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잇다스페이스' 28일까지 '매화를 탐하다' 초대전
“죽은 나무 같지만 봄 오면 꽃눈 돋아…어떤 사연 가진 양 볼 때마다 다른 표정”

매화는 화려하면서도 여백이 있다.

“벚꽃도 봄의 시작과 함께하는 꽃이지만 꽃이 빽빽해서 가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매화는 달라요. 꽃 사이로 가지가 보입니다.”

인천 중구 잇다스페이스에서 초대전을 진행중인 강남구(사진) 서양화가가 매화를 그리는 이유다. 잎이 나기도 전에 꽃을 피우는 매화는 다른 꽃보다도 먼저 봄을 알린다.

꽃이 피면 이리도 아름다운 매화지만 한겨울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꽃이 지고 나면 가지만 남는데 가지가 너무 까매서 죽은 나무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봄이 오면 거기서 꽃눈이 돋아나요.”

매화의 사철은 우리의 삶과 같다. 거친 나뭇가지와 그 위로 내려앉은 이끼. 타고 남은 재처럼 까맣다가도 봄이 되면 화려하게 틔우는 꽃. 꽃이 지고 나면 열리는 매실. 열매마저 지고 나면 다시 앙상해지는 나무.

작가가 화폭에 담은 매화는 이 땅에서 몇백 년을 살아낸 나무다. 어떤 사연을 가진 양 볼 때마다 다른 표정을 드러내며 그 자리에 서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게 매화의 품격입니다.”

다작을 하기보다 한 작품에 시간을 많이 쓰는 편이라는 강남구 작가는 매화나무 한 그루를 그리기 위해 여러 달 동안 같은 매화를 관찰했다.

“겨울에 앙상한 가지의 모습을 봅니다. 그리고 꽃이 피고 나면 다시 가서 봅니다. 제가 그림을 그리는 과정도 비슷해요.”

먼저 여기저기 꺾인 가지의 거친 표면을 그리고 그 위에 꽃을 하나씩 틔워내는 게 작가의 작업 방식이다. 배경은 주로 단색 처리했다. 나무와 꽃의 입체감을 살리기 위한 선택이다.

/사진제공=강남구 작가, 잇다스페이스
/사진제공=강남구 작가, 잇다스페이스

강남구 작가의 매화 꽃잎은 때로는 선명하고 때로는 흐릿하다. 덕분에 평면에 그려진 꽃이지만 입체적인 느낌을 준다.

다듬어지지 않은 채 그 자리에 있는 매화. 검버섯 같은 이끼를 지닌 매화. 그 위에 화려한 꽃을 피우는 매화. 강남구 작가는 이런 매화가 긍정적인 생각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좋은 봄날, 꽃이 가득한 이곳에서의 시간이 여러분께 감동으로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강남구 작가 초대전 '매화를 탐하다'는 잇다스페이스에서 28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박서희 인턴기자 joy@incheonilbo.com

/사진제공=강남구 작가·잇다스페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