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쉬운 길에 석양 '전국 제일'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만들고파
시흥~화성 시도 때도 없이 방문
코스·숙박·교통정보 상세 안내
거점지역까지 여행자 짐배송도
위드 코로나 시대의 대안여행으로 10월 17일부터 11월 8일까지 진행된 경기만 소금길 대장정이 끝이 났다. 시흥에서 안산을 거쳐 화성까지, 바다를 향해 열린 150㎞에 달하는 경기만 소금길은 역사와 문화, 자연적 가치를 지닌 경기만을 재발견하기에 충분했다. <경기만 소금길, 생명을 담다> 연재의 마지막 순서로 경기만 소금길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한다.
오택준 오디스 대표
나에게 경기만 소금길은 ‘생명의 길’이다
2020년 경기만 소금길 대장정 행사 진행을 맡았던 오택준 (주)오디스 대표는 지난해 도보여행 전문 업체를 운영해온 경험을 토대로 경기문화재단이 추진 중인 경기만 에코뮤지엄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때 오 대표가 개발한 도보여행 브랜드가 바로 ‘경기만 소금길’이다.
“경기만 에코뮤지엄을 조사하면서 생태적, 역사적 자원이 풍부하고 스토리텔링을 끌어낼 수 있는 요소들이 충분하다고 생각했죠. 여러 사이트를 거점 삼아 길을 만든다면 가치가 있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또 에코뮤지엄의 활성화가 곧 지속 가능한 보존들을 이뤄낼 수 있고 크게는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면 지역민들의 삶도 윤택해질 수 있다는 판단이었죠.”
오 대표와 오디스의 팀원들은 여행자들에게 최고의 여행 사이트를 제공하겠다는 일념으로 시흥, 안산, 화성 지역을 하루에도 수십번, 제 집처럼 드나들었다. 위험하진 않은 지, 화장실은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도보 여행자의 시각으로 꼼꼼히 길을 완성해 갔다.
“경기만 소금길의 가장 큰 매력은 서울, 경기 지역에서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이고 초심자도 쉽게 여행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쉬운 난이도에 있죠. 특히 이 지역 석양 모습은 전국 제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매력을 갖추고 있는 길이 바로 경기만 소금길이죠. 안산 지역 구간 도보 길을 개발할 당시 도심 가까이에 이렇게 멋진 곳이 있었나 싶을 만큼 놀랐습니다.”
그는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소규모 자율여행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수십명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집단 여행이 사라지고 소규모 구성원이 자율적으로 여행지를 찾는 형태로 여행의 패러다임이 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서 경기만 소금길 대장정에 소규모 자율여행이라는 미래형 여행 시스템을 도입했다.
“2년 전 오디스를 창업하면서 한국형 장거리 트레킹/백패킹 행사인 ‘한국고갯길’을 런칭했습니다. 회사를 만든 이유는 도보여행을 즐기는 사람으로서 공기관에서 제공되는 도보여행 정보가 현실과 너무 달랐기 때문입니다. 유지 보수되지 않은 이정표 등 잘못된 정보 때문에 위험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너무 많았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만들어 도보 여행자들에게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국토대장정 같은 군대식 도보 여행 문화를 탈피해 소규모 자율여행 도보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곳이 바로 오디스입니다.”
오디스는 도보 여행에 혁신을 불러일으켰다. 명확한 코스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교통이나 숙박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더해 도보 여행에 있어서만큼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시도했다. 특히 도보 여행자들의 여행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접 운영거점으로 짐을 옮겨다 주는 ‘짐배송’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도보여행 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착안한 부분이었죠. 여행자들에게 전적인 서포트를 하자는 게 취지였습니다. 한국에도 그런 도보여행문화가 정착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산티아고 순례길의 경우 경제효과가 연 1조원에 달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져 도보 여행의 우수한 선례를 남겼습니다. 한국에서도 이와 같은 사례를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오 대표와 오디스 팀원들은 세상 가장 안전하고 정확한 도보 여행의 길잡이가 되고 싶단다.
“길잇고라는 자체 도보 여행 앱의 오픈베타 운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앱에는 도보 여행에 관한 모든 내용이 담겼죠. 또 기존에 개발한 태양광 여행정보 안내판도 여러 곳으로 확대해 갈 것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여행산업이 침체돼 있지만 해외에서도 가장 주목하는 길이 있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도보여행의 시대가 오리라 확신합니다.”
바다는 깊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바다는 시리도록 파래야 했고 그렇지 않더라도 백사장에 비치는 아쿠아마린 빛 물빛을 내야만 바다라고 여겨졌다. 동해와 남해 제주 앞바다의 바다만이 진짜 바다인 양 서해의 바다, 경기 바다는 우스운 바다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120일 동안 157km에 달하는 경기만 소금길 14구간을 모두 걸어보니 경기 바다와 서해의 진가를 알게 됐다.
시흥과 안산, 화성으로 이어지는 경기만 소금길은 보물찾기 같았다. 수도권 가까이에 천혜의 비경을 품고 있는 보석같은 곳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14구간의 여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오이도 빨간등대부터 안산 방아머리 선착장까지 이어지는 3구간이다. 시화방조제의 끝자락에서 선착장을 지날 무렵 때마침 붉게 깔린 노을이 장관을 이뤘다. 노을을 두고 품질을 따질 수 있다면 방아머리 선착장으로 가는 길의 노을을 단연 명품 중의 명품이었다. 반면, 여정 막바지에 걸었던 화성지역 전 구간은 실망스럽기도 했다. 안산지역 사이트에서 느꼈던 황홀감을 화성에서도 기대했지만 주변에 널린 공사 폐기물 등과 정비되지 않은 도로, 공단에서 풍겨 나오는 화학 냄새 등이 여행길에 피로함을 더했다. 또, 안산 구봉도 개미허리를 지날 때는 안전사고를 겪기도 했다. 서해에는 물때가 있다는 것을 간과했고 개미허리에서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육로로 지났지만 다시 돌아오는 순간엔 바닷물이 허리까지 차올라 반쯤 수영을 한 채 돌아와야 했다.
코너 속에 코너였던 ‘길 위에서 만난 사람’은 경기만 소금길 14구간을 다니며 자료 정보만으로 대체할 수 없는 각 사이트에 얽힌 이야기들을 듣고 싶은 취지로 시작한 릴레이 인터뷰였다. 경기만 에코뮤지엄과 관련 있는 17명의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 그들이 경기도의 소중한 보물들을 지켜내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어떤 노력을 다하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경기만 소금길은 기자에게 ‘자랑하고 싶은 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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