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9사단, 점용료 한 푼 안 내고
민통선 600㎡ 장병 소초 사용

행정절차 허술…형평성 어긋
주민 “일반인과 똑같이 적용해야”
군부대가 20여년째 민간 소유 토지를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지만 소유자인 농어촌공사가 묵인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 왼쪽은 군부대가 구거부지에 무단으로 설치한 펜스. 멀리 철책 최전방 군 초소가 보인다./사진=독자제공
군부대가 20여년째 민간 소유 토지를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지만 소유자인 농어촌공사가 묵인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 왼쪽은 군부대가 구거부지에 무단으로 설치한 펜스. 멀리 철책 최전방 군 초소가 보인다./사진=독자제공

군이 민통선에서 농어촌공사의 구거부지를 수십여 년째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음에도 관련기관이 묵인하고 있어 논란이다.

18일 군과 농어촌공사 파주지사에 따르면 육군 9사단은 민통선에서 철책 경계근무를 하면서 장병들의 숙소인 소초를 운영하고 있다.

이 소초에서 숙영 중인 장병들은 휴전선 철책 근무 장병으로 이곳에서 숙식을 하고 있다.

문제는 군이 소초를 운영하면서 농어촌공사의 구거부지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이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는 곳은 농어촌공사 소유의 대동리 518-1번지로 군은 848㎡ 중 600여 ㎡를 사용하고 있다.

농어촌공사는 지난 2001~2003년까지 민통선 내 농지의 침수가 반복된다며 '만우지구 배수 개선 사업'(수로 확장 사업)을 진행했다.

당시 공사는 군과 협의해 장병들의 추락사고 방지와 상부 공간 활용 등을 목적으로 복개형 수로를 설치했다.

이후 군은 이곳에 농어촌공사와 점용허가 등 행정적인 절차 없이 체육시설과 컨테이너, 펜스 등 시설물을 설치해 사용 중이다.

군은 20여 년째 구거부지를 사용하고 있지만, 점용료는 한 푼 안 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토지의 사용은 당시 공사가 진행될 때 한국농어촌공사와 부대 간 상호 협의를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무단점유라고 볼 수 없다”면서도 “토지 소유주인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사용 간의 문제점을 제시할 경우 상호 협의를 통해 적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십여년 동안 군이 무단으로 구거를 점유했지만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농어촌공사도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일반인의 경우 구거를 무단으로 점유할 경우 공시지가의 120%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을 보면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민통선을 출입하는 한 농민은 “군이 나라를 지킨다는 명분을 내세워 민통선에서 불법을 저지르고 있고 농어촌공사는 이를 묵인하고 있다”며 “농어촌공사는 군을 상대로 일반인과 똑같은 행정절차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농어촌공사 파주지사 관계자는 “해당 구거에 군이 점용하고 있지만, 점용료 부과는 없었다. 최대로 점용료를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은 5년이기 때문에 측량 등 절차를 거쳐 적절한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다.

/파주=김은섭 기자 kime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