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다.

4월 재보궐선거가 끝나자마자 여야 정치권이 바짝 몸을 낮췄다. 21대 국회 출범 이후 “개헌 외에는 못할 것이 없다”는 식으로 독주했던 여당과 “뭐든 딴지를 걸고 보자”는 식의 야당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이번 재보선이 비록 일부 지역에서 치러진 선거이지만 '민심의 바다는 배를 띄울 수도 있고, 언제든 뒤집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잊지말아야 할 것이 있다. 정치권의 이같은 변화는 결코 재보선 결과 때문만이 아니다. 여야 정치권이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이유는 1년 앞으로 차기 대선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정치권의 반성과 쇄신을 더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 정부는 인적쇄신과 정책기조 수정을 통해 민심을 되돌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오는 16일 원내대표 경선과 다음 달 2일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가장 분주한 쪽은 당이다. 초선 의원들을 필두로 재선의원들까지 가세해 당의 쇄신을 주문했다.

후보 단일화를 통해 완승을 거둔 야권도 통합을 위해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재보궐선거 이후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낡은 보수의 껍질을 과감히 버리고 변화와 혁신의 주체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의힘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주도했던 중도 노선을 유지하면서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 급선무다.

하지만, 야권통합 논의과정에서 벌써부터 잡음이 흘러 나오고 있는데다, 차기 지도부 구성을 앞두고 해묵은 계파갈등까지 불거질 조짐이다.

성경에는 '새 옷감을 낡은 옷에 깁지 말고, 새 술을 헌 부대에 담지 말라'는 가르침이 있다. 정치권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상우 정치2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