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레고 홀려 발길 떼기 아쉬웠던 144km 너무 짧더라

코로나로 우여곡절 끝에 열린
비대면 언택트 자율 보도여행
하이커 116명 여행본능 깨워
/사진제공=로드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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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보니 좋더라.” 경기만 소금길 대장정 참여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제주도에 올레길이 있고 지리산에 둘레길이 있다면 수도권에는 경기만 소금길이 신흥 트레킹 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17일부터 오는 8일까지 예정된 경기만 소금길 대장정은 비대면 언택트 자율여행으로 진행돼 위드 코로나 시대의 대안여행으로 각광받았다. 지난달 21일, 경기만 소금길 14구간의 여정을 완주한 참여자들을 만나봤다.
 

#비대면 언택트 자율 도보여행…공식 참가자 116명

경기도 시흥시와 안산시, 화성시를 잇는 경기만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걷고 또 걸었던 참가자들은 경기만 소금길을 걸으며 길이 주는 아름다움과 위대함에 흠뻑 취했다.

지난달 17일 대망의 경기만 소금길 대장정이 시작됐다. 당초 봄에 열렸어야 할 소금길이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행사가 지연돼 10월에서야 길이 열렸다. 이번 소금길 여정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소규모 자율 여행이라는 키워드를 안고 운영됐다. 사전 접수한 소수정예의 참가자들은 혼자 혹은 같이 모둠을 이뤄 자율적으로 도보 여행을 떠났다.

코스는 두 종류다. 경기만이 끼고 있는 서해안의 바다와 갯벌 풍경을 고스란히 즐길 수 있는 144㎞ 6박7일 A코스와 시흥시 곰솔누리숲과 대부도의 황금산 등 녹지와 숲의 맑은 공기를 느낄 수 있는 120㎞ 4박5일 B코스다.

올해 경기만 소금길 대장정에는 코로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동안 참아왔던 여행 본능을 일깨우듯 많은 하이커의 관심이 쏟아졌다. 경기문화재단은 코로나 상황을 감안, 소수정예로 116명만 공식 참가자로 신청을 받았다. 5일 현재 완주자는 48명이다.  
 

 


 

"안산 대부도~캠핑시티는 꼭 가봐야…코로나 폐쇄 많아 물 넉넉히 챙기길"

●경기만소금길 대장정 완주자 조재국·박영미 씨

경기만소금길 대장정 완주자 조재국·박영미 씨
2020 경기만 소금길 대장정 144km 구간을 가장 빠르게 완주한 조재국씨와 박영미씨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경기만 소금길 대장정 공식 참가자 중 가장 먼저 종주를 마친 조재국(50·부산)씨와 박영미(50·서울)씨를 만났다.

이들은 시흥 연꽃테마파크를 출발해 매향리 스튜디오까지 이어지는 144km 구간인 A코스를 택했다. 6박 7일 동안 진행되는 것이 정식 코스지만 개인 일정상 4박5일로 단축해 이번 여정에 참여한 도보여행가들이다.

“원래는 6박 7일 동안 걷는 코스였지만 개인 일정이 겹치면서 4박5일로 단축해 걷게 됐습니다. 보통 참가자들은 하루 평균 20km 정도를 7일 동안 소화해 내는 코스였지만 저흰 하루 30~40km를 걸어야 했죠. 숨 가쁘게 진행돼야 했던 일정에 남들보다 먼저 골인 지점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힘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보람도 됐습니다.”(조재국)

더 많이 걷고 더 빨리 걸어야 했던 탓에 힘든 표정이 역력했던 이들이지만 제법 10년 이상 경력을 갖춘 베테랑 하이커들이다. 

“올해로 트레킹을 시작한 지 10년째인데 새로운 길을 항상 가보고 싶습니다. 안가본 길에 대한 모험심이 올해도 경기만 소금길로 발길을 이끌었죠” (조재국)

박씨의 참여 계기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전국 방방곡곡은 물론 전 세계 내로라하는 트레킹 코스는 모두 가보았을 만큼 30년 트레킹 경력에 빛나는 프로 하이커다.

