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지뢰행동표준 번역
아직 제거기술 부족하나
한강·집 앞까지 온 지뢰
민간피해 막고싶어 매진
지뢰완전제거 포기 일러
▲ 평화나눔회 조재국 이사장.

2015년 4월, 지뢰피해자에 관한 특별법 시행 이후, 꼬박 5년 만인 지난해, 단비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지뢰피해자들의 보상 지원 확대와 불발탄 피해자들의 보상 지원 조항을 담은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피해자들에겐 실낱같은 희망이 안겨졌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데에는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어 준 지뢰피해자들과 조력자들의 희생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평화나눔회 조재국 이사장도 그들 중 한 사람이다. 피해자들은 조재국 이사장을 두고 종종 '지뢰피해자들의 아버지'로 부른다고 했다. 도움을 받은 지뢰피해자들이 감사와 존경의 의미를 담아 붙인 애정 표현이다.

조 이사장은 지뢰에 관한 일이라면 어디든 마다치 않고 전면에 나섰다. 지뢰피해자들의 잃은 두 손과 두 다리를 대신해 살아온 20년이었다.

“정년 퇴임 이후 온전히 지뢰 문제에만 집중해 오고 있습니다. 20여년간 중앙정부, 국제기구, 지자체 등 지뢰 제거에 관한 사안이라면 빠지지 않고 전면에 나서 활동하고 있죠. 최근에는 국제지뢰행동표준(IMAS)의 책임번역을 맡게 됐고 국내에도 지뢰 제거의 매뉴얼을 구축하게 되는 결실을 보게 됐습니다.”

'국제지뢰행동표준(IMAS)'의 구축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국제지뢰행동표준(IMAS)'은 유엔(UN)이 지정한 지뢰 제거 행동 요령으로써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됐다.

기존에는 이렇다 할 지침서 없이 경험의 의존한 작전 명령에 따라 지뢰 제거 작업이 이뤄져 왔다. 다시 말해 전문가의 처방 없는 민간요법식 지뢰 제거가 진행됐고 국제지뢰행동표준서의 한국 번역을 조 이사장이 맡게 되면서 제대로 된 지뢰 제거 매뉴얼이 70년 만에 생겨난 것이다.

이미 많은 국제사회에서 교본처럼 상용화돼오고 있었지만 한국은 이번이 처음이다.

“표준서 한권의 번역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번역하기 위해서는 지뢰 제거의 기술력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아직도 지뢰기술에서는 많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인포메이션 조차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국제지뢰행동표준서에 상용화는 의미가 큽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셈인 거죠. 얼마 전 지뢰가 한강까지 떠밀려 왔죠. 더는 민간인 피해가 생겨나는 것을 막아야 했습니다.”

대한민국은 빠른 성장을 이뤄 온 경제 강국이지만 지뢰 제거와 지뢰 피해 보상 문제에서만큼은 70년 전에 머물러 있다.

소파(SOFA) 규정에 얽매인 것을 핑계 삼아 미루고 은폐해 온 시간이 결국 집 앞마당까지 지뢰가 굴러오도록 자초한 것이다.

조 이사장은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말한다. 여전히 우리에겐 희망이 있고 지금이 바로 희망의 끈을 움켜쥘 때임을 분명히 했다.

“한반도 지뢰 제거 넘지 못할 산이 결코 아닙니다. 유엔기구들을 비롯한 선진 인도적 지뢰 제거 전문단체들은 협력할 준비를 마쳤고 164개 나라에 이르는 대인지뢰 금지협약 가입국이 우리나라의 지뢰 제거를 도울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땅 위에는 수천 명의 지뢰, 불발탄 피해자들이 있습니다. 더 이상은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 평화의 땅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글·사진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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