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윙 장애인등산학교 운영하는 이항수 팀장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산행을 통해 느리고 더디지만 깊이 있는 울림으로 말과 행동을 실천하려 합니다."

'협업과 상생'을 귀에 쏙 들어오게 해주는 이 말에는 국내 최초로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윙(Wing) 장애인등산학교'를 조직해 운영하는 이항수(53·윙장애인보호작업장 원장·사진) 팀장의 소신과 철학이 녹아있는 대목이다.

건강상의 이유로 스스로 온전한 삶을 영위하지 못하지만, 평소 우리와 이웃하며 살아가는 발달장애인들.

그 가족들의 절실한 요청으로 등산학교를 시작한 이 팀장은 스스로 육체적·정신적 힐링을 받고 있음을 느끼면서 이들과 함께 하는 삶을 택했다.

그에게 산행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직원을 거쳐 식당을 운영하면서 IMF 외환위기를 맞아 인생의 어려움을 겪으며 방황하던 중 마음을 달래기 위해 산을 찾았다.

등산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인생 2막을 설계하던 중 2008년 의왕 청계산에서 장애인부모 자조모임인 '윙2002'의 초대 설립자 박옥순 대표 등을 만나면서 이들과 인연이 시작됐다.

박 대표의 요청으로 2009년부터 산행에서 길동무하기 위해 등산학교를 꾸렸다.

당시 학생은 50여 명으로 초등학생부터 나이 서른까지 다양했다.

와중에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해 2013년부터 장애인생활시설에서 근무를 하다가 2016년 윙장애인보호작업장에 시설장으로 부임해 현재 이들과 공동의 목표를 향해 고락을 함께하고 있다.

비영리사단법인 '윙2002'가 운영하는 '윙장애인보호작업장'은 군포시 군포로 494에 위치한 중증장애인 생산시설이다. 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 빵을 만드는 사회적기업이다.

23명의 이용자근로인(장애인)과 7명의 직원이 꿈을 펼치는 보금자리다.

법인에서 장애인등산학교를 12년째 중점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현재 군포·안양·안산·의왕시 등에 거주하는 20~40대 발달장애인 50여 명과 부모 및 봉사자로 구성됐다.
이중 윙 작업장 근로 장애인 13명이 함께 한다. 월 2회 대중교통을 이용해 수도권 산행과 여름 바다캠프, 가을 1박2일 캠프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여름·가을캠프와 한라산트레킹, 백두산천지 등반 등 200여회를 진행했다. 등산학교는 자폐·다운증후군·지적장애를 가진 발달장애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전국을 무대로 진행한다.

이 팀장은 "발달장애인들은 장애 상태에 따라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개발하고 활용해 사회·경제적 자립으로 인격적 존중을 받고 일상생활을 추구해야 하나, 여러 어려운 조건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현실적인 아픔을 토로했다.

특히 "발달장애 부모 자조모임에서 할 수 있는 미술·음악치료와 도예, 농작물재배 등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으나 트레킹 및 등산을 통한 건강관리를 위해 등산학교는 필요한 영역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는 '등산학교에서 정서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비만, 고혈압, 고지혈 등 각종 성인병 예방 및 건강관리를 통해 일상적인 삶을 누린다'는 비전과 맞아떨어진다.

이 팀장은 "봉사를 통해 나의 삶의 의미를 찾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내가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로부터 육체적·정신적 힐링을 받고 있음을 느끼게 됐다"면서 "모두 건강한 삶이 지속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산행에는 적잖은 경비가 필요하지만, 주위에 기대지 않고 각자 자비로 참여함으로써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며 "지속적인 자원봉사자 수급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등산학교를 통해 발달장애인 가족이 행복해지고, 지역사회가 행복해지고, 국가가 행복해질 수 있음을 확신한다"며 "장애인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긍정적인 인식개선이 가장 보람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군포=전남식 기자 nscho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