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날아든다 … 갯벌향해 생긋생긋 웃으며

 

 

△멸종위기 알락꼬리마도요 수천㎞ 비행 중간기착지 황해
△갯벌·섬, 철새들 장거리 비행 후 에너지 보충·휴식지로
△옹진군 소청도 철새 연구센터, 작년 국내서 두번째 개원
△매년 1만마리 철새에 이동연구용 가락지 부착 뒤 관찰

▲ 인천 중구 영종도 갯벌 알락꼬리마도요(위)와 마도요  /사진=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 인천 중구 영종도 갯벌 알락꼬리마도요(위)와 마도요 /사진=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알락꼬리마도요'라는 새가 있다. 제법 덩치가 큰, 길고 휘어진 부리를 가진 알락꼬리마도요는 봄과 가을이면 영종도와 강화도, 송도 등 인천경기만 갯벌에서 어렵지 않게 관찰된다.

알락꼬리마도요가 제일 즐겨 먹는 건 칠게다. 국내 서해안 갯벌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게로, 갯벌에서 지름 1㎝ 정도의 비스듬한 타원형 구멍에 숨어 있다. 알락꼬리마도요의 길고 휘어진 부리는 구멍 속의 칠게를 잡아먹기 위해 진화했다.

알락꼬리마도요는 해마다 호주와 시베리아 사이 수천㎞를 날아다닌다. 중간 기착지가 바로 황해 연안의 갯벌이다. 알락꼬리마도요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 야생생물이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등재된 세계적 멸종위기종이다. 알락꼬리마도요의 전 세계 생존 집단 가운데 10% 이상이 관찰되는 곳이 바로 인천이다.

▲ 인천 옹진군 연평면 구지도 저어새.
▲ 인천 옹진군 연평면 구지도 저어새.

▲철새 보호하는 국제 협력

새는 다른 동물보다 눈에 잘 띄고 집단으로 서식하는 생태적 특징을 지닌다. 인간의 생활과 문화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생태계 먹이사슬의 상위에 위치하면서 생태계 변화의 지표종으로 가치와 의미가 크다.

수많은 철새들이 해마다 번식지와 월동지를 오간다. 장거리 이동경로에서 서식지는 철새 생존에 절대적인 요소다. 장거리를 이동하는 철새를 보전하려면 이동경로상 국가 간 협력이 필수적이다.

유럽이나 미국뿐 아니라 중국·일본 등 전 세계적으로 조류인플루엔자(AI) 대응과 철새 보호·관리를 위해 이동경로가 집중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일본은 60개 철새연구 지소에서 매년 20만 마리의 철새에게 가락지를 부착하고, 이동경로 연구를 위해 인공위성까지 이용한다. 중국은 110개 철새연구 지소를 운영 중이다.

철새와 서식지 보호를 위한 국제적 협력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은 1994년 러시아를 시작으로 2006년 호주, 2007년 중국과 철새보호협정을 체결했다.

세계적으로 9개의 주요 철새 이동경로가 있다. 도요새·물떼새 등 200여종 이상의 물새들이 시베리아와 알래스카로부터 호주와 뉴질랜드에 이르는, 동아시아와 대양주의 경로를 따라 이동한다. 2006년에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 East Asian-Australasian Flyway Partnership)'이 출범했고, 22개 국이 참여하고 있다. EAAFP 사무국 소재지는 인천 송도국제도시다.

▲ 인천 강화군 길상면 동검도 두루미
▲ 인천 강화군 길상면 동검도 두루미

▲철새 연구의 중심지, 소청도

국내에서 관찰되는 조류는 520여종이다. 이중 60여종은 텃새이고, 나머지 89%가 계절에 따라 도래하는 철새이다. 철새들은 번식지나 중간기착지 또는 월동지로 한반도를 찾고 있다.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는 바다를 건너 이동하는 철새의 비율이 높다.

황해는 철새에게 큰 위협이자 도전의 대상이지만, 황해의 갯벌과 섬은 에너지 공급원이자 등대다. 이동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머무는 갯벌과 섬에서 철새는 장거리 비행 후 소비된 에너지를 보충하고 휴식한다.

섬은 내륙에 비해 작고, 서식 환경이 상대적으로 단조로워 통과하는 철새들을 연구하기에 적합하다. 2005년 국내 최초로 전남 신안군 홍도에 국립공원연구원 철새연구센터가 문을 열었고, 연구 영역과 인프라 확대를 위해 흑산도로 이전한 후 2014년과 2016년 각각 태안해안출장소와 한려해상출장소를 설립했다.

