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끼리 공감하는 '청춘식당' 됐으면 … "

무료급식소서 어르신·장애인에 한끼 대접
봉사자 손길 큰몫 … "밥상공동체 만들기 꿈"



"식사 더 드세요." "맛있게 먹었습니다."

'청춘식당',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무료급식소' 이름이라고 한다.

생물학적 나이로 굳이 따지면, 식당을 이용하는 사람과 청춘식당이라는 이미지는 일대 반전을 이룬다. 청춘을 훌쩍 넘긴 노인과 장애인들이 이용하기 때문이다. 그저 한끼 식사이지만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관심을 나누는 밥상공동체를 이루는 그 시간만큼은 '신청춘' 세대들인걸까. 여기에 일손을 보태고 있는 자원봉사자들과 복지관 사람들의 열정은 젊은 청춘 못지않다.

'청춘식당'은 안양시부흥종합사회복지관에서 운영하고 있다. 안양시 동안구 부흥동 489세대 아파트 단지에 들어선 복지관이다. 생활이 어려운 주민들 가운데 노인과 장애인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곳이다.

복지관 건물 지하 1층에 있는 청춘식당은 121㎡ 규모로 오전에는 식당으로, 오후에는 체육시설로, 평소에는 강당으로 이용하는 다목적 공용공간이다. 전동 휠체어 등을 이용하는 이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은 1층 경로당에서 식사를 한다.

이훈(사진) 안양시부흥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은 "90년대부터 경로 무료급식소를 운영해 왔는데, 처음에는 목욕탕이었던 지하 1층을 개조해 식당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장은 어르신들이 식당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고 교제할 때 얼굴에 생기가 도는 모습을 발견하고, '무료 급식소'가 아닌 '청춘식당'이라고 5년 전 이름을 바꿨다. '밥 한끼 먹을 여유가 없어서 그럴거야'라는 편견을 깨고 싶어서였다.

1주일에 5일 제공하는 식사 인원은 하루 140여명에 달한다. 운영비는 안양시와 복지관 운영법인의 지원으로 충당한다. 식재료 다듬기와 조리, 배식, 설거지까지 주방에서만 하루에 최소 8명이 달라 붙는다. 영양사와 조리사 2명은 복지관 직원이고, 나머지는 등록된 봉사자 200여명의 몫이다. 초등생 엄마들 모임, 학습동아리, 기업체 봉사단 등 22개 자원봉사팀이 요일별로 나눠 일손을 거들고 있다.

1년 넘게 매월 첫째주 목요일 청춘식당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는 ㈔의맥회 박광식 회장은 "좋은 일을 함께 나누자는 모임 취지에 따라 지난해부터 회원들 중 4명씩 돌아가면서 급식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장은 어르신들이 공생과 협력, 배려를 통한 주도적인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그래서 집에 혼자 있는 이들에게 반찬만들기 교실이나, 저녁에 밥먹기 싫은 이들이 나와서 함께 밥을 해 먹는 공동밥상이 가능한 청춘식당으로 만들려고 한다. 이를 위해 여건이 되면, 지하 청춘식당을 1층으로 옮길 계획이다.

이훈 관장은 "예전에는 사회복지가 구제나 자선의 성격이 강했는데, 지금은 서로 소통하는 관계로 바뀌었다. 경제적 빈곤보다 인간관계 단절이 더 큰 사회복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청춘식당이 김장담기 같은 주민참여 행사를 통해 이웃 간 교감을 나누고 공감을 형성하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양=이동화 기자 itimes2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