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빛으로 부르튼 세상을 어루만지는 아이의 눈물
▲ 영화 '천국의 아이들' 중 알리가 마라톤 대회에서 3등을 목표로 열심히 달리는 장면.

“꼭 3등 해서 운동화 타올게.”

초등학교 3학년생인 가난한 소년 알리는 우승이 아닌 3등을 목표로 전국 어린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다. 3등 상품인 운동화를 신발이 없는 여동생 자라에게 가져다주기 위해서… 알리는 여동생에게 한 약속을 떠올리며 있는 힘을 다해 앞으로 내달린다. 반드시 3등을 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영화 '천국의 아이들'(1997)은 신발을 소재로 하여 가난한 가정의 어린 남매 이야기를 풋풋하고 감동적인 영상으로 담아낸 이란 영화이다. 마지드 마지디 감독은 순수하고 투명한 물빛 같은 이미지로 꾸밈없는 천진난만한 어린 남매의 모습을 단순한 스토리 속에 소박하게 그려내며 작품성과 흥행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이 영화는 이란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으며 몬트리올 영화제 등 여러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았고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에 노미네이트되는 영예를 안았다.

 

'나눔과 공유의 美'를 통해 구현한 신의 계시

알리의 여동생 자라의 낡고 닳은 구두, 구둣방 할아버지의 낡고 해진 옷과 때 묻고 주름진 손을 클로즈업으로 담아낸 구두 수선 장면이 영화의 오프닝을 연다. 이 롱테이크 화면 위로 들리는 고물장수의 아득한 외침소리는 화면과 조화를 이루며 영화 중간 중간에 등장하여 은연중에 영화의 주제를 드러낸다. 알리는 수선 맡긴 여동생의 구두를 찾아오던 중 실수로 그만 하나뿐인 여동생의 구두를 잃어버린다. 집세도 밀릴 정도로 가난한 가정형편 때문에 알리는 차마 부모님께 사실대로 말씀드리지 못하고 고민한다. 결국 알리가 생각해낸 방안은 자신의 운동화를 여동생과 나눠 신는 것이었다. 자라는 오전반, 알리는 오후반. 이렇게 해서 한 켤레의 낡은 운동화를 두고 남매의 불안한 '공유'가 시작된다. 영화는 남매의 신발 공유에서부터 시작하여 고물장수의 손을 거쳐 맹인의 딸로 이어지는 공유의 여정을 그리면서 '나눔과 공유의 美'를 은은히 표현한다. 그리고 아이들의 눈을 통해 소유, 진보, 경쟁을 좇는 서구식 자본주의적 세계관에 의해 공유, 절제, 협력을 추구하는 이슬람의 공동체적 세계관이 밀려나는 현실을 은연히 드러낸다. 아이들은 빈부차 등 차별로 구분 지어지고 브레이크가 고장 난 무절제한 물질적 욕망의 질주가 난무하는 어른들의 세계 속에서 언제 오염될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어린 남매는 때 묻지 않은 환한 미소로 세상을 순백의 빛으로 환하게 밝힌다. 여동생에게 새 신발을 안겨주려고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알리는 기필코 3등을 하고 말겠다는 일념으로 온 힘을 다해 달린다. 일부러 두 선수 뒤로 쳐지며 무사히 3등을 차지하기만을 내심으로 소망하면서… 대회는 끝나고 새 운동화는 끝내 알리의 차지가 되지 못한다. 우승 메달을 목에 건 알리의 커다란 눈망울엔 그렁그렁 눈물이 반짝인다. 기쁨이 아닌 슬픔의 눈물이…

이슬람교 경전 '코란'은 신이 모든 생명체를 물에서 창조하셨다고 가르친다. 그래서 물은 신성을 드러내는 마법의 표지인 것이다. 그 물은 연못 속 금붕어를 어루만져 주고, 금붕어는 알리의 부르튼 두 발을 어루만져 준다. 그리고 알리는 부르튼 세상을 어루만져 준다. 만물을 하나로 만드는 순백의 빛 같은 눈물로…

/시희(SIHI) 베이징필름아카데미 영화연출 전공 석사 졸업·영화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