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트립, 힐링을 맛보다

 

 

▲ 극단 '십년후' 단원인 연극배우 권혜영씨가 베트남 음식 전문점 '메콩사롱'을 찾았다.
▲ 극단 '십년후' 단원인 연극배우 권혜영씨가
베트남 음식 전문점 '메콩사롱'을 찾았다.

하나로 어우러진 맛, 종합예술 연극과 닮았죠

“연극의 3대 요소가 희곡, 배우, 관객이잖아요. 그런데 올해 들어 코로나 사태로 공연을 못하게 되고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지 못하게 되면서 '관객'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어요. 배우가 관객의 반응을 통해 주고받는 에너지가 있는데 랜선공연을 하게 되니 너무 힘들더라고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인천의 대표적인 극단 '십년후' 단원인 권혜영 연극배우가 인천 중구에 있는 베트남 요리전문점 '메콩사롱'을 찾아 종합예술인 연극과 쌀국수, 반미 등 베트남 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구가 고향인데 인천과 인연은 '십년후'와 공연을 하면서 맺게 됐어요. 대경대 연극영화과에 다니고 있는데 송용일 '십년후' 대표가 당시 교수로 계셨거든요. 2002년 12월에 '삼신할머니와 일곱 아이들'이라는 연극을 하는데 출연제의를 받아 함께 연습하고 공연했지요.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서 극단과 연극판을 오가며 있는데 2004년 말에 '박달나무 정원'이라는 뮤지컬 공연을 '십년후'에서 한다기에 연습장에 왔다가 입단 제의를 받고 그 뒤로 인천과 '십년후'에서 둥지를 틀게 됐지요.”

인천의 중구문화회관 상주단체인 극단 '십년후'는 원래 9월4일과 5일 연극 '딸의 침묵'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강화되면서 10월로 연기됐다. “이번 공연작인 '딸의 침묵'은 고급 콜걸인 한 여자가 손님을 죽였는데 모두가 정신병자라고 하면서 병원에 입원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변호사만 정상적인 여자니까 정식 재판을 요구하고 검사와 변호사가 치열한 법정 다툼을 그린 연극이에요. 저는 판사역을 맡았는데 무대에는 오르지 않고 객석 사이에 앉아 목소리만 등장하는 그런 역할이에요. 이번 '딸의 침묵'은 성의 본질과 가정의 소중함, 다수를 위해 한 존재가 무참히 희생될 수 없다는 참된 민주적 교훈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죠.”

그녀는 연극배우의 길에 들어선 뒤 '십년후'를 비롯하여 여러 극단과 수십편의 공연을 해왔지만, TV나 영화보다 연극판에 오래 남아 있기를 바라고 있다. “십년후에 들어와서 지금은 경기도립극단 소속배우인 강상규 선배로부터 대사 읽는 법이나 화술, 호흡, 손동작, 표정 짓는 법 등 연기의 처음부터 다시 배운 느낌이었어요. 덕분에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날 수 있었지요. 물론 송용일 대표도 늘 존경하는 연극인이시고요.”

그녀는 20대에는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아름다운 러브스토리의 여주인공을 해보고 싶었는데 요즘은 연습하고 무대에 올라 관객을 만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대구 출신이라 경상도 사투리가 남아 있어 공연할 때마다 지적을 받곤 했는데 2008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어머니'라는 연극은 사투리를 그냥 써도 되는 공연이었고 전국연극제에서 연기상을 처음 받은 작품이라 기억이 나요. 또 첫 주연 작품인 '당신만이'라는 연극은 뮤직드라마인데 30대부터 60대까지 각 연령층을 표현하는데 어려웠지만 저에게는 의미있는 공연이었어요. 그런데 베트남 음식은 육류와 해산물, 야채에 소스까지 함께 담겨 있어 종합예술인 연극과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아요.”

 


 

-그 집 이야기

동남아에 머무는 듯 … 개항로 속 작은 베트남

 

“가게 이름 '메콩사롱'의 메콩은 티베트 고원에서 시작해서 베트남 등 인도차이나 반도 여섯 나라를 관통하며 흐르는 '메콩강'과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치마처럼 허리에 두르는 민속의상인 '사롱'을 합쳐서 지었어요.”

인천 중구 개항로 경동웨딩가구거리에 있는 베트남 음식 전문점 '메콩사롱'의 김기창 대표는 미대 출신으로 입시미술학원을 운영하기도 했고 CF영화 감독도 거친 뒤 가구 인테리어나 실내 디자이너 전문가다. 김 대표가 동남아 음식를 알게 된건 10여년 전부터 타일과 같은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을 수입하는 무역업을 시작하면서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 여러 국가에 자주 출장을 가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현지음식을 맛보게 된 뒤 아예 식당까지 차리게 됐다.

“이곳에 '메콩사롱'을 처음 열은 건 2018년 10월이었어요. 처음에는 2층에서만 영업을 했는데 지난 2월 계약기간이 끝난 1층까지 임대해서 넉달가량 실내 인테리어 공사를 마치고 6월부터 1, 2층 모두 쓰고 있어요. 전에는 서울 경복궁 근처에서 베트남 요리를 안주로 하는 선술집을 운영했는데 몇 년전부터 '개항로프로젝트'에 동참하면서 인천으로 오게됐죠.”

