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식탁엔 '주연'들만 있네요

 

▲ '하림한정식' 임남례 대표는 2015년 11월 인천아너소사이어티의 65번째 회원이 됐다.

 

[반찬 수만큼 기부도 억소리 나는 사장님]

"저희 '하림한정식'이 1999년 6월5일 문을 열었어요. 처음에는 '여름 하(夏)'자를 써서 '하림'으로 하려 했는데 서예가이신 바깥사돈께서 '물 하(河)'자가 좋다고 하셔서 '하림(河林)한정식'이 됐어요. 덕분인지 지금까지 20년이 넘도록 꾸준하게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시고 영업을 이어오고 있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인천 미추홀구 주안1동행정복지센터에서 걸어서 채 2분이 안되는 곳에 있는 보리굴비와 한정식 전문점 '하림한정식'의 임남례 대표가 음식점 이름에 얽힌 사연을 들려줬다.

'하림한정식'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적당한 가격에 한결같은 맛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쓰고 '내 가족이 먹는 음식을 만들 듯' 정성을 담아 조리하되 조미료는 전혀 쓰지 않는 원칙을 지키기 때문이다.

"기본 반찬이나 장아찌 등에 쓰이는 각종 채소는 충남 천안에 있는 농장에서 직접 재배해서 조달하고 민어 등 횟거리나 생선은 연안부두 어시장에 매일 나가 물 좋은 것을 직접 보고 고르고 있어요. 보리굴비도 전남 영광에 가서 건조과정과 보관방법을 직접 보고 거래를 시작해서 110마리 1박스를 1주일에 한번씩 공수받아 사용하고 있어요. 고춧가루 등 기본양념과 된장, 고추장도 직접 담그는 등 양념이나 식재료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어요."

임 대표는 지난해 12월 인천대와 재능대에 장학금 1000만원씩을 기탁하고 지난 2015년 11월에는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의 65번째 회원으로 가입했다. 또 인천여성아너소사이어티와 한국여성CEO협회 회장과 고문, 스페셜올림픽코리아 고문으로 활동하는 등 다양한 사회봉사활동으로 주위의 귀감이 되고 있다.

"집안 형편 때문에 공부를 계속 할 수 없는 학생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대학에 기부를 하게 됐어요. 기부는 돈이 많다고 하는 게 아니에요. 주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는 믿음과 저의 작은 도움으로 열악한 환경에 있는 분들이 희망을 갖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어요."

대전에서 태어나고 자란 뒤 70년대 초 결혼하면서 인천과 인연을 맺은 임 대표는 "남들과 나누려는 의지만 있다면 자신의 기부를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강조한다.

"오랜 시간 같은 자리에서 한정식 집을 하다 보니 우리 가게에서 상견례를 가졌던 손님이 결혼해서 부모님과 함께 다시 찾아오거나 외국으로 이민 갔던 손님이 몇 년 만에 인천에 돌아와서 한정식을 드신 뒤 '옛날 맛을 다시 볼 수 있게 음식점을 계속 열고 있어서 고맙다'는 분들도 많아요."

1층과 2층에 고가구 등으로 장식된 7개의 룸으로 나뉘어 있는데 모두 80석의 좌석이 있다. 1층의 경우 3개로 나뉜 방을 트면 한번에 34명이 함께 회식할 수 있다.
15대 수용가능한 자체 주차장이 있고 근처 유료주차장을 사용할 때 주차를 도와주는 분도 있어 주차 걱정을 안해도 된다. 032-868-3700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물좋은 재료만 쓰는'그 집'의 추천메뉴]

▲ 으뜸한정식 한상차림
▲ 으뜸한정식 한상차림

 

●한정식 삼총사(버금·으뜸·하림)
20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하림한정식'의 대표 메뉴.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은 계절에 따라 조금씩 바뀌는데 김치, 샐러드, 동치미, 잡채와 호박·동태·버섯의 3색전 등 기본반찬에 명란젓·오이지·마늘쫑과 새우볶음이 개인용 반찬으로 나오고 각종 견과류를 얹은 감과 검은깨로 옷을 입힌 구운 더덕은 눈도 즐겁게 하고 입맛을 돋운다.

메인 요리가 찬 음식부터 더운 음식까지 차례로 나오는데 호박죽으로 속을 달랜 뒤 민어회, 육회, 간장게장, 전복찜, 홍어와 돼지고기 삼합, 새우튀김, 불볼락을 찐 뒤 매콤새콤한 소스를 얹은 '열기홍당초', 갈비찜, 민어지리, 된장찌개와 공기밥 등을 순서대로 먹다보면 어느새 포만감이 밀려온다.

'버금'은 점심한정메뉴이고 '으뜸'과 '하림'은 주로 저녁에 가족이나 직장동료끼리 회식할 때 자주 찾거나 귀한 손님 대접할 때 제격이다. 한정식의 모든 음식과 반찬은 다 먹지 못하고 남기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양이 적다 싶을 정도지만 부족하다는 손님에게는 추가로 제공한다.

●보리굴비정식
보리굴비정식은 '하림한정식'에서 5년 전부터 단품메뉴로 준비했는데 이 집을 오는 손님들이 점심이든 저녁이든 가장 많이 찾는 히트 메뉴로 자리잡았다.

