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지은 건축가의 성공비결은 '낙서'
펜·스케치북 늘 들고 다니며 끄적
순간순간의 감성 '창의적 사고'로
▲ 임진우 지음, 맥스, 244쪽, 1만6000원

▲ 나는 날마다 낙서를 하고 스케치를 한다. 감성 부스러기들을 줍는다. 수첩, 스케치북, 업무일지마다 정돈되지 않은 감성들이 빼곡하다. 감성조각들은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가도 금방 달아나기 때문에 재빨리 잡아두어야 한다. 날마다 더해진 감성 조각들은 언젠가 창의적 사고가 되고 감각적 상상력으로 자랄 것이다. -본문 중에서

지은이 임진우는 한국의 대표적인 설계회사 정림건축의 대표이다. 그는 사람과 사물을 끊임없이 관찰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 그 습관은 손끝을 통해 그림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항상 펜과 스케치북을 몸에 지니고 다닌다. 달동네, 전봇대와 골목길, 길가에 아무렇게나 핀 꽃, 책상에 나뒹구는 소품들, 일상에서 만나고 스치는 사람들, 낯선 땅에서 만나는 풍경, 모두 그의 스케치가 된다. 그에게 있어서 스케치는 건축적 탐구와 사유의 도구이다.

그의 탐구와 사유를 정리하여 에세이집 <걷다 느끼다 그리다>를 출간했다.
첫 번째 스케치, '길을 걷다'에서는 서울 시내의 정겨운 골목들과 국내 여행지를 다니며 느낀 감성을 건축가의 섬세한 시선으로 모아 담았다. 지은이는 빠르게 변해가는 현대를 거스르듯 변하지 않은 서울 시내 골목길을 찾아다닌다. 집집마다 낡은 선홈통과 녹슨 철문, 옥상 위 빨래, 뒤엉킨 전선줄, 그 익숙한 공간 구조를 그려내어 독자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환기미술관, 뮤지엄 산, 박수근 미술관, 외암리, 순천만, 이기대 둘레길, 산방산 등을 걸으며, 자연과 조우하는 건축을 이야기한다.

두 번째 스케치, '여행을 느끼다'에서는 해외출장이나 여행을 다니면서 본 풍경과 조우하는 감성을 담았다. 건축가로서 세계적인 건축물들을 돌아보며 스케치했다. 관광지를 따라 다니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의미 있는 건축을 따라 다니며 도시를 해석하고 감상한다.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보면 우리가 익히 알던 유명 도시가 전혀 달라 보인다.

세 번째 스케치, '하루를 그리다'에서는 건축에 대한 단상과 일상에서 소소하게 느끼는 생각을 담았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감성 어린 수채화와 글이 우리 시선을 붙잡고 우리 마음을 넉넉하게 한다. 건축가로서의 일과 건축에 대한 생각을 풀어내면서, 건축 동료와 후배들에게 동반자로서 손을 내민다. 또한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기쁨들을 정갈한 글과 그림으로 담아 동시대를 사는 독자들에게 감성과 여유를 선사한다.

지은이가 설계한 건축물로는 봉원교회, 한국야쿠르트사옥, 한국가스공사사옥, 인천국제공항, 신촌세브란스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이화여대서울병원 등이 있다. 건축문화대상, 건축가협회상 등 다수 수상경력이 있으며, 최근 '2019 건설기술인의 날'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저서로는 <건축가가 말하는 건축가>(공저)가 있다.

취미로 시작한 펜 수채화로 개인전 네 번과 그룹전을 가진 바 있고,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연속 서울시 캘린더를 재능기부로 만들기도 했다. 건설관련 신문에 매주 '건축가의 감성스케치북' 칼럼을 2년 간 연재하며 건축인문학 탐구의 결과를 독자들과 공유했다. 최근에는 EBS의 '예술아 놀자'에 출연하며 사회기여의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