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결혼하지 않는 나라'가 되고 있다. 결혼하는 사람들이 해마다 줄어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인 조혼인율이 5.0까지 떨어졌다. 올해 전체 합계출산율도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1.0명을 밑돌 것이 확실하다. 


 지난해 12월26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10월 출생아 수는 2만5648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826명(-3.1%)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전체 출생아 수는 7만3793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6687명(-8.3%) 줄었다. 혼인 건수는 2만331건으로 전년 동월대비 1525건(-7.0%)이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출생아 수가 7만명대로 가임여성 자녀 합계출산율은 3분기 0.88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0.08명 떨어졌다. 이는 1981년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3분기 기준 최소 기록이다. 


 특히 2030세대는 성과 가정생활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들이 실제 결혼하지 않는 이유에는 경제적인 이유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금융생활보고서에 따르면 3040세대 미혼 남녀의 경우, 전체의 44%가 결혼을 안 하겠다고 답했다. 해당 연령층에서 돈을 많이 버는 상위 80%는 결혼을 안 하겠다는 미혼 남녀가 40%를 조금 웃돌았다. 돈을 적게 버는 30∼40대 미혼도 56%가 결혼을 안 하겠다고 응답했는데, 결혼을 안 하겠다는 이유는 각기 달랐다. 결혼을 앞둔 청년층이 소득이나 주거에 대한 독립적인 여건이 마련돼야 결혼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부분이 어려워진 상황이 만혼 증가 및 결혼 건수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다. 취업도 어렵고 돈이 없어 결혼을 꿈꾸지 못하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는 인식이 확대되어가고 있다. 이 시점에 국민의 결혼문제에 간여한 조선 22대 정조의 혼인장려책과 그 사회적 의미는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정조실록>의 정조 15년 신해(1791) 2월9일(갑인) 기록에 의하면, 정조가 '곤궁한 백성들이 혼사와 장사에 시기를 넘기는 것을 크게 염려하여 한성부에 수소문해 아뢸 것을 여러 번 신칙했다'고 쓰여 있다. 


 몇 달 후인 같은 해 6월2일(을사)의 기록을 보면, 오부(五部)에서 혼사를 시켜야 할 남녀의 별단(別單)을 올렸는데 모두 281인이었다. 유학(幼學) 신덕빈의 딸과 유학 김희집의 혼인 준비를 호조판서 조정진과 선혜청 제조 이병모가 맡아 잔치를 열고 혼례를 이뤄줄 것을 왕이 특별히 명했다. 또 내각(내규장각)에 소속된 관리들 중 글을 잘 짓는 사람이 전(傳)을 지어 그 일을 기록하도록 명했다는 내용이다.


 '사족(士族) 자녀가 30세가 가까워도 가난하여 시집을 못 가는 자가 있으면 예조(禮曹)에서 임금에게 아뢰어 헤아리고 자재(資材)를 지급한다. 그 집안이 궁핍하지도 않은데 30세에 차도록 시집가지 않는 자는 그 가장을 엄중하게 논죄한다.' 조선시대 경국대전의 예전(禮典) 혜휼조(惠恤條)에 적힌 조문이다.


 조선 정조는 이를 바탕으로 전국의 어려운 미혼남녀를 발굴해 지원하라고 한성부에 명했다. 천신만고 끝에 파혼의 상처를 가진 마지막 커플까지 혼인을 성사시킨 후 뛸듯이 기뻐했다는 내용이 '김신부부전'에 전한다. 


 정조가 혼기를 놓친 백성의 혼인에 적극 나선 것은 제대로 된 왕도정치의 실현이다. 왕은 하늘을 대신해 백성을 다스린다. 하늘의 뜻은 백성이 배부르고 따뜻하게 사는 것이다. 


 우리의 위정자들도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출산 가임기의 청소년들이 혼인하지 않는 것은 개인 문제를 넘어 국가 문제임을 명확히 하며, 경제적 빈곤이 혼인 회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국가의 역할을 분명히 하고 있다. 매년 역대 최저 혼인율을 경신하는 우리에게 역사는 국가의 역할을 가르쳐주고 있다. 혼자 사는 것이 대세인 요즘, 발생한 문제만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춘 정책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늘어나는 1인 가구를 줄이기 위해 강제력을 동원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인간의 비참함을 벗어나게 하려는 개인의 존중과 안전한 생활 형태를 이룰 수 있는 사회 제도를 고민해야 할 때다.


 취업이 어렵고 돈이 없어 결혼을 꿈꾸지 못하는 오늘날 젊은이들의 결혼을 장려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인구가 많아져야 국방력도 튼튼해지고, 세금 수입도 많아진다. 결혼과 출산 장려가 우리의 미래다.

 

기원서 전 송도중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