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연장 및 양도·양수 유예 '불가'…시 '속수무책'
내년에만 3곳 만료…법 따라 '예고통지' 해야 할 판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 개정안이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에서 심의된 지난달 30일. 시의회 청사에는 '인천시지하상가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 회원 수십 명에 몰려왔다. 이들은 "조례만 믿고 전 재산을 투자해 상권을 이룩했다. 재산권 손실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의장으로 향하는 통로는 가로막혔지만, 건교위 토론 과정에는 비대위 대표자 2명이 참석했다. 김종인(민·서구3) 건교위원장은 "해묵은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면서도 "공이 8대 시의회로 넘어와 부담감이 크다"고 말했다. 정회 끝에 건교위가 내린 결론은 '보류'였다.

▲개정 필요성 공감에도 '평행선'
이날 건교위 소속 의원들은 조례 개정 취지까지 막아세우진 못했다. 2002년 제정된 현행 조례가 상위 법률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수차례 제기됐기 때문이다.

점포 수가 3579개로 전국 최다 규모인 인천 지하도상가는 기형적 운영 구조를 갖고 있다. 임차인 부담으로 시설 보수 공사를 하는 대신 수의계약 방식으로 최대 20년까지 사용 기간이 연장되는 독점 성격을 띤다. 행정재산인 지하도상가의 관리는 인천시설공단을 통해 상가 법인에 재위탁된다. 이들 모두 '공유재산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다.

임차권 양도·양수와 전대(재임차)로 점포를 거래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감사원은 최근 공개한 특정감사 보고서에서 "부평역지하도상가의 경우 임차인들은 점포 중 95%를 전대하고, 시에 납부하는 연간 대부료의 12.2배에 달하는 임대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임차권 양도·양수 시 평균 4억3763만원의 권리금까지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 지하도상가 3579개 점포 가운데 법에서 금지한 전대 비율은 74%(2653개)에 이른다.

지난해 7월부터 올 1월까지 6차례 진행된 시민협의회에서도 평행선은 이어졌다. 지하상가연합회 측은 계약 기간을 2037년까지 일괄 연장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태안 시 도시재생건설국장은 "감사원 지적을 받은 상황에서 법에 어긋난 협의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피해대책 없이 '계약종료' 위기
시는 이번 개정안 부칙에 계약 기간이 5년도 남지 않은 5개 상가에는 5년간 계약을 연장해주고, 5년 넘게 남은 나머지 상가는 계약 기간을 인정해주는 내용을 담았다. 법에서 금지한 전대와 양도·양수 행위도 2년간 유예기간을 뒀다.

조례 개정안이 보류되면서 이들 임차인 손실 대책도 함께 묻혔다. 개정안이 통과될 때까지는 현행 조례가 유지된다. 이는 기존 질서 유지가 아닌 계약 종료 대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인천 15개 지하도상가는 계약 기간이 제각각인데, 당장 내년 2월 인현지하도상가를 시작으로 내년에만 3개 상가 계약이 만료된다. 기존 조례를 적용해도 계약 연장 승인 권한은 시에 있다. 감사원과 행정안전부가 '연장 불가' 판단을 내린 상황에서 시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계약 종료'뿐이다. 시 건설심사과 관계자는 "법에 따라 계약 종료 예고 통지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조례가 개정되지 않으면 피해 대책으로 담은 계약 연장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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