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된 아이들이 관객 …그리움 풀어낼 수 있었죠”

목공소·합창단 등 세상밖으로
▲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 단원들이 연극 '장기자랑' 공연을 하기에 앞서 세월호 리본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4.16 가족극단 노란리본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지 벌써 7년.

'세월호' 세글자만 들어도 풀썩 주저앉던 이들이 7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단단해지고 굳건해졌다. 2021년 4월, 희망으로 슬픔을 지워가는 4·16 가족들은 극단, 목공협동조합, 공방, 합창단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상 밖에 나왔다.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수인(당시 단원고 2학년)이 엄마, 김명임(54)씨는 “아직도 여전히 세상과 단절한 채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계신 유가족분들이 계세요. 저희도 자식을 잃어봤잖아요. 밖으로 나오는 것과 나오지 않은 것은 참 많이 다르더라고요. 한 걸음만 용기를 내주세요. 언제든지 힘들 때 손을 내밀어 주세요. 그 손 꼭 잡아드릴께요”라고 말했다. 결혼 10년 만에 얻은 아이 수인이를 잃은 후, 세상과 연을 끊으려는 시도를 수없이 했던 김명임씨는 이젠 몸짓으로 희망을 노래한다.

4·16 희망목공협동조합 이재복(57)씨에게 딸 수연(당시 단원고 2학년)이는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이유였다. 그는 수연이를 잃고 살아갈 이유도 잃었다. 20년 간 몸 담아왔던 회사도 그만둔 채 방황했다. 그러던 때 유가족 아빠들을 위한 목공방이 마련됐고 나무를 만지게 되면서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고 한다. 이재복씨는 “우리 아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살아야겠더라고요. 4·16 이전과 이후는 반드시 달라져야 해요. 우리 아이들은 하늘로 보냈지만 다른 아이들은 바뀐 세상에서 살게 해야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다. 목공협동조합에서 얻어진 수익은 세월호 진상규명에 쓰이고 있다.

4·16 엄마공방 김광미(54)씨의 카카오톡 프로필엔 여전히 인배(당시 단원고 2학년)의 얼굴이 걸려있다. 김씨에겐 영원히 지울 수 없는 프로필이다. 7년이나 지났지만 1분1초도 인배가 떠올라 힘겹다는 김씨는 한땀한땀 손바느질을 하는 시간으로 잠시나마 잊고 지낸다. 인배 어머니는 시간이 지날수록 잊혀져 가는 아이들이 마음 아프다. 정성과 그리움을 담은 공예품인 만큼 공방제품을 볼때면 한번쯤 우리 아이들을 떠올려 주길 소망하고 있다.

김광미씨는 “공방에서 만들어진 공예품을 볼때면 한 번쯤 우리 아이들을 떠올려 주세요”라고 말했다.

창현(당시 단원고 2학년)이 엄마 최순화(57)씨는 4·16 합창단의 단장을 맡고 있다. 세월호 추모의 현장에서, 노동의 현장에서 희망의 노래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4·16 합창단의 이름을 볼 수 있다. 늘 행복해지고 싶다던 창현이의 말처럼 행복한 세상이 되길 외치는 현장을 찾아 희망을 노래해 오고 있다. 최순화씨는 “희망의 노래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노래를 불러요. 별이 된 우리 아이들을 관객 삼아 노래했을 때 하늘에서 별들이 반짝거리며 화답했고 우리는 가슴에 쌓인 그리움을 풀어낼 수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과 아픔을 함께 했던 시민들도 'SNS 프로필에 노란리본 달기', '독서모임' 등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슬픔을 넘어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4·16연대 공동대표 정종훈씨는 수원시민이 활동한 내용을 담은 '그날이후 멈추지 않았다' 책에서 "유가족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마음으로 지냈다"며 "유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은 우리 사회를 좀 더 안전하고 행복한 곳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관련기사 : [세월호 4·16 7주기 '남은 자의 희망 노래'] 희망의 몸짓으로 슬픔을 이겨내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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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4·16 7주기 '남은 자의 희망 노래'] 희망의 몸짓으로 슬픔을 이겨내다 단정히 교복을 차려입고 걸그룹 음악에 맞춰 춤을 춰댄다. 어딘지 모르게 어설픈 동작들에도 객석에선 연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연극의 막바지에 이르러 더듬더듬 힘겹게 읊어간 대사엔 힘이 실린다. 관객들의 눈가에도 어느새 눈물이 송골송골 맺혀간다.지난 2014년 4월을 등지고 지내온 지독했던 7년, 세월호 어머니들은 연극배우가 됐다. 실력으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부족한 것이 많은 배우지만 열정만큼은 어느 배우들 못지않다.올해로 6년 차를 맞이한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은 세월호 사건으로 희생된 단원고등학교 학생 유가족 6명과 생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