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영종도' 저기는 '배다리'…인천, 다 찍혔네!

 

 

 

영상위, 지난해 영화 등 '195편' 지원...드라마만 52편 '연간 작품수의 30%'
해외 '트레드스톤''성지X' 등 촬영도...제작팀 선호도 중구·동구·연수구 순




영화·드라마로 대표되는 영상산업계는 지난해 화려한 성적표를 남겼다.
무려 5편의 1000만 영화가 탄생했으며 이 중 '기생충'은 아카데미 4관왕을 비롯, 해외 유수 상을 휩쓸며 한국영화의 위력을 입증했다. 드라마 업계는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플랫폼 공급자와 종편 및 케이블 채널의 과감한 투자로 블록버스터형 대작, 퓨전 사극, 청춘 로맨스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제작됐다.
이 가운데 유독 인천을 배경으로 촬영한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최고시청률 19.1%를 기록한 SBS드라마 '스토브리그'의 경우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대부분의 촬영분을 소화해 해당 장소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인천을 촬영지로 추진할 경우 거쳐야 할 곳이 인천영상위원회다. 영상문화산업 진흥을 위해 2006년 설립된 인천영상위원회는 해마다 다양한 영상물의 촬영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2019년엔 해외 영상물 제작 지원에도 참여했다.


#촬영지로 각광받는 인천, 촬영지원도 해마다 증가
2019년도 인천영상위원회는 195편의 영상물에 대해 537회차에 걸쳐 촬영을 지원했다. 이전년도 대비 촬영편수 기준 약 41% 증가한 수치다.
인천영상위원회의 지원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촬영한 작품까지 고려한다면 실제 인천의 촬영 편수와 회차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한 해 동안 촬영된 195편의 영상물을 분야별로 보면 영화와 드라마가 절반에 가깝다. 드라마 장르는 작년 35편에서 올해 52편으로 촬영편수가 크게 증가했다. 뮤직비디오와 광고 역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일진전기 인천지점 등 폐공장의 인기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드라마 1/3은 인천 다녀가
지난 한 해 인천에서 촬영된 상업영화는 약 30편이다. 이 중에서도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반도' 등의 작품은 월미도, 강화도, 영종도에서 장기 촬영을 진행했다. 독립영화의 경우 영상위원회를 통하기보다는 자체적으로 섭외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지원편수가 적은 편이다. 현재 인천 배경 저예산영화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된 작품들이 시장, 병원, 해수욕장 등 인천의 다양한 장소를 영화에 담고 있다.
인천에서 촬영한 TV드라마 역시 52편으로 드라마가 연간 150편 정도 제작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내에서 제작한 드라마 3분의 1은 인천을 거쳐 간 셈이다.

#해외에서도 찾는 인천
지난해 두 편의 해외 영상물이 인천을 찾았다. 본시리즈의 스핀오프 드라마 '트레드스톤'과 2020년 개봉예정인 일본영화 '성지X'가 해당된다.
'트레드스톤'은 한효주와 이종혁 배우가 출연한 해외 드라마로 인천시청과 송도 해돋이공원, 경원재 등을 담았다. '성지X'는 인천영상위원회 '해외 영상물 인천 로케이션 인센티브'사업 지원작으로, 강화도와 중구 등에서 총 15회차를 촬영했다.

#중구 최다, 부평·옹진 최저
영상물 촬영이 가장 많은 곳은 중구였다.
보통 중구의 랜드마크는 월미도, 차이나타운, 개항장 등의 관광지이지만 제작팀이 선호하는 촬영지는 영종도 일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배가본드', '블랙머니' 등을 촬영한 해찬나래 지하차도와 미개통도로, '닥터프리즈너', '99억의 여자'를 촬영한 미단시티 등이 일반 차량의 통행에 방해를 받지 않고 원활히 도로 장면을 촬영할 수 있어 선호하는 것이다.
이 뿐 아니라 5월~7월 일시적으로 개방되었던 81호 창고까지 더해지며 중구의 촬영회차가 타 군구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동구는 인천의 80~90년대 이미지를 그대로 간직한 촬영지가 많았다. 배다리 헌책방 거리, 양키시장 등이 작품 속에서 매력적인 원도심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 외에도 현재 인천영상위원회가 위탁운영하고 있는 폐 공장 일진전기 인천지점에서는 '호텔델루나', '멜로가체질', '보이스3' 등 약 60편의 작품이 촬영됐다.
반대로 부평구에서는 촬영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부평구는 인천의 대표적인 번화가이자 주거 상업 밀집지역으로, 인구 밀도가 높아 현장을 통제하거나 장소를 섭외하기가 어려워 촬영이 힘든 편이기 때문이다. 옹진군은 인구 밀도는 낮은 편이지만 대다수가 도서지역으로 이루어져 있어 접근성이 낮아 촬영 역시 적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상대적으로 적은 통행량을 갖고 있거나 미개통 상태의 도로 등을 활용한 도로 및 교통시설에서의 촬영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가운데 산업시설에서의 촬영이 크게 증가했다.
또 레트로 유행에 맞춰 80~90년대 시대극 촬영이 늘어남에 따라 개발 속도가 느린 생활공간에 대한 관심도 컸다. 재개발을 앞둔 주거지역, 전통시장과 인근의 거리 등에서도 많은 촬영이 이루어지며 인천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모습을 여러 장르의 영상물에 담길 수 있었다.

#인천영상위, 이야기와 긴밀한 장면 연출 목표
인천영상위원회는 올해도 다변화된 플랫폼 속을 채울 '콘텐츠의 전쟁'이 이어질 것으로 영상산업계를 전망했다. 다른 플랫폼과는 차별화된 영상을 선보이기 위하여 '독점', '오리지널' 등의 자체 콘텐츠의 제작이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영상물 제작 시장이 확장되고 복잡해지는 상황에 발맞춘 제작 지원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도로와 교통 시설에 집중되어 있는 촬영지를 넘어서 원도심의 풍경과 전통시장·신도심의 번화가들이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제작지원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인천영상위원회 관계자는 "단순히 스토리의 배경으로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와 촬영지가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극의 주요 장면과 인천의 로케이션을 결합할 것"이라며 "충실하게 촬영계획을 검토하고 관계 기관과 협의를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기관 관할인 문화시설이나 도로교통시설의 경우 본래 목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방법을 모색하고 건강한 촬영문화를 정립할 것"이라며 "촬영을 계획하는 제작사도, 이를 검토하고 지원하는 영상위원회도, 촬영을 협조하는 관계기관도 함께 올바른 과정 속에서 상생하고 이를 통해 인천의 가치가 제고될 수 있게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