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수 경기본사 정경부장

촛불 정국이다. '조국 사퇴'를 요구하는 자유한국당을 비롯 보수진영이 촛불을 들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국민들이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촛불을 들었다. 다른 내용의 두 촛불이 대치하는 상황이다.
# 저항의 상징인 삭발투쟁에 나선 제1 야당 한국당 대표를 비롯해 소속 의원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반대하며 광화문과 일부 대학가에서 촛불을 들었다. 낯설지만 이들의 촛불은 대통령 하야 요구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 21일 저녁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는 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해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이 3년 만에 다시 검찰개혁을 요구하며 촛불을 들었다. 조국 장관에 대한 검찰의 '미세먼지 털기'식 수사에 대한 반발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의 미완의 과제 검찰 개혁의 절실함이 더욱 크다.
촛불은 부조리에 맞선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광우병 소고기 수입에 비폭력 시위의 일환으로 촛불을 들었고,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국정농단을 규탄하는 촛불은 대통령을 끌어내렸다.
촛불은 이렇게 정권의 부당성을 알리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민초들의 저항 표시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일본의 경제침략에 저항하는 것도 아니고, 국정농단 사태도 아니고, 노동자 서민들의 민생 파탄도 아니고, 광우병 소고기 수입도 아닌 일개 장관 임명에 제1 야당 국회의원들이 삭발로 저항하는 모습에 국민들은 낯설어했다.
최근 우리는 대외적 악재에 위협을 받고 있다. 자영업자를 비롯한 서민 경제의 힘겨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고, 강대국들의 보호무역주의는 기업경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일자리 문제도 좀처럼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민생법안을 조속히 마련하자는 소리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삭발한 황 대표와 기득권 대학의 촛불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어떨까.
정치권 일각에서는 황 대표의 촛불에 대해 9월 정기국회가 본격 개막하기 전 여론의 물꼬를 한국당 중심의 보수진영으로 틀고 나아가 자신의 당내 입지를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한 지난 한 달간 한국당은 조국 임명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당 지지율이 추락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충격요법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렇다 치더라도 그것은 정치적 해석일 뿐 국민의 삶과는 전혀 무관하다.
올해 상반기는 식물국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쌓여 있는 민생법안을 외면한 지 오래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뻔뻔하게 국회 개원은 등한시하면서도 내년 총선을 의식한 듯 각종 특별교부금을 챙겼다는 보도자료는 열심히 뿌리고 있다.
어느덧 9월 중반을 넘어섰다. 한국당 의원들의 삭발 행렬이 이어지는 동안 경기북부 지역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방지를 위해 자치단체와 농민들은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방역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위기의식에 방역당국과 농민들은 악전고투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런 사실은 알고 있는가. 20대 국회를 역대 최악의 실적으로 만든 그들은 내년 총선에도 자신을 뽑아달라고 농민들에게 손을 내밀텐가.

여하튼 조 장관을 놓고 여야 대치는 오랜시간 갈 것 같다. 아니 총선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게 전략이라면 국민은 더욱 암울해진다. 야당이 국정조사 카드를 들고나온 마당에 9월 국회가 온전히 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앞으로도 사사건건마다 만사를 제치고 정쟁을 벌이는 것으로 소진할 것이다. 이들에게 검찰 개혁을 맡길 수도 없고, 이들에게 사회적 개혁을 맡길 수도 없다. 세월아 네월아 조국사퇴 대 반대로 대치하다 총선을 맞이할 것이다.
이런 사실을 국민들은 이미 꿰뚫고 있다. 그 때문인가. 이제 조국 사퇴 요구 촛불은 사그라지고 있다. 이미 대학가 조국 사퇴 촛불은 동력을 잃은 듯하다.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촛불은 더욱 크게 타오를 것이다.
최근 조국 임명을 앞두고 어느 '페친'이 남긴 글이 여운을 남긴다. '윤`석열은 하던 대로 윤석열의 일을 하면 되고, 조국은 하던 대로 조국의 일을 하면 되고, 대통령은 하던 대로 대통령의 일을 하면 된다. 물론 자유한국당도 하던 대로 하면 된다. 그러면 잘 될 것이다.' 여기에 덧붙이면 국민도 하던 대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