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오명 벗지 못하고 또 폭탄 돌리기

 

시의회, 임차인 등 피해 최소화
조례개정 필요성 공감하면서도
'합의' '인천시 책임론' 되풀이

위법 개선은 결국 다음 회기로






전국 최다 점포가 영업 중인 인천 지하도상가가 '불법'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한 채 기형적 운영 구조를 이어갈 상황에 처했다.

현행법에 어긋나는 상가 법인 재위탁과 임차권 양도·양수, 전대(재임차) 등을 막는 방향으로 인천시가 제출한 조례 개정안이 결국 인천시의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관련기사 3면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 개정안 처리를 보류했다고 1일 밝혔다.

건교위는 "기존 조례를 신뢰한 임차인의 선의의 피해 발생과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는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보류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결정으로 지하도상가 조례 개정안은 빨라야 10월8일부터 열리는 다음 임시회에서 다시 다뤄질 전망이다.

'위법 조례'를 현행법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시의 요구는 이번에도 묵살됐다.

이날 건교위 대다수 의원들은 "개정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인천시 책임론'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특히 지하도상가가 위치한 지역구 의원들이 앞장섰다.

신은호(민·부평구1) 의원은 "법에 위배되는 조례를 제정한 인천시가 공개적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했고, 정창규(민·미추홀구2) 의원은 "사회적 파장은 누가 책임질 건가"라고 말했다.

앞서 지하도상가 조례 개정안은 지난 2016년 12월 정례회에서도 보류된 바 있다.

의원들은 또 지하도상가 측과 합의되지 않은 채 조례 개정이 강행된다고 주장했다.

안병배(민·중구1) 의원은 "지하도상가와 협의한 내용이 조례안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박정숙(한·비례) 의원은 "조례를 믿고 투자했던 이들과 합의하려는 노력이라도 했느냐"고 물었다.

최태안 시 도시재생건설국장은 "지난해 7월부터 시민협의회를 구성해 6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간극이 너무 커서 합의를 이룰 수 없었다"고 답했다.

이번 보류 결정으로 지하도상가 조례는 상위 법률과 맞지 않는 '위법 조항'을 당분간 유지하게 됐다.

지난 2002년 제정된 조례는 행정재산인 지하도상가의 수의계약을 통한 사용 기간 연장, 상가 법인 재위탁, 임차권의 양도·양수와 전대 등을 허용하고 있다.

감사원은 최근 특정감사를 통해 "인천 지하도상가가 상위 법령에 위반되게 관리되면서 점포 임차인들은 연간 459억7514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는 것으로 추정된다. 재위탁 기간 갱신으로 상가 법인, 점포 임차인들에 대한 특혜가 유지되고 있다"며 조례를 개정하도록 요구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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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기획] 인천 지하도상가 조례 개정안 처리 '보류'-대책 없는 계약 종료 불 보듯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 개정안이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에서 심의된 지난달 30일. 시의회 청사에는 '인천시지하상가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 회원 수십 명에 몰려왔다. 이들은 "조례만 믿고 전 재산을 투자해 상권을 이룩했다. 재산권 손실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회의장으로 향하는 통로는 가로막혔지만, 건교위 토론 과정에는 비대위 대표자 2명이 참석했다. 김종인(민·서구3) 건교위원장은 "해묵은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면서도 "공이 8대 시의회로 넘어와 부담감이 크다"고 말했다. 정회 끝에