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후 중도에 그만두면, 10년간 어떤 자리도 나서지 못하게끔
▲ 문(門)을 부순 대역 죄인을 원산폭격( ) 시킬 곳은 대궐(闕) 앞마당이다. /그림=소헌

신라 말기는 극도로 혼란했다. 중앙정치는 진골 귀족들끼리 맺은 족당族黨으로 다툼이 끊이지 않았고, 지방의 호족세력은 세금을 빼돌리며 사군私軍을 키워나갔다. 장보고의 본명은 궁복弓福(활을 잘 쏘는 사람)이다. 땅끝마을 완도에서 하층계급으로 태어난 그는 뛰어난 실력과 리더십으로 황해와 남해에서 세력을 장악하며 해상제국을 건설하였다. 하지만 영원한 출세를 보장하는 골품제도에 안주하려는 귀족들에 의해 암살당한다. - 그의 가치를 다시 들추어 살펴보아야 한다.

왕건의 가문도 장보고의 휘하에 있던 호족의 하나였다. 무역을 통해 더할 수 없이 많은 부富를 쌓은 그들은 송악(개성) 일대에서 강화도에 이르기까지 튼튼한 기반을 다져나갔다. 918년 궁예를 몰아내고 스스로 왕위에 오른 고려 태조 왕건은 936년 마침내 천하를 통일했다. 외세에 의존하지 않고 이룬 커다란 가치다. 그는 지방세력가들의 딸들을 맞아들임으로써 우호정책을 썼는데, 무려 29명의 부인과 34명의 자식을 두게 되었다. 하지만 양날의 칼이었으니 왕을 둘러싼 호족들의 치열한 권력다툼은 피할 수 없었다.

스물두 살에 왕위에 오른 성종(6대/태조의 손자)은 유학에 밝고 인품이 어질었다. 그는 즉위하자마자 유교사회를 내세우며 정5품 이상 모든 관리에게 시무와 관련한 상소를 올릴 것을 명하였다. 이때 최승로는 <훈요28조>를 지었는데, 이것이 곧바로 채택되어 합리적인 국가운영의 기틀이 되었다. 최고 정무기관인 중서문하성을 두어 정책을 심의했으며, 내부에는 보궐補闕이라는 관리를 두어 임금의 잘못이나 불가한 처사에 대해 간언諫言하여 바로 잡아 고치게 하였다. 조선시대에 언론을 감당했던 사간司諫의 원형이 되어 오늘에 이른다.

무한대궐(無限大闕) _대궐 역사役事(공사)는 한이 없다는 4자속담이다. 대궐을 짓는 일과 같은 나라의 일은 끝이 없어 인민이 늘 고생이라는 말이다. 다음 달에 치러질 서울_부산시장 보궐선거비용이 820억원이 넘는단다. 1년여 남짓 남은 기간을 위해 막대한 혈세를 써야 한다. 이러나저러나 코로나로 구렁텅이에 빠진 민중들만 뼈빠지게 생겼다.

 

補 보 [깁다 / 수놓다 / 임명하다]

①옷고름과 소매 등 펄럭이는 앞자락 모습을 그린 衣(의)를 부수로 쓸 때는 _(의)가 된다. ②甫(채소밭 포/클 보)는 사내가 밭(田전)에서 손(寸촌)으로 일하는 모습으로 남자의 호를 지을 때 사용한다. ③補(보)는 관복(_/衣) 양어깨에 수놓은 것으로 사내(甫)를 관직에 임명하는 것이다.

 

闕 궐 [대궐 / 궁궐]

①명령을 어긴 자의 목(_)을 잘라 나무에 건(_손 좌) 글자가 _(거스를 역)이다. ②欠(하품 흠)은 입을 크게 벌린 모습으로 하품은 몸속에 산소가 부족하여 나타나는 현상으로 ‘부족하다/결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③간혹 하품(欠)을 하면 피가 거스르는(_) 느낌을 받는데, _(궐)은 피가 거꾸로 흘러 머리로 몰리는 증상인 상기上氣라는 뜻이다. 땅에 머리를 박는 벌칙인 ‘원산폭격’이 연상된다. ④궁궐 문(門문)을 부순 대역 죄인을 잡아 원산폭격(_궐) 시키는 곳은 대궐(闕궐) 앞마당이다.

 

선출직 공무원이 당선된 후 중도에 그만두면 10년 이내에는 어떠한 자리에도 나서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공석이 되어도 메울 것 없다. 보궐補闕의 참뜻은 단순히 찢어진 자리를 깁는 것이 아니다. 민의를 저버리고 녹봉에만 혈안이 된 자들이여, 청와대 문(門) 앞에서 “대가리 박아(_)!”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