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3기 신도시에 하남시 교산지구가 포함됐다.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신도시 조성이 자족도시로의 도약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는 반면, 개발 바람에 밀려 평생을 일궈온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원주민들에게는 커다란 상실감과 아픔을 안겨주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시민들의 곁을 지켜왔던 공간들 또한 신도시 개발에 따른 여파에 휩쓸리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수백 명이 넘는 장애 학생들에게 삶의 희망을 심어주고 미래를 만들어가는 교육의 장으로 자리매김해 온 성광학교를 빼놓을 수 없다.


 1985년 하남시에 처음 문을 연 성광학교는 지난 35년간 유일하게 특수교육을 전담해 온 비영리 사립학교이다. 현재도 130여 명의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다. 어떠한 수익도 없이 오로지 장애 학생들의 교육이라는 순수한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하남시 특수교육의 역사와도 같은 곳이다.


 이처럼 오랜 세월 속에서도 한결같이 장애 학생들의 보금자리가 되어 준 성광학교가 신도시 개발과정에서 존폐를 걱정해야 할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제3기 신도시 택지지구 지정고시'에서 성광학교의 이전이 결정되면서 수십 년간 터 잡아온 교산지구를 떠나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특수학교를 이전하는 것은 녹록지 않은 문제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특수학교에 대한 편견어린 시선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느 지역이든 특수학교가 들어선다고 하면 주민들의 반발로 인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게 된다. 더구나 별도의 이전비용도 지원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족한 보상금만으로는 이전이 어려워 사실상 성광학교를 폐교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특히 대규모 택지개발 시 의무적으로 설립하도록 되어 있는 일반 초·중·고교와는 달리 특수학교의 경우에는 반드시 설치해야 할 법적 근거가 없다. 성광학교를 이전하라는 것은 이 같은 법의 허점을 이용해 성광학교가 지닌 공익적 가치는 뒷전에 두고, 우리 시에서 또다시 개발이익만을 취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이미 기존의 신도시 개발과정에서도 전례가 있다. LH는 하남시에서 택지개발사업을 벌여 막대한 이익을 거뒀음에도 이를 지역사회에 환원하기는커녕, 개발사업자로서 당연히 부담해야 할 환경기초시설 설치비용도 인정할 수 없다며 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수교육기관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하는 성광학교 이전 결정은 모든 학생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공존의 가치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하남시의회는 지난 2월 교산신도시 내 성광학교 존치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의원 모두의 동의로 채택했다. 지역사회에서도 시민들의 서명운동이 이어지면서 성광학교의 이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날로 커져가고 있다. 성광학교의 존치는 단순히 일개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야 할 우리 모두의 문제다. 또한 열악한 교육환경 속에서도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 학생들과 특수교육에 헌신하고 있는 교사들의 교육권 보장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 아이들이 성광학교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학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관계기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방미숙 경기 하남시의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