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환 논설위원

지난주 대구지법에서 해외연수 중 사고를 친 예천군의회 의원들을 제명한 것이 '문제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그사이 무슨 일이 있었나 검색해 보니, 글로벌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도 떡하니 올라 있다. 제목이 '예천군의회 해외연수 추태 사건'이다. 역대 지방의원들의 온갖 외유 추태 중에서도 가장 '고전'으로 꼽혔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예천군 의원들은 6000만원의 세금으로 미국, 캐나다 연수를 갔다. 여기서 가이드를 폭행하고 여성접대부를 요구하는 등으로 예천군까지 유명세를 탔다. ▶공식적으로는 '국외공무여행'이라 부른다. 그러나 지방의원들이 가면 거의 '외유'나 '호화 관광'으로 전락한다. 그때마다 호된 여론의 뭇매를 맞아도 반복된다. '세금 해외관광'은 지방의원들의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는 얘기까지 있다. 추측컨대 '양잿물도 마시는 공짜'가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또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고, 공무원들의 온갖 수발까지 받을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그 무엇보다도, 여의도에 진출해 있는 그들 상전들의 행태를 눈여겨본 탓이 더 클 것이다. ▶전국 242곳의 지방의원들이 스스로 예산을 짜 수시로 해외를 들락거린다. 그러니 불거져 나오는 사연도 가지가지다. 2년 전 인천의 한 기초의회 의원들은 미국 서부지역 해외연수를 여행사 패키지 관광상품을 이용해 다녀왔다. 시민들 세금을 한푼이라도 아끼려 했을 수도 있다. 같은 의회 A의원은 미국 해외연수를 가서는 미국 대학에 다니는 딸 졸업식에 갔다. 연수 목적이 '미국 교육현장 시찰'이라 했던 것 같다. 이 의회는 지난봄 크루즈 해외연수를 떠나려다 무산되기도 했다. 경기도 B기초의원도 캐나다 연수를 가 현지에 거주 중인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비싼 해외연수를 알뜰살뜰 활용하는 지혜가 돋보인다. ▶이번에는 인천 서구의회의 해외출장 계획이 도마에 올라 있다. 의원 14명이 4900만원을 쓰는 여행이다. "올여름 주민들을 고생시킨 붉은 수돗물 사태가 여전히 아물지 않았는데 외유가 그렇게 바쁘냐"는 비판이다. 두바이에서 전통시장 운영 현황과 우수 사례를 살펴보겠다는 연수 계획도 "하필 두바이냐"는 반응이다. 향수나 향신료 등으로 유명한 두바이 전통시장 '수크'는 두바이 관광청의 간판 상품이다. 아무래도 요즘 유행하는 항공편 경유지의 '스톱 오버(단기 체류)'를 활용한 게 아니냐는 얘기다. 편의점 알바 청년들도 훌훌 해외여행을 떠나는 시대다. 머리에 쥐가 나도록 공부하겠다는 의원님들만 우리 세금으로 해외에 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