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행복' 가져다 준다고 믿어 …
2년간 준비한 일종의 상담 프로그램
피해자, 걱정 달리 촬영에 적극 감사

'인생나무 인생사진전' 총괄 사진감독, 김문정 교수

▲ 김문정(왼쪽) 경성대 사진학과 교수가 지뢰피해자 진옥자씨와 함께 사진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경성대 김문정 사진학과 교수
▲ 김문정(왼쪽) 경성대 사진학과 교수가 지뢰피해자 진옥자씨와 함께 사진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경성대 김문정 사진학과 교수

#마음으로 보는 세상

지뢰의 파편이 구석구석 파고든 몸통, 절단된 손과 다리, 앞이 보이지 않아 감은 두 눈, 모진 세상 살이에 닫혀 버린 마음 까지 … 9명의 지뢰피해자가 가진 상처가 흑백 사진 속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해 12월 연천 DMZ 피스 브릭하우스에서 열린 '인생나무 인생사진전'에서 총괄 사진감독을 맡았던 김문정 경성대 사진학과 교수는 잔인하리만큼 지뢰피해자들의 적나라한 사진들을 세상에 공개했다.

“작업 당시 다들 놀라워했죠. 다짜고짜 상처를 보여달란 요청에 당사자분들보다도 오히려 주변 분들이 우려하시더라고요. 10년 넘게 지뢰피해자분들을 도와오셨던 평화나눔회 조재국 이사님께서도 이분들에게 상처를 보여달라는 말씀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지뢰피해자분들께서는 용기를 내 주신만큼 저 역시 적극적으로 사진 작업에 임해야겠단 생각이었습니다. 저 역시 지뢰 피해로 고통 받는분들이 있다는 사실을 작업을 하면서 알게 됐고 이땅에 여전히 피해를 입고 살아가시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선 그분들의 상처를 확실하게 드러내야 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김문정 교수는 7년 전부터 시각장애인, 다운증후군, 치매 어르신 등을 대상으로 사진을 활용한 상담교육을 진행해오고 있다. 이번 인생나무 인생사진 프로젝트도 김 교수가 이어온 일종의 상담 교육프로그램이다.

“인생나무 인생사진은 2년 전부터 준비해 왔던 작업이었고 지뢰피해자들과 직접 만나게 된 건 지난해였습니다. 경기문화재단의 지원공모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지뢰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사진을 통한 심리 상담, 교육, 전시를 진행하는 형태였죠. 이 때문에 인생나무 인생사진전이라는 명칭도 심리검사에서 주로 쓰이는 소재인 나무라는 것을 끌어오게 된 것이었죠. 또 사진을 활용한 데에는 마음에 상처가 있는 분들에게 위안이 돼 줄 수 있을 거란 확신때문이었습니다.”

김 교수의 이같은 노력은 지뢰피해자들이 자신들의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용기를 내도록 이끌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그들은 적극적이었고 용기있게 달려들었다.

“카메라 앞에 처음 서 보는 일이다 보니 어색해하실 줄 알았는데 촬영 중 분위기가 매우 좋았습니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하고 영화의 한 장면처럼 멋있는 포즈를 취하기도 하셨죠. 사진은 제가 촬영한 사진과 셀프포트레이트 사진 작업으로 진행됐는데 셀프포트레이트 사진에는 의미가 있습니다. 피해자분들 스스로 결정권을 주고 자기 내면의 감정들을 몸짓이나 표정으로 표출하길 원했던 것이었죠. 또 사진은 자존감을 높이는 훈련에 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김 교수는 사진이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 확신한다. 길지 않은 만남 속에 지뢰피해자 9인은 인생나무 인생사진전에서의 경험을 '꿈'같은 순간이라 말했다.

“저는 카메라를 들면 모든 사람이 행복해질 거란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다친 마음을 치유해 줄 수 있는 손쉬운 도구가 바로 카메라이자 사진이라 생각해요. 짧은 순간이었지만 이분들이 느꼈던 행복한 감정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가신다면 더할나위 없겠네요. 용기를 내주신 지뢰피해자 아홉분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김문정 총괄 사진감독은

현 경성대학교 사진학과 교수이자 광고사진가로 상명대학교 사진학과에서 광고사진을 공부하고 미국 Brooks Institute of Photography에서 인물사진 전공으로 석사학위 상명대학교에서 예술학박사를 취득했다. 중앙대학교 등 다수의 대학에서 출강하고 상명대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광고, 인물사진, 사진교육관련 저서를 출간했다. K2 Creative Studio-NY/USA와LUX Visual-SEOUL/KOREA에서 인물, 패션, 광고사진가로 활동했으며 패션매거진 'Cosmopolitan Korea'와 'Galleria Magazine' 사진팀장, 사진교육기관 '럭스 비주얼 사진교육연구소' 소장, 한국사진학회부회장을 역임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