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으로 퍼진 성공사례…최고의 '히트상품'
▲ 지난해 2월18일 인천시청에서 열린 인천이음 대학생 서포터즈 발대식 모습. /사진제공=인천시
▲ 지난해 2월18일 인천시청에서 열린 인천이음 대학생 서포터즈 발대식 모습. /사진제공=인천시

인천시 지역 화폐 '인천이음' 카드가 전국 1위의 거래실적을 보이고 있다.

인천이음 가입자 수는 지난달 25일 기준 총 134만 7000명으로 인천시 경제활동인구 164만명의 82%에 이른다. 결제액도 2조 3558억원으로 연말까지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성공에 중앙정부는 물론 전국 지자체에서도 인천을 주목하고 있다.

인천의 성공사례는 전국 지자체로 퍼져나갔고, 인천 지역화폐 정책은 최고의 ‘히트상품’이 되고 있다.

지금은 최고의 히트상품이 됐지만 인천이음의 출발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우여곡절 그 자체였다. 예산이 없어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정권이 바뀌면서 심한 부침을 겪기도 했다.

 

#인천이음의 시작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 중소상공인을 위한 정책과 예산은 거의 없었다. 정부 정책에 따라 매칭펀드 수준의 사업만이 명맥을 이어갈 뿐이었다.

인천도 상황은 비슷했다. 2017년까지 지역 16만명의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은 물론 예산은 한 푼도 없었다. 1만5000여명의 전통시장 상인을 위한 200~300억원 지원예산이 고작이었다.

이런 가운데 2017년 인천시와 학계, 시민단체 등이 모여 지역 화폐 추진에 나서게 된다.

기존 사용하던 상품권은 현금도 쓰지 않는 현대사회에 뒤떨어지는 만큼 카드형이나 모바일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한다.

안광호 인천시 인천이음운영팀장은 “2017년 8월쯤 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을 만나 처음으로 지역 화폐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이후 인천대 양준호 교수 등이 결합해 인천이음의 모델을 짜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양준호 교수는 “인천시 공무원이 찾아와 도와달라고 한 것도 처음이고, 지역 화폐는 민간 주도형이 많은데 관이 주도하겠다고 해서 의아했다”면서 “특히 보수정권하에서 진보적 의제인 지역 화폐 정책을 하겠다고 하니 의심이 갔지만, 인천시와 시민단체가 같이 추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정성을 갖고 됐다”고 밝혔다.

 

# 위기를 넘어

사업은 시작부터 삐걱댔다. 정권이 바뀌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2018년 인천시 지역 화폐 예산이 전액 삭감당하면서 위기를 맞는다. 사업 추진 관계자들은 블루오션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비예산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당시 공모에서 국민카드를 제친 코나아이가 인천지역화폐 사업자로 결정됐다.

단순 결제 시스템이 아닌 확장성 플랫폼을 구상한 코나아이가 들어옴으로써 인천이음 설계의 마침표가 찍혔다.

비예산 시범사업의 출발은 미비했다. 이름도 ‘인처너카드’였다.

이런 가운데 또다시 인천시장이 바뀌는 위기 상황이 찾아온다.

유정복 시장 때 추진된 ‘인처너카드’와 박남춘 시장측이 새로 들고 온 ‘인천 페이’가 맞붙게 된다.

당시 분위기는 전임 유시장 때 시작한 인처너카드 사업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고, 사실상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지역화폐 관계자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끝장토론이 벌어졌다.

신규철 위원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인천이음 플랫폼에 자신감이 있었다. 신임 시장측이 들고 온 인천 페이는 단순 결제시스템에 불과해 캐시백 제도와 플랫폼 확장성에서 압도적인 장점을 가진 인천이음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면서 “당시 정책결정권자들도 끝장토론을 지켜보면 인천이음의 손을 들어줬다”고 회상했다.

 

# 드디어 오픈

2018년 7월 21일 오픈 세레모니로 출발을 알렸다. 2019년 사업준비에 들어갔다. 시민공모를 통해 인천이음으로 명칭도 변경했다.

2019년 5월부터 가입자가 늘기 시작해 7월부터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예산도 금세 소진돼 3차례 추경을 세워야 했다. 성과는 엄청났다. 그해에만 발행액 1조5천억원에 가입자만 92만명을 찍었다. 캐시백으로 돌려준 금액도 713억원에 이른다.

올해도 인천이음의 성장세는 계속됐다. 당초 예상 발행액 2조5천억원을 넘어 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한다. 가입자도 연초 목표 120만명을 넘어 164만명에 이른다. 내년에도 발행액이 4조원(가입자 180만명, 캐시백 198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관련 예산 확보에 나서고 있다.

 

# 효과가 있었다

막대한 국비와 시비를 쏟아부었다. 발행액과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경제효과를 입증할 때가 된 것이다.

지난해 인천대 양준호 교수팀과 인천연구원 등 2곳에서 관련 용역을 진행했다.

인천연구원에서 의미 있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재정투입 승수효과가 2.9에 이른다는 것이다. 인프라 분석에서 BC(경제적 타당성 지수)가 1 이상이면 경제성이 있어 재정이 투입된다. 1을 투입하면 2.9배의 효과가 난다는 연구결과였다. 역외소비율도 줄어들었다.

양준호 교수팀의 연구에서는 한계소비성향이 늘어났다는 또 다른 의미 있는 데이터가 나왔다. 인천이음을 사용하면서 인천시민들의 소비가 전체적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통계청 조사에서 인천의 소비만족도가 매년 꼴찌에서 2019년 9위로 상승했다.

지역 화폐의 효과가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인천이음의 성공 요인 2가지>

 

인천이음의 성공 요인을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캐시백과 확장성 등 2가지를 꼽는다.

먼저 인천이 처음 시작한 카드형 후불 할인제도, 일명 캐시백 제도는 지금은 전국 지자체에서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타 지역 지역화페의 경우 선 할인제도가 대부분이다. 경기도의 경우 지역 화폐 50만원을 충전하면 55만원이 들어온다. 10% 선 할인되지만 소비자 심리는 한 번의 즐거움으로 끝난다. 인천의 할인제도는 후불형이다. 인천이음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10% 캐시백이 바로 들어온다. 10만원씩 결제할 경우 10번의 즐거움이 생긴다.

또 하나의 커다란 장점은 무한한 확장성이다.

송지현 인제대 교수의 말을 빌리면 “인천이음은 거대한 쇼핑몰이다. 그 안에 무수한 상점들을 입점시킬 수 있다. 이에 비해 부산지역 화폐인 동백전은 단층건물이다. 추가로 상점을 입점시키기 위해서는 2층, 3층을 계속 추가로 지어야 한다. 경쟁이 될 수가 없다”로 요약된다.

인천이음의 확장성은 특허로 보호하고 있을 정도로 정책의 핵심이다. 서구 이음이 운영하는 공공배달앱이 최근 서구지역에서 배달업체의 강자 ‘요기요’를 제치고 배달앱 실적 2등을 차지했다. 인천이음 플랫폼에 배달앱을 손쉽게 입주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천이음의 미래모습은 서구이음에서 엿 볼 수 있다. 서구이음은 캐시백 이외에도 혜택서구, 배달서구, 온리서구몰, 냠냠서구몰, 서로도움 등의 다양한 추가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남창섭기자 csnam@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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