올리는 대신 인근 3-6대로와 아이들이 갈 교동초등학교 증축, 체육공원 등을 만들어 지역에 기부채납하기로 했다.

교동초는 기부채납 약속을 믿고 시급했던 급식실 증축과 조리기구 확충, 학교 시설 현대화 사업 등도 보류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마음이 변했다. 아파트는 올해 7월30일 준공을 앞두고 있지만, 기부채납하기로 한 인프라는 모두 착공도 하지 않았다.

특히 교동초 증축에 대해서는 '증축 자체가 필요 없다'는 주장을 펴 마을 주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교동초 증축은 조합과도 무관하지 않다. 조합이 짓는 아파트에 들어올 조합원들도 교동초에 아이를 보내야 한다. 학교에 약 130~200명이 입학하거나 전학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학교를 짓지 않는다는 입장은 학부모들에게 '배신'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교동초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아이들을 절대 받아줘서는 안된다”, “조합을 신뢰할 수 없다”, “본인들 이기심에 아파트를 지어놓고 마을에 해악이 되고 있다”는 날선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지원청은 시에 아파트 공사중지를 요청했다. 공사가 중지되면 조합원도 막대한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마을 공동체 회복을 위한 조합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김중래 경기본사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