개항로프로젝트란 김 대표를 포함, 20여명이 뜻을 모아 개항로의 20여개의 건물을 구입해서 카페나 전시공간, 레스토랑, 음식점 등을 열어 기존의 노포들과 함께 개항로의 역사성과 스토리를 담은 콘텐츠를 통해 다른 지역의 사람들에게 알리겠다는 민간주도의 도시재생사업이다.

“개항이라는 스토리는 인천은 물로 군산, 목포, 부산에도 있지만 인천만큼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가진 곳은 없어요. 그런데 인천 사람은 물론이고 다른지역 사람들도 잘 모르더라고요.”

서울 출신이지만 인천을 알리기 위해 시작한 '개항로프로젝트'에 참여한 김 대표는 원래 하고있던 베트남음식점을 이곳으로 가져왔고 실내인테리어를 동남아 특유의 정취가 가득 묻어나는 공간으로 꾸몄다.

“손님들이 동남아 현지에서 음식을 드시는 듯한 느낌을 주기위해 테이블, 가구, 창문, 소품 등을 모두 직접 리모델링했어요. 예를 들어 2층은 베트남 호이안을 옮겨왔고 1층은 인도네시아 발리처럼 연출했어요. 또 야외는 태국의 정원처럼 섹션을 나눴지요.”

김 대표는 직접하던 음식도 베트남 요리사를 초빙해서 함께 메뉴를 개발하고 소스를 만들어 손님들에게 제공한다. 요리의 전문성도 살리고 자신은 전체적인 분위기를 관리하기 위해서다.

“손님 중에는 주변에 살았던 노부부가 와서 '원래 이곳은 점집이었는데 베트남 음식점이 생겼네'라며 추억에 잠기기도 해요. 또 젊은 세대들은 개항로의 다양하고 독창적인 공간을 둘러보는 여행을 하며 즐기는 분들도 있어요.”

6인석, 4인석, 2인석 테이블이 1층과 2층에 골고루 배치되어 손님을 맞고 자체 주차장은 없지만 걸어서 4~5분 거리 안에 공영주차장이 여러 곳 있어 '메콩사롱'에 오면서 개항로의 다양한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월요일 휴무. 010-8708-1581

 

- 그 집 추천 메뉴

세계 최고 길거리 음식 반미, 맥주와 함께하면 금상첨화

 

※ 메콩반미

베트남은 프랑스의 오랜기간 식민지였기 때문에 바케트 등 빵문화가 발달했는데 '메콩사롱'의 반미는 두툼하고 큰 바케트를 반으로 갈라 신선한 야채와 수제피클, 구운 돼지고기, 스크램블 에그 등이 들어간 베트남식 햄버거라 할 수 있다. 향신채소인 고수를 얹어 주는데 고수는 취향에 따라 더 달라고 할 수 있다. 반미는 '세계 길거리 음식 베스트10'에 꼽힐 정도로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동남아 맥주와 함께 먹으면 반미의 맛을 더해준다.

 

※ 분짜

'분'은 쌀국수면, '짜'는 구운 돼지고기를 뜻하는 베트남 요리다. 베트남 전역의 노점상이나 간이식당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대중적인 음식이다. '메콩사롱'의 분짜는 적당한 간으로 맛깔나게 구운 돼지고기와 차가운 쌀국수, 각종 야채와 라이스 페이퍼에 다진 돼지고기와 버섯, 야채를 넣은 베트남식 튀김만두인 '짜조'가 함께 나온다. 이 집의 소스는 일종의 피시소스인 '느억맘소스'에 설탕, 간장, 레몬, 청_홍고추 등을 넣어 맛을 더했다. 김기창 대표가 동남아 특유의 강한 맛을 순화시켜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만들었는데 새콤달콤한 맛이 살아있어 돼지고기와 짜조의 느끼함을 잡아준다. 우리의 냉면과 구운 고기처럼 쌀국수에 돼지고기를 싸서 찍어먹거나 짜조와 야채를 함께 먹기도 한다.

 

※ 프레시 스프링롤

베트남어로 '고이 꾸온'인 스프링롤은 신선한 야채와 구운 돼지고기, 데친 새우, 면발이 가는 버미셀리면을 라이스페이퍼로 말아낸 후 땅콩소스와 매콤한 칠리소스에 찍어먹는 요리. 씹어먹는 식감도 좋고 두가지 소스 맛을 볼수 있어 산뜻한 식전메뉴로 먹으면 좋다. 돼기고기 대신 쇠고기, 닭고기 외에 각종 생선과 해산물, 두부 등 베트남에서는 지역에 따라 속재료를 조금씩 달리해서 만들어 먹는다.

 

※ 메콩 쌀국수

'퍼(Pho)'라 불리는 베트남의 대표 음식. 쌀가루를 불려서 약하게 달구어진 판 위에 빈대떡처럼 얇게 펴 말리다가 약간 마르면 떼어내 칼국수보다 가늘게 썬다. 숙주·칠리고추·고수·라임·양파·고기 등이 들어가 독특한 향과 맛이 난다. 소화가 잘 되고 영양성분이 고르게 들어 있는 데다가 칼로리가 적어 건강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메콩쌀국수는 진한 소고기 육수에 양지와 목살이 듬뿍 올라가 있는데 고기는 처음에 살짝 덜 익어서 나오지만 국물에 섞어주면 금세 익는다. 짜지 않고 담백한 국물 한 숟가락이면 속이 개운하다. 쌀국수에는 고수를 얹어 나오는데 주문할 때 빼달라거나 추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