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아빠 '우주 최고의 행복한 아빠 만들기'
▲ 7년간의 마법 같은 기적 노신임 지음 밀알속기북스 480쪽. 17800원

이 책은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온 치매 아빠를 7년간 돌본 딸의 이야기다. 치매 아빠를 다뤘다 하니 괜히 눈물이나 빼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오히려 지은이는 치매 아빠와 함께 보낸 유쾌하고 행복한 경험을 전해주고 있다.

치매 환자들은 대부분 상상 속 세계에 살고 있다. 그 세계는 대개 어둡고 고통스럽다. 저자는 그런 아빠를 지켜내기 위해서 아빠의 상상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상상의 동굴에서 아빠를 위해 싸웠고, 상상의 바다에서 아빠와 함께 헤엄쳤다. 그러자 아빠의 세계는 밝고 희망차며 즐겁고 행복한 곳으로 변화됐다. 상상 속에서 아빠는 세계 최고의 VIP가 되었다. 대기업 회장님이 되었고, 대통령 후보자가 되었다. 수백 채의 건물주가 되었고, 후대에 길이 남을 위인이 되었으며, 고대로부터 예언된 귀인이 되었다.

이 책에는 치매 아빠를 지켜내기 위해 행한 기발하고도 놀라운 일들이 에피소드 형식으로 전개되어 있다. 이토록 기발할 수 있을까? 이토록 엉뚱할 수 있을까? 치매 아빠와 보내는 시간이 이토록 유쾌할 수 있을까? 지은이는 아빠와 함께 보낸 그 7년을 마법 같은 여행이라고 부른다.

치매 아빠가 기적적으로 다시 살아오던 날, 지은이는 울며 신께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다시는 후회할 일들을 하지 않겠다고, 사랑하는 아빠와 다시금 함께 숨 쉴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하겠다고. 그리고 다시 찾게 된 소중한 아빠를 세계에서 아니 온 우주에서 가장 행복한 아빠로 만들어 주겠다고 결심한다.

이 책은 치매 아빠와 함께했던 7년간의 기록을 통해, 소중한 사람에게 예고 없이 치매가 찾아올 수도 있음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그 치매와 당당하게 맞서는 방법도 알려주고 있다. 또한 평범한 저자가 경험했던 다양한 치매 증상들, 그리고 그 증상들에 대해 저자 고유의 독특한 대처를 살펴봄으로써 치매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해소시켜줌과 동시에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모든 사람들도 능히 치매를 극복해 낼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을 얻게 해준다.

지은이 노신임은 현재 '밀알속기녹취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가공인1급의 베테랑 전문 속기사다. 법률적 증거 자료를 기록으로 남기는 일을 주로 하다 보니 스쳐 지나가는 말 하나도 놓치지 않는 꼼꼼함을 얻게 됐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인간 내면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히게 되었다. 어쩌면 치매 아빠의 상상 속으로 과감히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갖고 있는 인간 이해의 경험 덕분이었을 것이고, 그토록 치밀하게 계획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그녀만의 독특한 꼼꼼함 덕분이었을 것이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