전남 영광 법성포의 특산품인 보리굴비는 조기의 품종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굴비를 보리쌀에 넣어 보관했기 때문에 생긴 이름인데, 1년 이상 바닷바람에 자연 건조시킨 뒤 통보리에 넣어 저장하면 굴비가 보리의 향을 받아들여 짠맛도 줄고 비린내가 없어지며 굴비 속의 기름이 거죽으로 배어나오면서 누런색을 띠면서 윤기가 흐르게 된다. 이 집에서는 보리굴비를 쌀뜨물에 30~40분정도 담가 염도를 빼서 미리 쪄놓은 뒤 손님상에 올리 때 한번 더 찌는데 살이 통통하고 촉촉한 식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게 비법이다.
보리굴비는 같이 나오는 녹차물에 말아서 살점을 얹어 먹으면 함박웃음이 절로 나오게 된다.

'하림한정식'의 단품 메뉴로는 간장게장정식, 갈비찜정식, 궁중불고기, 황태구이도 있으며 일품 요리로는 '마른구절판', 육회, 낙지소면, 두부김치, 파전, 삼합도 준비되어 있다.

 

▲ '영화공간 주안' 심현빈 관장이 보리굴비와 한정식 전문점 '하림한정식'을 찾았다.
▲ '영화공간 주안' 심현빈 관장이 보리굴비와 한정식 전문점 '하림한정식'을 찾았다.

 

[심현빈 영화공간주안 관장이 찾은 '하림한정식']
"영화란 정성으로 제맛 내는 한정식 같다"

"제가 단순히 영화를 보러 다닐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영화관에도 '사각지대'가 있더라고요. 영화가 기본적으로 '보는 예술'인데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배려가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시작한게 그림책 낭독이나 미술 감상처럼 화면이나 배경을 설명해주자는거였어요. 예를 들면 대사가 없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러면 '둘이 말없이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다'라고 설명을 하며 대사를 이어가면 훨씬 쉽게 이해하게 되고 깊이 있는 감동을 느끼게 되지요."

인천 유일의 예술영화 상영관 '영화공간 주안'의 심현빈 관장이 인천 미추홀구 주안1동에 있는 보리굴비와 한정식 전문점 '하림한정식'을 찾아 영화와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심 관장은 30년간 인천의 공공도서관에서 근무하고 명예퇴직한 뒤 올해 초 공모를 거쳐 '영화공간 주안' 관장에 취임했다. 도서관에 있을 때 점자체험장과 시각장애인실을 운영했던 전문성을 살려 영화 상영과 접목한 셈이다.

"우연히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에 화면해설양성가 과정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너무 반가웠어요. 그런데 저희는 인력이 없어서 인천시각장애인복지관과 같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됐지요. 지난 20일에도 애니메이션 '소나기'와 영화 '시집가는 날'을 시각장애인을 위한 영화해설 감상시간으로 갖게 됐어요. 스토리를 알고 있어야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지요. 앞으로 횟수를 좀 더 늘려갈 계획이에요."

'영화공간 주안'의 기획 프로그램 가운데 관객들의 호평을 받는 게 '영화감독 봉만대와 함께 하는 북씨네(BookCine)'다. 원작을 바탕으로한 예술영화를 선정하여 상영한 뒤 봉 감독이 작품에 대해 관객과 대화하는 시간인데 심 관장이 진행을 맡고 있다.

"봉 감독이 워낙 영화의 기법이나 배경, 스토리 등의 해박한 지식과 함께 자신이 겪었던 일까지 더해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니 참가한 관객들의 반응이 좋아요. 지난달에는 영화 '김복동'에 대한 '북씨네'를 가졌는데 봉 감독이 '질문을 받을 수가 없다. 질문을 받아도 답을 못하겠다'며 '위안부 할머니들이 1000회가 넘는 집회를 가졌는데 한번도 가보지 못한 게 부끄러워 영화를 울면서 봤다'고 고백할 때는 모두 숙연해지기도 했죠."

심 관장은 '영화공간 주안'의 예술영화관 전문 상영관이라는 정체성 확립은 "영화의 질을 놓쳐서는 안된다"며 "수준 높은 영화로 승부를 걸겠다"는 다짐이다. 이와 함께 장애인은 물론, 문화 취약계층 해소를 위한 '문화 복지'를 테마로 하는 사업을 사회복지기관과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펼쳐 마니아층에게 한정된 예술영화가 아닌 보다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 공연, 연극, 영상물 상영 등 각종 모임이 가능한 다목적 공간인 '컬쳐팩토리' 대관 사업과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인천시교육청과 함께 '체험영화교실'도 추진할 구상을 갖고 있다.

"좋은 영화가 감독이나 주연급 배우 등 한두 명의 개인기나 첨단 기술로만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고 열정이 뒤따라야 하는 것처럼 한정식도 기본 반찬부터 주요 음식까지 상차림을 하는 분들의 정성이 담겨야 제맛을 낼 수 있다는 면에서 영화와 한정식은 비슷한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글·사진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