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실장

 

 

겨울 동토를 녹이고 싹을 키우듯 신인작가를 발굴하는 '신춘문예'가 연초로 다가왔다. 글을 쓰고 싶은 절절한 욕망이 진솔하고 감동적인 글로 빛을 보게 된다. 문단의 샛별이 혜성처럼 또 등장한다.

"문학 작품은 저널리즘과 다르다. 불의를 고발할 때도 문학적으로 해야 한다. 작가가 보인 건강한 정신으로 정진해서, 중요한 주제들을 진지하게 다루는 작가로 자라나기를 기대한다"는 지난 새해 첫날 모 일간지 신춘문예 단편소설의 심사평이다. 비판도 문학적으로 표현해야 한다니 언어와 글쓰기의 가치를 가볍게 대하지 말라는 노련한 심사 작가의 가르침이다. 하지만 문단 유명 작가들이 창작보다 정치적 입씨름으로 편을 가르니 글 속에 영혼이 담기기나 할까.

어느 직종이든 글은 의사소통을 잇는 수단이고, 인간의 사고를 체계적으로 이끌어 내는 언어 표현이다. 어린 시절부터 인지적 역량을 키우는 글쓰기가 강조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럼에도 향기로운 글보다 자극적인 글들이 문자 공간을 가득 채우는 세상이다. 서로의 의사소통을 단절하기 전에는 거북한 글들이 사라질 리 없다.

과거의 역사 속에서 '반공' '통일' 등 천편일률적인 주제의 백일장이 보편적 사회화의 수단으로 활용됐으리라는 의문과는 달리 지난주 송도2동주민센터가 한창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글짓기 대회를 열었다. '생각'이라는 순우리말을 붙인 첫 '혜윰 글짓기대회'다. 무엇보다도 '우리 마을 송도' '휴대폰' '공원' '바다'가 글쓰기의 주제로 제시돼 생활 터전의 친근감을 상징했다. 이날 현장의 분위기는 동 단위 행사라서 짐짓 초라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랐다. 초등학생 75명이 참가해 배부된 '줄노트'에 각자의 생각을 옮겼다. 백일장에서 쓰던 200자 원고지보다 컴퓨터 자판에 익숙한 휴대폰 세대에 대한 배려라고 보였다. 또박또박 바르게 글씨를 쓰지 않을 경우 감점의 요인이 될 수도 있고, 특히 부모 등이 써준 글은 탈락할 수 있다는 심사기준이 엄격하게 고지됐다.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거나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는 글은 결국 배척의 대상이 된다. 그런 글에 대한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도 않는다. 이 시대 '편 가르기'의 글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는 갈등 정국에서 더욱 두드러진 현상이다. '차별적이고 공정하지 못한 언어 관행'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결국 글은 쓰는 사람의 역량이고 배려다. 문득 신문 언어에서 직필과 곡필 모두 자칫 외줄타기 덫에 걸리기 쉽다는 생각이 든다. 시민들이 공감하고 호응하는 품위 있는 글에 박수를 보낸다. 혜윰을 펼친 어린 문사(文士)들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