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 대선 결과 어떻든 확고한 원칙 견지해야”

“DJ가 남북 민간교류 위해 만든 민화협
선조들 정신 계승해 대표상임의장 맡아
정, 북미 정상회담 낙관…결렬 대책 부족
시민단체 한미 워킹그룹 통한 종속 우려
대북제재 해제 촉구·인도적 사업 대화를
반공 명목 반대 세력 탄압하던 시대 지나
남남대화 통해 사회적 합의 만들어갈 것”
▲ 이종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사진제공=민화협

20여년 동안의 숨가쁜 의정활동을 잠시 내려놓은 이종걸 전 의원이 지난 8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에 취임했다. 5선 의원과 야당 원내대표를 지내며 정계에서 주목 받아온 이 전 의원이 21대 총선에서의 실패를 딛고 다시 활동을 재개하기 위해 선택한 곳이 민화협이어서 관심을 모았다.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민화협 사무처에서 만난 이 대표상임의장은 “조부이신 이회영 어르신을 비롯해 많은 독립투사들의 염원은 조국광복과 통일된 나라였다”며 “아직 이루지 못한 민족통일의 길에 나서야 한다는 사명감에 민화협을 이끌게 됐다”고 말했다.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미국 대선과 관련해서는 “어떤 어떤 결과가 나오든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비슷할 거라 본다”며 “무엇보다 우리 정부의 확고한 원칙과 입장을 분명하게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남북 간 화해와 협력뿐 아니라 우리 내부의 화해와 협력도 민화협의 주요한 사업 중 하나”라며 “서로에 대한 주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을 맡게 된 계기와 이유는

조부이신 이회영 어르신을 포함한 집안의 많은 분들이 조국의 독립전쟁 속에 희생되셨다. 그 분들이 독립전쟁을 했던 이유는 조국광복과 함께 분단되지 않은 통일된 나라셨다. 그 분들이 염원하셨던 조국광복의 꿈은 이루었지만, 통일국가는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다.

선조들이 조국 광복을 위해서 조국의 독립전쟁에 함께 하셨던 정신을 계승해 민족통일의 길에 나서야 한다는 사명감에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을 맡게 됐다.

 

-민화협의 역할에 대해 모르는 국민들이 아직도 많은데

민화협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혜안과 결단으로 1998년 9월에 만들어졌는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라는 이름을 김대중 대통령께서 직접 지으셨다. 김대중 대통령은 잘 아시다시피 2000년 6월 평양에서 북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6·15 공동선언을 발표하신 분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 간의 화해와 협력을 통해 민족의 통일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하셨다. 그러나 통일을 위한 길에는 정부 당국자 간의 길 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에서의 남북교류가 활성화 돼야 한다고 생각하셨다. 남북 정부 간 대화가 막히면, 민간부문 쪽에서 대화를 진행하면서, 남북 간 교류의 끈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신 것이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민화협으로, 민화협은 200여개의 정당, 시민, 통일단체가 참여하는 남쪽에서는 가장 큰 민간통일운동 단체다. 북에도 '민화협'이 1998년 6월 만들어졌고, 지금도 활동을 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 최종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차기 미국 정부 출범 이후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나

지난 2018년 2월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에는 그 어느 때 보다도 활발하게 대화가 진행됐고, 두 번에 걸친 남북정상회담과 1번의 비공개회담이 진행됐으며, 북미 간에도 2번의 정삼회담과 1번의 비공개 회담이 진행되는 등, 지난 2년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남북 간, 북미 간 회담이 진행됐다.

매우 아쉬운 것은 이러한 속도감 있었던 남북 및 북미 간 회담이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회 회담 결렬 후 지지부진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우리 정부가 북미 간 정상회담의 결과에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었고, 회담 결렬에 대한 방책 등에서 매우 소홀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한반도의 문제가 불행하게도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현실임을 감안한다면,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가 어떤 결과가 나오든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비슷할 거라 본다.