그리고 지난해 두 번째 국가철새연구센터가 인천 옹진군 소청도에 문을 열었다. 철새연구센터에서는 통과 철새들을 모니터링하고, 가락지 부착조사를 수행하며, 시민 인식 증진 홍보·교육 사업도 진행한다. 철새연구센터는 매년 1만 개체의 철새에게 이동연구용 가락지를 부착한다.

소청도 철새연구센터의 자료를 보면 서해5도 지역에서 확인되는 조류는 과거 문헌기록, 최근 현장조사 결과를 합해 총 355종이다. 한반도를 찾는 철새의 74%에 해당한다. 이 중 325종이 소청도에서 관찰된다. 최근에도 국내 미기록종, 희귀종이 소청도에서 관찰됐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서해5도에서 번식하는 새들도 40종에 달한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매와 저어새, 노랑부리백로를 비롯해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의 검은머리물떼새 등도 번식한다. 서만도와 동만도, 구지도 등지는 국내 대표적인 괭이갈매기의 집단 번식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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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진객이자 인천 시조인 두루미
갯벌서 해마다 40여마리 월동
청학·학익·선학·문학 등 '두루미 학' 자 지명 다수

청학동, 학익동, 선학역, 문학산 등 인천에는 유독 '학'자가 들어간 지명이 많다. 학은 두루미다. 인천이 주요한 두루미 도래지였음을 보여준다.

아파트가 빼곡하게 솟은 청라국제도시와 매일 수백t의 쓰레기가 묻히는 수도권매립지는 1984년까지 천연기념물이었다. 천연기념물 제257호 '인천 연희동 및 경서동의 두루미도래지'. 1977년 천연기념물 지정 당시 면적은 31㎢로 여의도의 10배가 넘었다. 1984년 천연기념물 지정 해제 후 간척사업이 시작됐다.

식량 안보와 농경지 확대를 위해, 또 '중동 건설붐' 이후 건설 장비들의 활용을 위해 김포매립지(동아매립지)가 만들어졌다. 그 후 수도권매립지와 청라국제도시가 됐다.

지금은 강화 동검도, 세어도, 영종도 사이 갯벌에 해마다 40여마리 두루미가 월동한다. 추수가 끝난 논밭에서 볍씨와 풀뿌리를, 개울에서는 물고기와 수초뿌리를 주요 먹이로 하는 철원과 연천지역에 도래하는 두루미와 달리 인천을 찾는 두루미는 갯벌에서 갯지렁이와 게를 먹는다.

두루미는 전 세계 생존 개체가 3000마리 정도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기종이며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며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이다. 그리고 인천의 시조(市鳥)이다.
 



전 세계 저어새들의 고향, 인천

멸종위기 1급, 남동산단 유수지에 둥지틀고 두 배로

2009년 4월 22일,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 옆 유수지 인공섬에 저어새가 둥지를 틀었다.

지역언론뿐 아니고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보도가 이어졌다. 시민들은 아침부터 점심, 저녁까지 둥지마다 태어난 '아기 저어새'들을 보살피듯 관찰했다. 2009년 그렇게 10마리가 태어나 6마리 아기 저어새가 성공적으로 둥지를 떠났다. 2017년에는 233마리로 늘었다. 2018년과 지난해에는 너구리 침입으로 큰 타격을 받았지만, 해마다 100마리가 넘는 아기 저어새가 남동유수지 저어새섬에서 태어난다.

저어새가 돌아오기 전 시민들은 인공섬을 청소하고 부족한 둥지 재료를 전달한다. 섬이 하나 더 만들어졌고 너구리 침입을 막기 위해 전기울타리가 설치됐다. 매년 봄이면 시민과 학생들이 마련한 저어새 환영잔치가 열린다. 전 세계에서 2000마리였던 저어새는 4000마리로 두 배 늘었다.

저어새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기종이며 천연기념물이며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보호해양생물이다. 저어새는 주걱처럼 생긴 검은 부리로 물을 휘휘 저으며 먹이를 잡는다.

남동유수지 저어새섬뿐 아니라 한강하구와 인천경기만의 무인도인 구지도, 각시바위, 수하암, 갓섬(매도)이 주요한 번식지이다. 아기 저어새가 겨울을 나기 위해 대만이나 홍콩, 오키나와, 제주도 등 남쪽으로 떠나고 날씨가 영하로 내려가면 두루미가 찾아온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