“한국 고갯길 커뮤니티를 통해 마음 맞는 5~6명이 팀을 이뤄 전국 곳곳의 길을 걸으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럿이 길을 걷다 보면 웃지 못할 에피소드부터 갖가지 추억들이 쌓입니다. 이번 소금길 역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찾았습니다.”(박영미)

이들은 이번 경기만 코스를 걸으며 방아머리가 있는 안산 대부도 입구부터 대부도 퇴적암층이 있는 대부도 캠핑시티까지의 구간을 최고로 꼽았다.

“대부도 구간의 경치는 직접 봐야 합니다. 일단 캠핑으로 숙박을 해결했던 저희에게 쾌적하고 깨끗했던 곳으로 기억이 됩니다. 그렇게 깨끗한 캠핑장은 또 처음 봤네요.”(박영미)

“저 역시 너무나 아름다운 지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산과 평지가 고루 있는 구간이다 보니 지루할 틈 없는 여행을 했던 것 같습니다.”(조재국)
 

2020 경기만 소금길 대장정 144km 구간을 가장 빠르게 완주한 조재국씨와 박영미씨가 매향리스튜디오 앞에서 완주증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0 경기만 소금길 대장정 144km 구간을 가장 빠르게 완주한 조재국씨와 박영미씨가 매향리스튜디오 앞에서 완주증을 들어보이고 있다.

오랜 트레킹 경력만큼이나 아쉬운 점도 남았다. 이들은 코로나로 폐쇄된 곳이 많았던 점과 쉴 공간이 부족했던 점을 지적했다.

“화장실을 이용하려 할 때 코로나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용할 수 없는 곳이 많더라고요. 또 장거리를 걸을 땐 휴식을 통해 체력을 안배하는 과정이 중요한데 쉴 공간이 부족한 것도 아쉬웠습니다.”(박영미)

부산에서 경기만 소금길을 걷기 위해 상경했다는 조씨는 부산의 앞바다보다도 서해안의 갯벌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단다. 제부도와 누에섬에서 조수간만 차에 따라 갈라지는 바닷길의 황홀함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이라 했다.

“남해나 동해에는 갯벌이라는 것을 볼 수가 없죠. 오직 서해에서만 바라볼 수 있는 경치가 갯벌이 아닌가 싶습니다. 생명의 길이라 하는 데에는 이 갯벌을 두고 하는 이야기인가 싶을만큼 갯벌 위로 드나드는 망둥어나 게 등 생태계의 풍경이 참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또 제부도와 누에섬에서 보았던 일명 ‘모세의 기적’도 신기한 광경이었습니다. 물론 물때를 못 맞춰 섬에 갇히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좋은 추억으로 남았습니다.”(조재국)

이들은 오랜 트레킹 경험을 토대로 경기만 소금길을 찾는 이들에게 알아두면 좋을 트레킹 노하우도 전수했다.

“일단 물을 여유 있게 준비해 오시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조수간만의 차가 있다는 사실을 타지 사람들은 모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전에 물 때 시간 정보를 알아오시는 게 도움됩니다.”(조재국)

“쉬는 공간이 없다 보니 방석이나 깔개를 챙겨오면 좋을 것 같아요.”(박영미)

이들이 오래도록 즐겨 온 걷기 여행의 매력이란 무엇이었을까? 조씨와 박씨는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귀한 시간, 오로지 나를 위한 유일한 시간이 도보여행을 하는 순간이라 입을 모아 말했다.

“나에 대해 생각해 보고 돌아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 생각해요. 복잡한 생각도 정리할 수 있고 힘들고 고된 여정을 끝내고 나면 모든 힘든 역경에 맞설 용기가 생기거든요. 또 얼마나 걸을 수 있는지 체력이 저하되지는 않는지 등 건강 상태도 확인해 볼 수 있는 것이 트레킹만이 가진 매력인 것 같아요.”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인천일보·경기문화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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