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환 논설위원

먹방은 별로지만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즐겨본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한계상황에 내몰린 골목식당들을 찾아 되살려낼 방도를 함께 궁리한다. 요즘은 청년 창업자들의 식당들을 주로 찾는다. 튀김 기름을 어떻게 챙겨야 하는 지 등 현장의 디테일한 훈수들이 시청자들 마음까지 따스하게 해준다. 청년 창업자들이라고 해서 "가상하다" 등의 입에 발린 격려는 거의 없다. 최근 방송에서는 한 청년이 눈물을 펑펑 쏟아내도록 따금하게 프로를 이어갔다. "어떻게 찾아온 손님인데 실망시켜 돌려보내려 하느냐." "'남들 하는 만큼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부터 버려라." 눈길은 따사롭지만, 따끔한 지적질을 쏟아내는 음식장사 달인의 청년 사랑이 느껴진다. ▶이와는 좀 다른 방식의 청춘 위로 전문가도 있다. 요즘 '김적김(김제동의 적은 과거의 김제동)'으로 통하는 방송인 김제동씨다. 대학가를 돌며 이른바 '청춘 힐링 콘서트'를 연다. 그런데 대학 1곳당 1500만원 안팎의 고액 강연을 했다고 한다. 강연 1분당 22만원 꼴이다. 취업절벽에 우는 그 청년들의 주머니에서, 더 정확하게는 그들 부모의 주머니에서 나간 돈이다. 그 돈을 받고 이렇게 위로했다. "목수의 망치와 판사의 망치값이 왜 달라야 하죠" "많이 번 사람들이 자기들 능력이 좋아서 많이 벌었습니까. 아니잖아요" 청년들의 분노가 이런 댓글로 떴다. "김제동은 참 아름다운 세상에서, 청춘들은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안산도시공사도 채용비리로 시끄럽다고 한다(인천일보 9월23일자). 그런데 감사실장과 노조위원장이 대표적으로 연루됐다. 감사실장은 5년간 10차례나 자기 자녀를 아르바이트 및 기간제 직원에 채용토록 했다. 노조위원장은 한 임원에게 기간제 근로자 채용과 관련, 청탁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그러면서도 이 노조위원장은 그간 꾸준히 채용비리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거나 외부기관 감사를 요청했다고 한다. 노조위원장의 청탁이 드러난 것도 막판 '같이 죽자'식 제보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셈이다. ▶"그냥 쉽니다"라고 답하는 청년 니트(NEET)족이 인천에서 5년새 두배나 늘었다고 한다. 니트족은 일을 하지 않고, 일 할 생각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말한다. 2만3000여 인천 니트족이 혹시 '나는 끈이 없으니 어차피 안 될 것'이라 체념한 이들일지 모른다. 입으로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외치면서 뒤로는 그 일자리들을 빼돌리는 요즘의 어른들이다. 우리 청년들은 이제 어디에서 그 상실감을 달랠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