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법원(권석천 지음, 창비, 420쪽, 1만8000원)=베테랑 기자 출신의 지은이가 펴낸 이 책은 '사법농단'에 대한 최초의 심층 기록이다. 부당한 지시에 저항해 사표를 냄으로써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의 베일을 벗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탄희 전 판사와의 심층 인터뷰를 시작으로 오랜 법조기자 생활에서 만났던 다양한 취재원의 증언을 듣고, 법정에서의 재판을 취재하고, 방대한 관련 자료를 검토했다. 그 작업들을 통해 사건이 처음 불거졌던 당시의 상황과 세 차례에 걸친 대법원의 자체 조사, 검찰 수사와 재판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충실하고도 입체적으로 담았다. 그 과정을 읽다보면 판사 이탄희가 왜 두 번 사표를 내야 했는지 알게 되는 동시에 한국 법원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생생하게 볼 수 있다. 특히 7장의 강제징용 재판 사례는 한·일 간의 마찰 차원을 넘어 시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법농단의 본질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봄의 정치(고영민 지음, 창비, 128쪽, 9000원)=세상을 바라보는 온유한 시선과 유쾌한 발상이 돋보이는 순박한 시편들로 개성적인 서정의 세계를 펼쳐온 고영민 시인의 신작 시집. 2002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한 시인은 그동안 서정시의 다채로운 변주를 보여주며 17년간 꾸준히 시작 활동을 해왔다. 따뜻함과 삶의 비애를 동시에 느끼게 하는 그의 시는 다양한 감흥을 불러일으키는데, 특히 일상적인 소재에 곁들인 유머와 해학은 독보적이라 할 만하다. 삶의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친근한 언어로 정통 서정시 문법에 가장 충실한 시를 쓴다는 평가를 받는 시인은, 그간 지리산문학상(2012)과 박재삼문학상(2016)을 수상하면서 시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 시집은 박재삼문학상 수상작 <구구>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다섯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기존의 섬세한 시어와 결 고운 서정성을 간직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과 사물의 존재론에 대한 깊은 사유를 보여준다. 표제작 '봄의 정치'를 비롯하여 총 66편의 시를 4부에 나누어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