다만 북과의 협상방식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톱-다운(Top-Down) 방식'이기에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민주당 바이든 행정부는 정권인수 후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으로서 정부에 조언한다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남북 간 정상회담을 통해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이 발표되고, 이에 따른 다방면에 걸친 논의가 진전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정부가 남북문제를 주도하는 상황으로 진행되다보니, 정부 간 주도가 막히게 되면서 민간의 대북협력사업과 사회문화교류가 완전히 불능상태에 놓인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2018년 11월 '한·미 워킹그룹'이 만들어지면서 남북 간 교류에 대한 많은 부분을 통제하고 있다는 의심을 많은 통일시민단체로부터 받게 됐고, 그것이 민족자주의 문제로 연결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대미 종속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확산돼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미국에서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고, 전략자산에 대한 대폭 증대를 요구하면서, 한편으로는 남북의 평화를 이야기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과도한 군사비 지출로 인해 북측에서도 이에 대한 불만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남북문제를 풀어내는 방식에 있어서 북과 미국에 대한 분명한 원칙과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에 대해서는 인도적 협력사업과 사회문화교류 등에 대해서는 제재를 과감히 풀 것을 촉구하고, 북에 대해서도 하루빨리 남북 간 교류를 재가동할 것을 촉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재가동되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 풀어야 한다.

당장 인도적 문제인 이산가족 상봉이나, 대북 인도적 협력사업들에 대한 획기적 대화가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국간 교류가 차단된 상태에서 민간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인데

최근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외워킹그룹'을 통한 협력사업을 이야기 하고 있다. 지금 당장 북과는 전혀 대화 통로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해외에 계신 동포 분들과의 연대를 통해 북측과 대화할 것을 논의하고 있다.

해외에 계신 동포 분들은 각국의 국적이나 영주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분들은 북에 들어가는 것에 자유롭고, 교류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북으로의 입국이 어렵지만, 유선을 통한 교류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 분들을 통해 북과의 협력사업을 진행하고자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향후 가시적 성과가 날 것이라 기대한다.

 

-남북간의 화해와 협력보다 우리 내부의 극단적인 대립을 더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우리 내부의 진영 간 대립구도는 사실상 '역사에 대한 관점'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로부터 시작한 진영논리는 문재인정부에 들어와서 조국사태와 최근의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렬 검찰총장의 대립의 문제까지 확장되고 있다.

그것을 하루아침에 해결할 방법은 쉽지 않다. 다만 우리 사회의 발전이 '성장'을 위해 '인권'이 무시된 시간들이 꽤 오래됐고, 인권의 탄압이 '반공'과 함께 연계돼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반공'이라는 미명 아래 반대세력을 탄압했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남북 간 격차도 엄청나게 벌어져 있고, 지금의 대한민국은 세계 최강의 방역국가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정부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대안은 당연히 있어야 하지만, 냉전의 산물로 상대 진영을 몰고 가는 것은 시대정신에 맞지도 않고, 국민들의 호응을 얻기도 힘들 거라 생각한다.

따라서 서로에 대한 주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

민화협의 주요 사업 중의 하나가 '남남대화'인 것도 바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논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사업들을 진행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내년에는 민화협이 주도해 이러한 우리 사회 내부의 복잡 다양한 주장들을 묶어 세울 수 있도록 해보겠다.

 


 

이종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민변·참여연대 거쳐 5선 중진 올라…12시간31분 무제한 토론 기록도

이종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은 독립운동가인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로, 인권변호사 출신의 5선 중진 의원을 지냈다. 1957년 서울 종로에서 태어나 고교 시절엔 박정희 유신 정권에 항거했으며, 대학시절에는 야학 운동을 했다.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한 후 법과대학에 편입, 사법시험(30회)에 합격했다.

이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기획간사와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를 역임하는 등 변호사 생활 동안 인권 신장을 위해 앞장서 왔으며,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의 인연으로 참여연대 설립에 참여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16대 총선을 통해 정계에 입문해 20대까지 경기 안양만안에서 5선 의원을 지냈으며,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을 역임했다. 21대 총선에서는 당내 경선에서 탈락해 출마하지 못했다.

야당 원내대표 시절인 2016년 2월 '테러방지법' 표결처리를 막기 위해 진행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마지막 발언자로 참여해 12시간31분간 발언하며 최장 기록을 세운 바 있다.

▲1957년 서울
▲경기고
▲서울대 법대
▲사법시험 30회
▲전 법무법인 나라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기획간사
▲사단법인 한국성폭력 상담소 이사
▲열린우리당 원내수석부대표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장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한중문화협회 회장

/이상우 기자 jesus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