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협력 말했더니, 해법 내놓으라는 '스가'
▲ 辱(욕)은 새벽(辰)에 늦는 자를 손가락(寸)을 세워 따끔하게 꾸짖는 글자다. /그림=소헌

일본에서 돌아온 통신사 일행은 ‘조선은 동맹을 맺고 명나라를 치자’는 도요토미의 답서를 가지고 선조를 알현했다(1591.3). 서인西人 황윤길은 ‘도요토미는 안광이 빛나고 담략이 있어 보이며, 많은 병선을 준비하고 있으니 반드시 병화가 있을 것’이라 했고, 동인東人 김성일은 ‘그는 쥐의 눈을 한 자로 두려워할 것이 없으며, 침입할 정형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였다. 상반된 보고를 접한 조관들 사이에는 의론이 뒤섞여 어수선하였으나, 당쟁이 격화된 터라 사실을 파악하기 보다는 자당의 사절을 비호하는데 급급했다. 결국 요행만을 바라던 조정에서는 김성일의 견해를 쫓아 성을 쌓으며 방비하던 것마저 중지시켰다.

이듬해 교섭이 결렬되자 도요토미는 바로 원정군 20만 명을 편성하여 조선을 침략하였으니, 이렇게 조선 최대의 전쟁인 임진왜란이 시작된 것이다.

도미반교(掉尾反_) 앞에서 꼬리치는 개가 후에 발뒤꿈치 문다. 앞에서는 살살 좋은 말만 하고 비위를 맞추는 사람일수록 뒤에서는 도리어 험담을 하고 뒤통수를 친다는 4자속담이다. 일제는 외세로부터 대한제국의 황실과 영토보전을 보증한다는 달콤한 말로 속이고, 강압에 의해 조일助日(일방적으로 일본을 돕다)을 전제로 ‘한일의정서’를 체결한다(1904.2.23). 굴욕적인 일이다.

 

屈 굴 [굽히다 / 오그라들다]

①尸(시)를 주검 또는 시체로 가르쳤는데 잘못이다. 일반적인 ‘사람’을 뜻한다. 尾(꼬리 미)는 사람(尸)으로 변장한 100년 묵은 여우의 꼬리(毛모)로 이해하자. ②_몸을 굽히거나 움츠리는 뜻을 지닌 屈(굴)은 원래 尾(꼬리 미)와 出(날 출)의 합자였다. 제 집 앞에서 옴팡지게 짖던 개가 개장수를 보더니 사타구니에 꼬리를 사려 넣은 채 질질대는 모습이다.

 

辱 욕 [욕하다 / 업신여기다]

①처음에 조가비 밖으로 발을 내민 조개를 뜻하던 辰(별자리 진)은 해, 달, 별을 총칭한다. 그러면서 새벽이나 때를 뜻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 발음은 ‘신’이 된다. 나중에는 晨(새벽 신)을 따로 만들었다. ②인류는 조개(辰진) 껍데기로 농기구를 만들어 새벽(辰신)부터 일을 했다. ③한 마디나 규칙이라는 뜻을 지닌 寸(마디 촌)은 다른 글자와 함께 쓸 때는 ‘사람의 손’을 가리키게 된다. ④辱(욕)의 원뜻은 농기구(辰진)를 손(寸촌)으로 잡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찌 ‘욕하다’라는 글자가 되었는가? 새벽(辰신)에 품앗이를 하는데 항상 늦게 나오는 자가 있어 손가락(寸촌)을 세워 따끔하게 꾸짖었다. 이런 행동이 아메리카로 건너갔으니, 그들에게는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는 것이 가장 심한 욕(辱)이 되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에 이어 김진표 등 여야의원들이 스가 일본총리를 만난 후 빈손으로 돌아왔다. 꽉 막힌 강제징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쿄올림픽이 성공하도록 협력하겠다고 하였으나, 일본의 반응은 싸늘했다. 오히려 우리더러 해법을 제시하라는 압박을 가한 것이다. 김 의원의 말이 참 가관이다. “스가 총리가 마스크를 쓰고 얘기를 하니까 웃는 눈빛이더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은 박근혜 게이트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국방부_외교부장관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졸속으로 처리했다(2016.11.23). 겉으로는 평등하게 보이지만 신군국주의 일본을 위한 불평등조약이다. 일제는 남과 북의 영구분단을 꾸미고_ _남한의 예속화를 가중시킴으로써 제2의 정벌을 위한 기회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지소미아를 폐기하라. 우리를 구할 것은 오직 우리의 힘뿐이다.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