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개혁완수 막으면 황소처럼 들이박자
▲ 민의도 모르고 까치밥(剝박)을 따는 날에는 들이박소(牛우/丑축). /그림=소헌

‘벽창호’는 고집이 세고 무뚝뚝한 사람을 칭하는데, 이는 ‘벽창우’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평안북도의 벽동과 창성 지방의 소(牛)는 유난히 크고 힘이 셌다. 또한 성질이 억세고 _고집이 있었는데, 제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소를 끌고 가려고 하면 소가 버티면서 좀처럼 끌려가지 않아 그렇게 불리게 되었다. 아울러 ‘쇠고집’은 고집이 몹시 센 경우에 사용하며 우직하여 자신의 뜻을 쉽게 굽히지 않음을 비유한다.

소띠(辛丑신축) 새해가 불끈 올랐고 절기상으로 소한小寒을 맞이한 요즈음을 주역周易으로 따지자면 ‘박괘’에 해당한다. 卦(괘)는 길고 짧은 막대기를 6줄로 쌓아놓은 爻(효)로 이루어지는데, 아래서부터 5줄이 음효이고 맨 위 하나만이 양효로 구성된 剝(박)은 껍질은 벗겨지고 열매는 떨어져 생을 다하는 나무를 연상시키는 괘다. 땅으로부터 자라난 음기가 극한에 달아 양기를 떨어뜨려 소멸시키려는 모습으로 적폐세력이 점차 확대되어 정의를 해하는 위기상황이다.

우이석과(牛耳碩果) 쇠귀 신영복 선생이 씨과실을 논하다. 우두머리를 뜻하는 ‘쇠귀’를 신영복은 호로 썼다. “가지 끝에 남은 씨과실 한 개는 먹지 않고 땅에 묻어서 이듬해 봄에 새싹으로 키워야 한다. 석과불식(碩果不食)은 바로 희망의 언어다. 과실은 고난의 상징이지만 우리의 몫은 고난에서 희망을 일구어내는 일이다.”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연루되어 20년 20일 동안 수감되는 중에도 그의 사상은 역경逆境을 견디는 자세를 일관되게 발현하였다. 잎사귀를 떨군 나무를 보라. ‘처음처럼’ 자신을 냉정하게 성찰해야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변화를 이루어 낼 수 있다.

 

牛 우 [소 / 고집 / 희생]

①갑골문에 그려진 ‘소’는 뿔이 양쪽(半)으로 나 있었다. 그러나 머지않아 소머리를 반으로 나눈 모습(牛우)으로 바뀌었다. ②牛(우)는 다른 글자의 왼편에서 부수로 쓸 때는 _(우)로 변하며, 신성한 제물이나 농사일과 관련된 의미를 갖는다.

 

丑 축/추 [소(축) / 추하다(추)]

①丑(소 축)은 새나 짐승의 발에 난 날카로운 발톱(_+_)을 뜻하여 고대에는 爪(손톱 조)와 같이 썼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십이지(12支)에서 소를 뜻하게 된다. ②丑(추할 추)는 못생기거나 밉상인 사람을 가리킨다. 밤 새 놀음하고 들어와 마누라에게 손톱(_+_)으로 긁힌 얼굴이다.

 

剝 박 [벗기다 / 떨어뜨리다]

①_(록)은 멧돼지(_계)가 나무를 긁는(_) 모습에서 ‘새기다’라는 뜻이 나왔다. 단독으로 잘 쓰지 않는데, 먼저 알아야 할 훈수訓首 글자다. 錄(기록할 록) 祿(녹봉 록) 등이 있다. ②剝(벗길 박)은 곰이 나무를 긁듯이(_록) 칼(_도)로 껍질을 ‘박박’ 벗기는 모습이다.

자연의 성품을 닮은 한민족은 ‘까치밥’을 남겨 둠으로써 박괘(剝)를 실현하였다. 거기에는 코로나로 곤경에 빠진 인민에게 전하는 소통과 희망의 메시지와 적폐청산과 개혁완수라는 숙원이 담겨 있다. 그것마저 따 버리면 빈 둥지만 남게 된다.

대권지지율 하락세를 탄 여당대표가 벽두부터 생뚱맞게 전직 대통령들의 사면赦免을 들고 나섰다. 그의 허튼 승부수는 범민통합이 아니라 수구와의 야합일 뿐이다. 사람의 감정이나 행동을 누르거나 막는 책임은 귀(耳)에 있다. 만일 쇠귀(牛耳) 자리에 앉은 이가 까치밥 따는 일에 동조하는 날에는 모두 일어나 성난 황소같이 ‘들이박소’.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