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실장

경로효친 정신을 계승하는 노인의 날이 어제(2일)였지만 대한민국 노년의 삶은 여전히 가난하고 어둡다고 말한다. 특히 빈곤과 자살이 한국 노인의 상징처럼 고착화된 현실은 달라진 게 없다. 보건복지부 '2019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자살률은 58.6명(인구 10만명당, 2015년)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8.8명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부동의 세계 1위 노인자살률이 바뀌지 않는 한 우울한 노년 환경은 계속될 전망이다. 노인 빈곤과 자살은 긴밀히 연계된 사안이다. 여전히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노인 상대빈곤율은 2017년 기준 42.2%로 OECD평균 13.5%를 크게 상회한다. 노인 자살률과 빈곤율은 OECD평균의 3배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이 발간한 '2018년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사례가 증가해 접수된 1만5482건 중 5188건이 학대로 판정됐다. 고령 자녀가 고령 부모를, 고령 배우자가 배우자를 학대하는 '노노학대'가 전체의 40%(2051명) 정도에 이른다. 때리고 비난하고, 모욕감을 주는 학대의 주범은 대부분 우리다. 이 중 아들(37.2%)과 배우자(27.5%)가 그 중심에 있다. 화목해야 할 가정이 두려운 노인학대의 가면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돌이켜보면 경기 부천에서 간병이 힘들어 노모를 살해한 40대 남성, 인천 부평에서 고통을 덜어주겠다며 치매 노모를 살해한 아들도 있었다. 부모 부양의 책임이 가족에서 국가사회로 옮겨가는 추세다.
지난 8월 전체 취업자는 45만1001명으로 증가했다. 이 중 23만8000명(52.8%)은 65세 이상 고령 취업자이다. 정부가 하루에 2~3시간 일하고 30만원 정도를 받는 노인일자리 사업을 대폭 확대한 결과다. 통계청이 매년 노인의 날을 맞아 발표하는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황혼 이혼·재혼도 전년에 비해 늘었다. 55~79세 고령자의 연금 수령 비율은 45.9%이며, 연금수령액은 61만원 수준이다. 부정적이고 그늘진 노년이 안타깝지만 경제적으로 부유하거나 건강하고 생산적인 노년을 구가하는 사람들도 증가하는 시대다. 그만큼 노인 집단의 양극화를 줄여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부모를 섬기지 않는다면 나 또한 건강한 노인의 경지에 오를 수 없다. 노인의 날을 지내며 빈곤, 자살, 혐노, 학대, 차별, 고독 등의 노인 접두어가 사라져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